<조선> 출신 최구식 "사석에서 밥 먹으면서 얘기한 걸 갖고..."

"기자회견 열고 얘기했다면 큰 문제겠지만...", '사실무근→사석 발언' 대응 기조 변화

등록 2010.03.25 12:19수정 2010.03.25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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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최구식 한나라당 의원.

최구식 한나라당 의원. ⓒ 권우성

최구식 한나라당 의원. ⓒ 권우성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봉은사 직영 사찰 전환 압력 의혹에 대해 같은 당의 최구식 제6정조위원장(국회의원·경남 진주갑)이 "식사자리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한 것이 문제냐"고 두둔하고 나섰다. 최구식 제6정조위원장은 <조선일보> 기자 출신의 재선 의원이다.

 

25일 오전 YTN 라디오 <강성옥의 출발 새 아침>에 출연한 최 의원은 안 원내대표 관련 의혹에 대한 질문을 받고는 "사석에서, 밥 먹는 자리에서 이야기한 것을 갖고 이렇게까지 얘기하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최 의원은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님이 취임한 지 1주일쯤 되는 때에 인사하는 자리로, 식사를 하면 2시간 가까이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오게 된다"며 "4개월 뒤에 갑자기 이게 문제가 되는 게 어떤 이유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이어 "안상수 (원내)대표가 기자회견을 열어서 이런 얘길 했다면 그건 큰 문제가 될 것이지만, 식사하는 자리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한 것을 갖고 그렇게 얘기하는 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며 "식사하는 자리에서 사안들에 대해 그냥 생각하는 바를 가볍게 툭툭 말씀하신 것이 기자회견 한 것과 의미가 같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 원내대표에 대해 야권이 정계 은퇴를 촉구하고 당 내 일각에서도 책임론이 나오고 있는 것에 대해 최 의원은 또 "이 일을 갖고 책임을 져야 된다고 그러면 정치인들은 아무 소리도 못하는 것 아니냐, 견해를 전혀 밝힐 수 없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도 된다"고 덧붙였다.

 

"사실무근" → "사석 발언"... 한나라당 대응 기조 변화

 

최 의원은 이날 "무슨 이야기가 나왔는지 제가 그 자리에 있지 않았기 때문에 모른다"고 전제했지만, 그의 답변에서는 이번 외압 의혹에 대한 여당의 대응 기조 변화가 감지된다.

 

명진 스님과 김영국씨의 폭로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면서 무대응으로 일관하던 한나라당이 이제는 '사석에서', '식사하는 자리에서'를 강조하고 나선 것. '문제의 발언이 있었더라도 조계종에 대한 외압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명진 스님의 폭로 직후 안 원내대표는 명진 스님을 알지도 못한다고 주장해왔지만, 지난 1998년 과천종합사회복지관 개관식에서 같이 찍은 사진이 공개되는 등 명진 스님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정황이 속속 공개되고 있다는 점이 이런 대응 기조 변화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석에서 한 발언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으로는 외압 의혹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당시 참석자들이 공통적으로 증언한 대로 그 식사자리에서 조계종의 템플스테이 사업과 기타 숙원사업에 대한 정치권의 협조를 부탁했다면, 정치권에서는 이른바 '좌파 적출'을 종교계에 주문하는 '거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그런 '주문'이 기자회견이나 공식석상에서 나왔다 하더라도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겠지만, 여당 지도자와 불교 지도자가 비공개로 만난 자리였다는 점 때문에 외압 뿐 아니라 밀실야합 의혹까지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2010.03.25 12:19ⓒ 2010 OhmyNews
#최구식 #안상수 #조계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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