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둥이가 망가뜨린 디지털 카메라. 휴대전화로 찍어 글자가 잘 보이지 않지만, '렌즈 에러, 카메라 재시작'이라는 글씨가 보인다.
김동수
지난 2008년 9월쯤에 구입해 이제 1년 6개월 밖에 사용하지 않은 디카를 망가뜨렸으니 새로 구입할 수도 없었습니다. 결국 A/S를 신청하기로 했습니다. 처음에는 렌즈에러라 수리 비용이 얼마 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22일 서비스센터에서 전화가 왔는데 수리비가 17만 원쯤 든다는 것입니다. 어디어디가 고장났다면서 부품 전체를 교체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렌즈를 누가 돌렸나요?"
"예 우리 집 막둥이가 렌즈를 돌려버렸습니다.""그렇군요. 렌즈를 돌려주는 기어만 고장난 것이 아니라 전체가 다 고장났습니다.""그래요. 그러면 수리비가 얼마 정도 듭니까.""17만 7천원입니다."
"예! 17만 7천원이나 들어요.""예 부품을 통째로 다 교체해야 합니다.""10만원쯤 보태면 새제품을 구입할 수 있겠네요. 아내와 한 번 상의하고 결정하겠습니다."4~5만원만 들이면 수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17만 7천원이나 든다는 말에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아내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깜짝 놀라는 것입니다.
"여보 막둥이가 망가뜨린 디카 수리비가 17만 7천원이래요."
"예, 17만원 7천원이나요.""어떻게 하지. 10만원 정도 보태면 새로 살 수 있는데."
"디카 산 지 1년 6개월 밖에 안 되었는데. 그냥 고쳐 쓸 수밖에 없잖아요.""그래요. 고쳐 쓸 수밖에." 17만 7천원이면 우리 집 한 달 생활비 절반입니다. 막둥이는 단 한 번에 우리 집 생활비 절반을 하늘에, 아니 디지털 카메라 회사에 갖다 바쳤습니다. 수리비 명세서를 보면서 마음이 씁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