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형생활주택 기숙사형과 고시원
최지용
'도시형생활주택'이 도입된 지 1년 가까이 지났지만 보급량이 미비해 연간 2만여 세대를 보급하겠다는 서울시의 당초 계획에는 미치고 못하고 있다. 반면 도시형생활주택보다 인·허가가 쉽고 건축·운영에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게 드는 고시원의 숫자는 급격히 늘어났다.
땅 값 비싸 수익 안 나는 기숙사형, 누가 짓나
지난해 4월부터 도입된 도시형생활주택은 늘어나는 도시 서민과 1~2인 가구를 위한 소형 주택으로 도시지역에만 들어설 수 있는 새로운 주거 형태다. 욕실과 부엌이 설치 된 원룸형(12~30㎡)과 취사, 세탁, 휴게시설을 공공으로 사용하는 기숙사형(7~20㎡)으로 보급된다.
서울시청 주택공급과 관계자에 따르면 도시형생활주택은 현재 원룸형이 총 14개 구에 각각 1~3개 정도씩 총 24개 동이 있고 기숙사형은 성북구에 한 곳, 관악구에 두 곳이다.
26일 관련 구청에 확인해 보니 성북구에 있는 기숙사형 주택은 전체 22세대 가운데 5세대만 기숙사형이었고 나머지는 원룸형이었다. 또 관악구의 기숙사형 주택 2개 동은 건축 신청만 되어 있고 아직 허가가 나지 않아 착공에 들어가지 않은 상태였다. 결국 지난 1년 동안 보급된 기숙사 형태의 도시형생활주택은 성북구에 5세대뿐이다.
도시형생활주택 가운데 특히나 기숙사형의 보급이 미진한 이유는 높은 땅값과 150세대 미만으로 건설하게 되어 있는 세대 수 제한 때문이다. 최근 1~2인 가구의 주택수요가 늘면서 소형주택 대상 부지의 땅 값이 크게 올랐고 이것은 도시형 생활주택이 들어설 만한 역세권과 도심지역도 마찬가지다.
4월 관악구에서 149세대 규모의 원룸형 생활주택을 분양하는 한 건설사 관계자는 "우리도 기숙사형 건설을 고려했지만 땅값이 비싸고 수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분양 예정인 원룸형 주택의 경우 분양가는 1억4900만 원이고 임대를 할 경우에는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65만 원 정도를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건설사에서 분양하는 도시형 생활주택 원룸은 7.9평이다. 주변 6.5평의 원룸의 임대료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50만 원 정도다. 같은 위치에 평수가 작은 기숙사형 주택을 지었다면 주변 원룸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분양가와 임대료가 책정되는데 세대 수가 현재 149세대보다 늘지 않으면 수익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또 "원룸은 분양하고 나면 건설사에서 할 일이 별로 없지만 기숙사형 같은 경우 공동 화장실이나 취사실 같은 시설을 계속 관리해야 하는 것도 업체로서는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