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기르는 야생화>겉그림
현암사
노루귀, 애기나리, 족도리풀, 매발톱, 할미꽃, 이질풀, 돌단풍, 물레나물, 타래난초, 용담, 앵초, 제비동자꽃, 왜솜다리, 초롱꽃, 새우난초, 갯장구채, 천남성….
봄과 여름, 가을과 겨울, 늘푸른잎, 이렇게 5장으로 구분하여 소개하고 있는 100종의 야생화 목록을 보다가 반가운 마음에 먼저 찾아 읽은 것은 노루귀와 족도리풀, 그리고 애기나리이다.
지난해, 말로만 듣고 사진으로만 만나던 이들과의 만남이 워낙 가슴 설렜거니와 이들을 내가 사는 동네의 산에서도 볼 수 있다면 좋겠다는 바람을 품었었기 때문이다.
애기나리는 꽃을 피운 봄부터 까만 열매를 볼 수 있는 가을까지 북한산과 도봉산 여러 구간에서 워낙 자주 만났기 때문에 아무 곳에서나 잘 자랄 수 있을 것 같아 지난해 가을 씨앗 몇 개를 채집해 야생의 상태처럼 동네 뒷산에 뿌려뒀다. 4월이나 5월에 꽃을 볼 수 있으리란 기대와 함께.
하지만 올봄 동네 뒷산에서 애기나리를 만날 수 있을 거란 기대는 접어야겠다. 모든 열매에 씨가 들어있는 것이 아니라 커다란 열매에만 씨가 들어 있으며, 씨앗을 감싸고 있는 열매의 검은 껍질을 벗겨낸 후 씨를 발라 뿌려야 하며, 싹이 튼 후 2년차에나 꽃을 피우기 때문이다.
이런 것들을 좀 더 일찍 알았다면 껍질을 벗겨낸 후 씨를 발라 심었을 텐데 그냥 뿌리고 말았다. 때문에 애기나리에게 미안해진다. 그래도 '혹 볼 수 있지 않을까'의 기대를 해봐야겠다. 운이 좋게 비바람에 껍질이 벗겨져 싹을 틔울지 모르니 말이다.
애기나리는 밖에서 기르는 방법만 소개하고 있지만, 노루귀와 족도리풀은 꽃밭과 베란다에서 기르는 방법을 각각 설명한다. 다른 야생화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처럼 그 야생화의 특징에 맞춰 기르기 좋은 조건에 맞게 씨뿌리기, 포기나누기 등을 조근 조근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