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법회 때 1000여명이던 신도들은 두 번째 집회 때 배로 늘었고, 이날은 2500여명까지 불어났다. 명진 스님이 분을 참지 못해 울먹이면, 따라서 통곡을 하고, 명진 스님이 결의를 다지면 환호성을 질렀다. 명진 스님이 특유의 예리한 비유로 이명박 대통령과 안상수 원내대표, 자승 총무원장을 힐난하면, 통쾌하다는 듯 박수를 치며 박장대소 했다.
법회가 끝난 뒤 법왕루를 나서는 명진 스님을 향해 곳곳에서 "힘내세요", "사랑합니다" 등의 응원 구호가 꼬리를 물며 쏟아졌다. 이미 신도들은 명진 스님을 중심으로 '운명공동체'가 돼 있었다.
조계종 총무원과 여권 측은 "사찰의 직영전환 문제에 정권이 개입했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명진 스님과 신도들이 이번 사태를 현 정권의 종교·이념 편향 정책이 낳은 조직적 음모로 받아들이는 이상,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명진 스님이 자승 총무원장과 이명박 정권의 '야합' 의혹을 제기하기에 앞서 이번 사태를 '장맛비'에 언급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명진 스님은 지난 2008년 촛불시위가 한창일 때 자승 총무원장을 비롯한 불교계 지도자들이 청와대 만찬에 초청받은 사실을 언급했다. 그는 "당시 자승 원장이 (조계종) 종회의장의 신분으로 (이명박 대통령에게) '각하, 소나기는 피하고 봐야지요'라고 얘기했다고 한다"며 "그러나 지금의 봉은사 사태는 소나기가 아니다, 당신이(자승 원장이) 총무원장이 끝날 때까지 내리는 장맛비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계종 입법기구 수장이 이명박 장로 선거운동원 노릇... 왜?"
이날 명진 스님은 자승 총무원장이 지난 2007년 대선 직전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을 봉은사에 데리고 온 사실을 공개했다. '조계종의 입법기구인 중앙종회의장이 선거 막바지에 가장 당선이 유력한 이명박 후보의 형을 데리고 봉은사에 오는 것이 안 맞다'고 거절을 했지만, 몇 차례 청을 해와 함께 밥을 먹었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자승 총무원장이 이명박 후보의 봉은사 방문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자승 원장이 이명박 후보의 봉은사 방문을 요청해서, '그것은 맞지 않다'고 거절해서 보낸 적이 있다. 조계종 입법기구의 수장이 과연 한나라당 이명박 장로의 선거(운동)를 하고 다닌 것은 어떤 의미인가, 묻고 싶다. 종교적 신념이 같은 것인지, 사상적 신념이 같은 것인지, 아니면 어떤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것인지, 어떤 야합과 밀통을 통해서 이명박 장로의 선거운동원 노릇을 했는가, 이제 명명백백하게 밝히시길 바란다."
앞서 명진 스님은 지난 24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자승 총무원장의 부적절한 행보를 폭로(기사 : "봉은사 신도들에게 이명박 인사 시켜달라/이상득과 함께 온 자승, 대선 때 내게 요구")한 바 있다. 이는 자승 총무원장이 이명박 대통령과도 '각별한 관계'였음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게다가 당시 자승 총무원장은 조계종의 '국회의장'격인 중앙종회의장으로서, 대선에 중립을 지켜야 하는 상황이었다.
특히 명진 스님은 자승 총무원장의 적절한 해명이 없을 경우 지난 2007년 대선에서 자승 총무원장이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했는지 등을 추가 공개하겠다고 경고해 주목된다.
명진 스님은 또 자승 총무원장이 지난해 12월 말 박형준 (청와대) 정무수석과 함께 충청도 주요 사찰 주지들을 만난 자리에서 "세종시 문제 등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우리가 힘을 모아야 된다"고 발언 한 것을 문제 삼았다.
"문제는 국민뿐만 아니라 여권 내에서도 과연 그것이(세종시 수정안이) 옳은지, 옳지 않은지 시비가 한창일 때였다. 그 때 세종시 문제를 협조 요청하는 자리에 일개 비서관 따위에 손목을 잡혀서 총무원장이 천안에 내려간 사유를 말해라……. 그런 얘기를 했을 때는 무슨 이유가 있을 것 아닌가. 이런 것을 볼 때 이명박 장로 정권과 총무원장 간에 어떤 밀통, 어떤 야합이 있었다는 것을 저는 말하고 싶다."
명진 스님은 지난 11일 법정 스님 입적 당시 자승 총무원장이 보인 행동도 이해할 수 없다며 맹성토 했다.
"(법정 스님 입적 당시) 길상사에 자승 총무원장이 있었다. 자승 총무원장은 이미 조문을 하고 갔다. 그런데 이명박 장로가 온다니까, 다시 무릎이 깨져라고 (길상사로) 쫓아갔다. 출가 사문이 머리를 깎고, 부처님의 제자가 되면 이 세상의 어떤 부귀영화, 어떤 직책보다 높은 자리에 올라가 있는 것이다. 저는 그렇게 생각한다.
봐라. 종회의장 때는 청와대 만찬에 가서 '소나기는 피하고 보라'고 하고, 종회의장 자격으로 대선에 참여해서 한나라당 당원으로 선거운동을 했다. 총무원장이 되어서는 '현 정권을 저렇게 비판하는 봉은사 주지를 경질하라'는 말을 들었다. 그 전에는 천안에 가서 '세종시 문제를 여당 안대로 추천해 달라. 앞으로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많이 도와 달라'고 조언을 했다. 이게 중이 할 짓인가?"
명진 스님은 또 "김성광 목사(순복음 강남교회) 등 이명박 장로를 추종하는 목사는 '불교를 깨부수겠다'고 하고, 자승 총무원장은 이명박 장로와 친하고, 이러면 이게 그림이 어떻게 나오느냐"며 "자승 총무원장은 김성광 목사와 화합·밀통을 하고, 강남 순복음교회 신도들과 야합을 해서 봉은사를 깨부수겠다는 그 말과 무엇이 다르냐"고 반문했다.
그는 "자승 원장은 봉은사 신도 뿐 아니라 전국에 있는 신도들,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친 죄를 봉은사 법상에서 참회하고, 신도님들께 사과해야 된다"며 "봉은사의 문제는, 봉은사 사부대중(신도)과 충분한 소통과 논의를 거쳐서 결정할 것을 약속해야 된다"고 거듭 촉구했다.
2010.03.28 22:36 | ⓒ 2010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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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장로' 대통령 당선 위해 선거운동 맹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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