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지난해 11월 12일 오전 종로구 풍문여고 고사장 모습.
권우성
EBS 교재에 있는 지문이나 보기가 그대로 수능에 나온다는 뜻일까요? 그런데 이건 '수능 문제의 사전 유출' 아닌가요? 일각에서는 EBS 교재의 내용과 비슷하거나 일부만 변형한 문제가 수능에 나오는 것이라고 하는데, '비슷하거나 일부만 변형'은 또 무슨 말일까요? EBS 교재에 "2+3=?"라는 문제가 있는데, 숫자만 바꾼 "6+7=?"가 수능에 나온다는 뜻일까요?
명확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처음에 '연계'라는 말을 꺼낸 정부가 시원하게 설명해주어야 합니다. 하지만 평가원은 연계의 의미를 "EBS 수능교재의 개념과 원리 등을 이해하면 수능 문제를 충분히 풀 수 있도록 문제를 출제하는 것"이라고 밝힙니다. 이게 무슨 말일까요? "교과서만 열심히 파면 수능을 잘 풀 수 있다"와 뭐가 다를까요. 또는 웬만한 참고서나 문제집에서 적중률 몇%라고 홍보하는 것과 어떻게 다른 걸까요.
더구나 평가원은 직접연계나 간접연계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냥 '연계'라고 말합니다. 안병만 장관의 10일 발언 이후 보름 동안 직접연계나 간접연계라는 단어가 세상을 돌아다녔는데, 이제 와서는 '연계'라고만 언급합니다.
그리고 연계의 네 가지 유형은 문제만 의미하는 게 아닙니다. '개념과 원리 활용'에 대해 평가원은 예시로 "화산종류 설명 → 여러 가지 화산의 특성을 비교하는 문항"을 제시합니다. 수능 시험지에 EBS 교재의 문제만 변형되어 나오는 것이 아니라 교재 상의 특정 설명도 나온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정부 말을 믿는다면, EBS 강의나 교재에서 문제만 보면 안됩니다.
중요한 건 체감 또는 반응그래서 일단 경험해봐야 감을 잡을 수 있습니다. 평가원은 EBS 교재와의 연계율을 6월 모의수능 50%, 9월 모의수능 60%, 11월 본수능 70%로 단계적으로 높힌다고 밝힙니다. 그러니 일단 6월 모의수능을 치러봐야 합니다.
하지만 평가가 엇갈릴 확률이 높습니다. 가장 최근에 EBS 수능강의가 떠들썩했던 건 지금부터 6년 전인 2004년입니다. 이 때도 당시 안병영 교육부 장관이 상당부분 연계하겠다고 밝힙니다. 그리고 수능이 끝난 후 EBS는 수능에 84.6%가 반영되었다고 분석합니다.
하지만 같은 해 12월의 교육부 정책연구 <e-learning 활성화를 위한 EBS 수능강의 사업의 중장기 발전방안 연구>에 따르면, 고3 학생은 평균 31.6%, 고3 담당교사는 41.1% 반영되었다고 답합니다. 정부는 80% 넘게 반영되었다고 하는데, 시험을 본 학생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 겁니다.
이러한 현상이 올해 또다시 벌어질 수 있습니다. 어찌보면 시각차 때문에 당연한 일입니다. 연계라고 하지만, EBS 문제가 그대로 수능에 나오는 게 아닙니다. '변형'되어 출제됩니다. 문제는 변형의 정도에 대한 시각 차이입니다. 평가원이나 EBS는 이 정도면 '사실상 같은 문제'라고 평가하지만, 학생이나 교사는 그러지 않을 수 있습니다. 물론 학생의 체감을 더 중시해야 합니다.
반응은 다른 곳에서도 살필 수 있습니다. 안병만 장관의 70% 연계 발언이 나온 10일, 사교육 대장주인 메가스터디가 10.8% 하락했습니다. 이를 두고 EBS 충격 등 정부 정책의 효과를 말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메가스터디 유명 강사들의 이탈이나 매출 증가세 둔화를 원인으로 지목합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평가원이 EBS 수능과의 구체적인 연계방안을 발표한 25일에는 메가스터디의 주식이 4.8% 오릅니다. 재수생 유입에 대한 기대감으로 해석합니다. 그러니까 시장은 EBS와 관련지어 반응하는 것 같지 않습니다. 주로 외국인이 팔고 사면서 메가의 실적 등에 따라 주가가 움직입니다.
어디서 본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