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만하고 폭이 넓어서 주민들이 수십년 동안 유용하게 써온 기존 임도가 있는데도 곡성군은 3억5천만원의 예산을 들여 '벼랑길' 임도를 새로 냈다.
최성민
문제의 임도가 뚫린 고장골로 가보자.
곡성군 산림교통과가 임도를 개설한 구간에는 이미 폭 4~5m의 기존 임도가 있다. 30년 전 울창한 숲을 비켜 개천 옆에 낸 완만하고 넓은 임도다. 주민들은 "곡성군이 쓰기에 좋은 기존 임도를 무시하고 그 위쪽 숲 한가운데를 뚫어 경사지를 헐어내는 방법으로 임도를 냈다, 이는 임도개설 준칙에도 맞지 않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주민들은 새로 낸 임도 중간 부분의 경사가 30도 이상 되는 비탈길로 되어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임도의 경사도가 15도 이상이면 차가 올라가기 어려워 임도로서 역할을 할 수 없다. 특히 이 길은 위쪽과 90도 각도를 이루고 있어 만에 하나 산불이 나도 진화용 소방차가 다닐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편 새로난 임도가 지나가는 임야는 특정 조경업체의 소유인데 이 업체는 임도가 뚫린 후 조경용 소나무를 식재할 수 있는 허가를 취득했다. 이 조경업체에게 임도가 지나가는 구간의 조경용 소나무를 이식해 가도록 하기 위해 곡성군에서 2억여 원의 예산을 들여 무리하게 임도를 내줬다는 게 일부 주민들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서주섭 곡성군 산림과장은 "임도 개설을 기회로 조경업체에 조경수 식재허가를 내줬다"고 반박했다.
또 주민들은 곡성군이 새 임도 끝부분에 해당 조경업체에게 헛개나무 농장 개발 허가를 내 준 것에 대해서도 문제삼고 있다. 주민들의 식수가 흐르는 곳인데 농약 살포 우려가 있는 헛개농장이 들어서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게다가 문제의 헛개나무 농장으로부터는 새로 뚫린 임도를 놔두고 기존의 임도와 연결되는 300m 가량의 도로를 냈다. 이에 대해 주민들은 새 임도가 무용지물임을 입증해주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새 임도를 낸 목적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