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밤 서해 백령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하는 해군 초계함 '천안함'을 해안에서 해병대원이 열영상관측장비(TOD)로 촬영한 모습. 국방부측은 '천안함'의 함미부분은 이미 떨어져 나간 상태이며, 선수와 승조원들의 모습이 촬영되었다고 설명했다.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전문가들은 '피로 파괴' 현상이 일어난다면 선박의 무게중심인 중앙부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같은 가능성은 사건 직후부터 실종자 가족들이 주장하는 바와도 일치한다.
실종자 김경수 중사(음향탐지)의 부인 윤미숙씨는 "남편이 '평소 천안함에 물이 줄줄 샌다'고 말했다"고 밝힌 바 있다. 윤씨는 또 "'천안함이 수리 한 달 만에 또 수리에 들어갔다'는 이야기를 남편에게 들었다"고 말했다. 윤씨 이외에도 여러 명의 실종자 가족들이 동일한 증언을 하고 있다. 물이 샐 정도로 노후된 천안함의 전반적인 상태로 볼 때 누적된 금속피로 현상이 침몰사고로 이어지지 않았겠느냐는 추측이다.
실제로 2차 세계대전 당시 '피로 파괴' 현상으로 미군의 유조선 T-2 탱커가 침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43년 1월 16일 미국 오레곤 주 포틀랜드항에 정박 중이던 T-2 탱커는 아무런 외부 충격 없이 갑자기 두 동강 나 침몰했다. 당시 T-2 탱커는 함수와 함미가 마치 칼로 자른 듯 깨끗하게 잘려나가 학계에서는 전형적인 '피로 파괴' 현상의 사례로 연구해 왔다.
대우해양조선 관계자 "피로 파괴, 가능성은 있지만 높지는 않아"
하지만 천안함의 '피로 파괴' 가능성에 대해 반론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대우해양조선의 한 관계자는 "배를 설계할 때는 '퍼티그'(피로)에 대한 설계 기준이 있다. 예를 들어 파고가 8미터 상황에서 운용할 때 20년 동안 운용할 수 있다는 것이 설계기준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이런 기준에 근접할 정도로 배를 운용하는 상황은 많지 않다"며 "피로 파괴 가능성은 있지만 높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60년 전에 피로 파괴로 침몰한 배(T-2 탱커)가 있다고 하는데, 60년 전에는 '퍼티그'(피로)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은 때였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최근에 건조된 천안함 같은 경우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장창두 서울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도 "피로 파괴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가장 유력한 추측은 선체 바로 밑 2~3m 떨어진 곳에서 수중 폭파가 일어나면서 그 충격파로 인한 버블이 발생해 선체를 타격한 것"이라고 추정했다.
또 장 교수는 "(천안함의 경우) 최대 원인은 '극도로 큰 굽힘 하중'에 의한 것"이며 "그것은 어뢰나 기뢰일 가능성이 높다. 굽힘 하중을 겪으면서 노후되고 취약한 용접선이 떨어져 나가면서 칼로 자른 듯 싹둑 잘릴 수 있다"고 추정했다.
한편 군 관계자는 "'함미와 함수의 절단면이 칼로 자른 것처럼 매끈하게 잘렸다'는 것은 수중시계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잠수사가 손으로 더듬어 확인한 것이기 때문에, 꼭 그렇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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