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의 축제'와도 같은, 감자심기 텃밭농사

감자심기로 텃밭농사를 시작하다

등록 2010.04.05 17:31수정 2010.04.05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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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감자심기 텃밭농사 밭을 갈아 고랑을 내고, 그 위에 열을 지어 감자를 심고 있다.

감자심기 텃밭농사 밭을 갈아 고랑을 내고, 그 위에 열을 지어 감자를 심고 있다. ⓒ 정수근

▲ 감자심기 텃밭농사 밭을 갈아 고랑을 내고, 그 위에 열을 지어 감자를 심고 있다. ⓒ 정수근

 

감자심기로 시작한, 우리집 텃밭농사

 

올 한해 우리집 텃밭농사는 두어주 전 밭갈이에 이어 지난 주말 감자심기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지난해보다 약간 더 넓은(?) 두어평 규모로 마련한 텃밭에 첫 작물로 감자를 심은 것이지요. 그 텃밭의 일부에 작은 고랑 두개를 지어, 감자 두 고랑을 심었습니다. 감자씨 모두 10개가 들어갔습니다.

 

올해 6살, 4살 나는 두 아이와 함께 텃밭엘 가서 고랑을 만들고, 김을 매고, 감자를 심는 일은 아이들에겐 즐거운 놀이였습니다. 아이들은 그 놀이에 적극 동참해서 삽으로 땅을 파고, 호미로 김을 매고, 고 작은 손으로 '감자씨'를 심었습니다.

 

a '텃밭놀이' 두어평의 텃밭에서 아빠가 감자를 심을 동안 아이들은 일명 '텃밭놀이'에 열중하고 있다.

'텃밭놀이' 두어평의 텃밭에서 아빠가 감자를 심을 동안 아이들은 일명 '텃밭놀이'에 열중하고 있다. ⓒ 정수근

▲ '텃밭놀이' 두어평의 텃밭에서 아빠가 감자를 심을 동안 아이들은 일명 '텃밭놀이'에 열중하고 있다. ⓒ 정수근

 

이날 심은 이 '감자씨'는 제가 소속되어 있는 '땅과자유'란 지역의 청년모임에서 조금 얻은 것인데요. 그 모임에서는 작년부터 회원들의 귀농에 대비해서 실습농장을 운영해오고 있고, 실습농장에 심을 감자씨를 두어주 전에 함께 준비하고 그 중 일부를 얻어 심은 것입니다.

 

그런데 그 감자씨를 마련하는 과정이 제법 재미가 있습니다. 그래서 초보(?) 농군들을 위해서 그 '감자씨'를 마련하는 방법을 함께 공유해보면 이렇습니다.

 

'씨감자'를 마련하는 아기자기한 과정

 

우선 씨감자를 구해야 합니다. 저희는 강원도 산 씨감자를 다섯 박스 가량 구입했습니다. 그러곤 그 씨감자는 여러 쪽으로 잘라야 합니다. 씨감자는 벌써 씨눈이 여러개 나와 있고 그 씨눈 2개 정도를 기준으로 여러 쪽으로 잘라 줍니다. 이러면 감자 하나에 2~4개 가량의 감자씨를 얻을 수 있습니다.

 

a 씨감자의 씨눈 씨감자에서 씨눈이 저렇게 올라와 있다. 이것들을 다치지 않도록 하면서 감자를 조각내야 한다.

씨감자의 씨눈 씨감자에서 씨눈이 저렇게 올라와 있다. 이것들을 다치지 않도록 하면서 감자를 조각내야 한다. ⓒ 정수근

▲ 씨감자의 씨눈 씨감자에서 씨눈이 저렇게 올라와 있다. 이것들을 다치지 않도록 하면서 감자를 조각내야 한다. ⓒ 정수근

a 씨감자 조각내기 씨감자의 씨눈이 다치지 않도록 하면서, 조각당 두개 정도의 씨눈이 붙어있도록 해서 씨감자를 조각낸다

씨감자 조각내기 씨감자의 씨눈이 다치지 않도록 하면서, 조각당 두개 정도의 씨눈이 붙어있도록 해서 씨감자를 조각낸다 ⓒ 정수근

▲ 씨감자 조각내기 씨감자의 씨눈이 다치지 않도록 하면서, 조각당 두개 정도의 씨눈이 붙어있도록 해서 씨감자를 조각낸다 ⓒ 정수근

 

그렇게 잘라둔 감자의 잘린 면에는 재를 묻혀둡니다. 이것은 우리가 몸에 상처가 났을 때 지혈을 하는 것과 같은 원리인데요. 그렇게 해둠으로써 진물이 더이상 흐르지 않고, 이후 묻힌 재는 감자가 뿌리를 내리는 데 약간의 거름으로 작용하는 것이지요.

 

이렇게 재를 묻힌 감자를 모아 밭으로 가지고 가서 밭고랑을 만들어 간격을 맞추어 심으면 되는 것이지요. 한 25~30센티미터 가량의 폭에, 깊이는 감자 한두 개 정도의 깊이로 묻어주면 됩니다. 그러면 그 감자씨의 씨눈들이 땅을 비집고 올라오고, 반대편은 땅에 뿌리를 내리는 것입니다.

 

a 재 묻히기 잘긴 씨감자 면에 재를 묻혀 보관한다

재 묻히기 잘긴 씨감자 면에 재를 묻혀 보관한다 ⓒ 정수근

▲ 재 묻히기 잘긴 씨감자 면에 재를 묻혀 보관한다 ⓒ 정수근

a 재 묻히기 이렇게 꼼꼼하게 재를 묻힌다

재 묻히기 이렇게 꼼꼼하게 재를 묻힌다 ⓒ 정수근

▲ 재 묻히기 이렇게 꼼꼼하게 재를 묻힌다 ⓒ 정수근

 

이런 아기자기한 과정을 거쳐 얻은 씨감자를 우리 텃밭에 아이들과 그대로 심었으니, 그 재미가 여간이 아닌 것인가요? 암튼 아이들이 특히 재미있어 합니다. 그 재미난 감자심기의 과정은 이원수 선생의 동시 <씨감자>에도 그대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씨감자

 

이원수

 

감자 씨는 묵은 감자

칼로 썰어 심는다

토막토막 자른 자리

재를 묻혀 심는다

 

밭 가득 심고 나면

날 저물어 달밤

감자는 아픈 몸

흙을 덮고 자네

 

오다가 돌아보면

훤한 밭골에

달빛이 내려와서

입 맞춰 주고 있네

 

참 아름다운 동시고, 감자심기의 과정을 아주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시입니다. 이 동시에 백창우가 곡을 붙여 부른 <씨감자>를 아이들과 흥얼거리며 감자심기 텃밭일을 하는 작은 재미는 저를 무척 행복하게 해줍니다.

 

a 텃밭놀이 첫째 녀석의 텃밭에서 열심히 삽질을 하면서 놀고 있다.

텃밭놀이 첫째 녀석의 텃밭에서 열심히 삽질을 하면서 놀고 있다. ⓒ 정수근

▲ 텃밭놀이 첫째 녀석의 텃밭에서 열심히 삽질을 하면서 놀고 있다. ⓒ 정수근

 

이제 이 씨감자는 땅에 뿌리를 내리고는 그 싹을 힘차게 밀어올리겠지요. 그러곤 그 어여쁜 감자꽃을 피울 것이고요.

 

'부활의 축제'와도 같은 텃밭농사

 

지난주가 부활주간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부활주간에 심은 감자심기는 색다른 의미를 더해줍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는 성경 말씀처럼, 한 알의 씨감자는 칼로 도려져 '죽어', 이제 많은 열매로 부활할 것입니다.

 

a 밭갈이 우리 텃밭에 감자를 심은 다음날인 지난 4일 부활절날, 땅과자유 회원들이 실습농장에서 열심히 밭을 갈아 감자를 심을 준비를 하고 있다.

밭갈이 우리 텃밭에 감자를 심은 다음날인 지난 4일 부활절날, 땅과자유 회원들이 실습농장에서 열심히 밭을 갈아 감자를 심을 준비를 하고 있다. ⓒ 정수근

▲ 밭갈이 우리 텃밭에 감자를 심은 다음날인 지난 4일 부활절날, 땅과자유 회원들이 실습농장에서 열심히 밭을 갈아 감자를 심을 준비를 하고 있다. ⓒ 정수근

a 감자심기  땅과자유 회원들이 열을 지어 감자를 심고 있다. 그 모습은 마치 한폭의 그림 같다.

감자심기 땅과자유 회원들이 열을 지어 감자를 심고 있다. 그 모습은 마치 한폭의 그림 같다. ⓒ 정수근

▲ 감자심기 땅과자유 회원들이 열을 지어 감자를 심고 있다. 그 모습은 마치 한폭의 그림 같다. ⓒ 정수근

 

매년 봄이 오면 일어나는 이 '부활의 축제'에 함께 참여하는 것은 무엇보다 즐거운 일입니다. 작년에 이어 또 그 부활의 현장에 아이들과 저는 설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에게 주어진 이 텃밭이란 공간이 무엇보다 소중하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여기에 텃밭농사의 기쁨이 있고, 행복이 있습니다.

 

그래요. 텃밭농사의 시작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블로그 앞산꼭지'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텃밭농사 #감자심기 #땅과자유 #부활절 #씨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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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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