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한겨레>가 이상해졌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주변사람'들로부터 듣는 평가다. 그런 평가는 대개 <한겨레> 전체 지면보다는 일부 기사나 칼럼을 본 소회인 경우가 많아서 그저 "몇날 몇시 아무개가 한겨레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는 정도로 접수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여러 사람이 문제제기를 하는 경우, 꼭 관련 기사를 찾아보게 된다. 여러 사람이 문제제기를 한 글이라도 별로 문제되지 않는 글도 있다. 물론 정치적 가치판단의 문제가 개입된 결과로 보이는 무리한 기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저런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보아 <한겨레> 신문은 우리 사회 전체로 볼 때나 진보개혁진영의 입장에서 볼 때 역기능보다는 순기능이 큼에 틀림 없다.
MB가 이상하다? 한겨레가 이상하다!
<한겨레>에 대한 문제제기를 할 때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진다. 하여 '설'을 늘어 놓게 된 모양이다. 각설하고, 나는 오늘 아침(4월 6일) <한겨레> 신문 칼럼 'MB가 이상하다'를 읽고 당황했다. 그 칼럼으로 인해 당황한 것은 비만 필자뿐일까. 칼럼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MB가 이상하다. 갑자기 문제아가 모범생이 된 듯도 하다. MB가 신중해졌는데 이 상황에서 대통령이 냉철하게 중심을 잡고 있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일이다."
과연 MB는 냉철하게 중심을 잡고 있는 것인가. 이에 대한 반론은 뒤로 미루겠다. 어쨌든 MB를 조금 추켜세운 다음 이 칼럼은 "이번 사건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MB 리더십을 재평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제한다. 그리곤 갑자기 다음과 같이 비약하며 충고를 서슴지 않는다.
"그에겐 두가지 길이 놓여 있다. 한쪽은 이번 사건을 이용해 정치적 이득을 취할 수 있는 길이고, 다른 한쪽은 대통령으로서 올바른 역사적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길이다. 어느 쪽을 취하든 선택은 이 대통령 자신의 몫이다."
이 대목을 읽으면서 필자는 '지금 내가 읽고 있는 신문이 <중앙일보>인가'하는 착각에 빠졌다. 분명 MB를 칭찬하고 훈수를 두고 있는 것은 맞는데, 방식이 '은근'했기 때문이다. <조선일보>나 <동아일보>는 이런 류가 아니다.
<조선일보>의 경우 '같은 편'을 꼬드기거나 못마땅해 갈굴 때 직설적인 표현을 동원해 자극한다. 어쩌면 그것은 <조선일보> 독자들이 다소 고령화되어 있고, 고령화되어 있지 않아도 생각이 '확실한' 류여서 어쩔 수 없이 택한 방식인지도 모른다. 생각이 고정되어 있는 사람들은 에둘러 이야기하면 잘 알아 듣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조선일보> 지면에 '한나라당 완전히 허물어져라' 류의 극단적인 제목이 등장하기도 했던 기억이 있다. <동아일보>는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당황하여 다시 신문 1면 제호를 보았더니 확실히 <한겨레> 신문이었다.
이 칼럼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점은 이번 사건과 이명박 정권의 대응에 대한 판단에 있다. 나는 결코 이명박 대통령이 중심을 잡고 냉철하게 이 사태에 대응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가 없다.
천안함 침몰 11일... MB 정부는 무얼 했나
지난 3월 26일 천안함이 침몰하고 벌써 11일이 지났다. 그런데 지금까지 밝혀진 것이 무엇인가. 정확한 침몰 원인은 물론 사망자, 실종자 수도 확인된 것이 없다. 이게 정상적인 나라인가. 국가라 할 수 있는가.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휴전 상태의 국가에서 해군 초계함이 침몰하고 11일이 지나도록 아무것도 밝혀진 것이 없는 상황이 과연 "MB가 냉철하게 중심을 잡고 있다"고 평가할 사안인가.
오히려 현재 우리 사회가 총체적 위기에 빠졌고 초계함 사태에 대한 대처를 계기로 이명박 정권의 무능이 만천하에 폭로됐으며 이 사태를 계기로 대통령 하야를 포함하여 우리 사회 향후진로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점이 아닌가.
북한 연계설에 대한 대통령의 제동 건도 결코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처음에 보수언론과 SBS등 관제화한 언론이 나서 '북한 연계설'을 주장했다. 물론 북한 연계설은 지금까지도 일부에서 계속 흘리고 있다. 심지어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언론은 전쟁을 부추기는 듯한 느낌마저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필자가 아는 한 북한 연계설에 대해서는 일찍이 미국이 제동을 걸고 나왔다. 그럼에도 계속 북한 연계설을 으뭉스럽게 흘린 것은 국방부 아니었던가. 그리고 MB는 사고해역을 방문하는 등 행보를 보이다가 돌연 국방부장관이 국회에서 답변하는 중 '북한 연계설 제동 메모'를 직접 보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제동 메모를 보내기 전까지 국방부장관과 MB는 이 사안에 대해 논의하지 않았다는 것인가.
필자의 눈에는 어설프게 짜여진 싸구려 연극 속 3류 배우의 행태로 보이는 이 일련의 과정이 어떻게 <한겨레>의 오늘자 칼럼에서는 '냉철하게 중심을 잡는 것'으로 보였을까. 만일 이 중대 사안을 놓고 북한 연계설에 대해 사전에 국방부장관과 MB가 충분한 사전 논의가 없었다면 그들은 직무유기를 한 것이고, 충분한 논의를 했음에도 국방부장관이 혼자 '북한 연계설'을 흘렸다면 이는 대통령에 대한 항명이 아닌가. 직접 메모는 또 뭔가. 청와대 그 많은 참모들은 무엇을 하고 있기에 대통령이 직접 메모를 써서 전달하는 '기이한 일'을 벌여야 하는가.
초계함과 함께 빠져 버린 'MB 악재'들은 또 어쩔 것인가. 김우룡 전 방문진 이사장이 슬그머니 출국함으로써 MBC 장악에 대한 문제 제기에 김이 새 버렸다. 봉은사와 안상수 망언은 또 어디로 간 것인가. 독도 사태에 대한 MB 망언 건은 또 어디로 가버렸나. 수도권을 의식한 세종시 흔들기 문제는 어디서 잠자고 있나.
어디 그뿐인가. 공정택 비리 사건부터 한명숙 재판까지 초계함이 날려 버린 것들은 하나 같이 MB 정권에겐 치명타라 아니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4대강과 그에 대한 숱한 문제제기들 또한 초계함과 함께 서해바다에 묻혀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미 일부 선체 전문가들은 "사고와 동시에 해상 크레인을 불렀다면 3일 내 인양에 착수할 수 있었으며 해운항만청과 2함대사령부를 활용했다면 시기를 더 앞당길 수 있었다" "생존 한계 시간인 69시간 이내에 선체는 수면 위로 올라올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들은 "MB정권이 정치적 목적으로 이번 사건을 이용하려다 애꿎은 젊은 생명들만 희생된 것"이라며 안타까워 하고 있다.
심지어 오늘(6일) 이명박 대통령은 "교육 비리를 교육감 선거 탓'으로 돌리는 듯한 망언을 서슴지 않았다. MB의 횡설수설은 계속되고 있다. 이번 사건은 MB 리더십 운운하며 평론하고 있을 사건이 아니다. 이번 사태는 MB 정권의 위기 대응 능력 부재와 정치적 꼼수로 국가가 위기에 빠진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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