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범죄자나 잡으러 다니지 왜 일 없이 내게 전화를 거나. 위로 전화? 위로 하나도 안 되니까 혹시라도 그 경찰 만나면 전화 그만하라고 전해 달라."
천안함 침몰과 함께 아들이 실종된 김 아무개씨는 '버럭' 화를 냈다. 그는 "경찰이 전화를 해와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정보 수집이었다"며 불쾌해 했다.
"경찰, 실종자 가족 분위기 파악하기 위해 전화"
김씨는 7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경찰이라고 밝힌 사람에게 월요일부터 네 차례 전화가 걸려 와 통화를 했다"며 "처음엔 '마음 아프지 않냐' '잘 해결될 테니 걱정 마시라' '건강부터 챙기시라'는 이야기를 하더니, 점점 실종자 가족들의 분위기를 파악하는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김씨는 "특별한 일 없다고 이야기를 했는데도 자꾸 집요하게 물어와 더 이상 전화 하지 말라고 했다"며 "실종자 가족들이 어떤 집단 행동을 할까봐 미리 분위기를 알고 싶어하는 것 같은데, 경찰이 정정당당하게 일을 처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김씨는 "경찰은 사기꾼 '약장사' 처럼 노인들을 속이려 하지 말라"고 덧붙였다.
경찰이라고 밝힌 이에게 연락을 받은 건 김씨만이 아니다. 평택 해군 2함대 사령부에 머무는 여러 실종자 가족들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경찰과 통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종 병사의 모친 이아무개씨도 "아들이랑 잘 아는 사이였다면서 박아무개 형사라는 사람에게 전화가 왔었다"며 "처음엔 그가 '국가에서 다 알아서 해주니까 너무 무리하게 요구하거나 주장하지 말고, 뒤에 빠져 계시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씨는 "처음엔 그가 아들 친구인 줄 알고 고맙게 통화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아들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모르고 있었다"며 "결국 정보 수집 차원에서 나한테 전화를 한 경찰인 것 같다"고 밝혔다.
평택경찰서 "정보수집 전화 아닌 안부 전화"
실종자 가족들은 경찰의 '회유 및 정보 수집' 전화가 어느 정도 걸려왔고, 어떻게 진행됐는지 조만간 자체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실종자 가족을 상대로 한 회유 및 정보 수집이 경찰의 조직적으로 활동으로 드러나면 가족들의 반발이 클 것으로 보인다.
평택 경찰서 쪽은 "회유나 정보 수집 차원의 전화가 아닌, 실종 장병들과 안면이 있는 각 지역 경찰이 안부 전화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29일, 평택 경찰서 정보과 형사 세 명이 실종자 가족으로 위장해 해군 2함대에서 '정보 수집' 활동을 한 것이 드러난 바 있다. 당시 가족들은 "우리가 범죄자냐, 왜 신분을 속이고 몰래 정보를 수집하느냐"고 강하게 반발했다.
한편 실종자 가족들은 7일 오전 생존 장병들의 기자회견을 TV로 시청한 뒤 대체로 실망한 반응을 보였다.
실종 사병 부친 김호엽씨는 "군의 발표를 보다가 TV를 꺼버렸고, 많은 가족들도 한숨을 쉬었다"며 "사고가 난 후부터 계속해서 똑같은 말만 반복을 하니 어떻게 믿을 수가 있느냐"고 답답해했다.
애초 실종 가족과 생존 장병들은 이날 오후 만날 예정이었으나 며칠 연기됐다. 이정국 실종자 가족협의회 대표는 "지방에 있는 실종자 가족들도 평택으로 와야 하기 때문에 2~3일 정도 걸릴 것 같다"며 "어디서 만날지, 언론에 공개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2010.04.07 17:58 | ⓒ 2010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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