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10.04.12 08:07수정 2010.04.12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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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재 마을, 상머슴의 큰아들 돌이(乭伊)
열다섯 살에 ***대동아 전쟁 싸움터에 나갔다가,
칠십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왔다네.
돌 속을 일렁이는 달빛 되어 돌아왔다네
일제강점기 때 학도병으로 끌려가서
미제 폭격기에 몸뚱이가 산산 조각 난 돌이가,
부모 형제 친척들 세상 버린지 오래인데
한 많은 현해탄 건너,
돌 속을 일렁이는 별빛 되어 돌아왔다네.
출격전 날 고향 땅 향해 삼배하고
싹둑 쇠가위로 자른 머리 몇 올과
손톱 발톱 잘라 넣어둔 편지함 안고서,
돌 속을 일렁이는 바람이 되어 돌아왔다네.
초가 지붕 위에는 개망초풀이 한 자(30cm)나 자라 있고
멧돼지 내려와 쑤집고 다니는 안마당에는 들아욱이 자라있고...
오래된 흉흉한 돌무지들 겹쳐 있는,
돌이의 첫 사랑 울며 불며 옷깃 잡던
그 하얀 찔레꽃 흐드러지게 핀 고샅길 허공 속을
한 점 부석(浮石) 속을 떠도는 영혼이 되어 돌아왔다네.
낮이면 해를 따라 맴돌고,
밤이면 달을 따라 맴돌며….
덧붙이는 글 | *군 위안부 등 일제 때 강제동원된 조선인 피해자의 혼을 달래기 위해, 일본인들이 `영혼의 돌'을 갖고 방한한 바 있다.
**중국 한대 고시 <십오세 종군기>에서 따옴
***1937년 7월 7일 일본 제국이 중화민국을 침략한 이후 1941년에 미국은 일본 제국에 경제 제재와 석유 금수 조치를 취하였다. 이에 반발한 일본 제국이 진주만을 공격하면서 미국이 참전하여 1945년 8월 15일 일본 천황이 무조건 항복을 선언하기까지 태평양과 아시아의 영역에서 벌어진 전쟁을 태평양 전쟁(太平洋戰爭), 혹 대동아전쟁이라 함.
2010.04.12 08:07 | ⓒ 2010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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