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지속적인 여론조사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대전시장 후보로 야심차게 영입했던 육동일 교수가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 같은 결심의 직접적인 원인은 이날 새벽 모친이 운명했기 때문이다.
육 교수는 11일 오후 한나라당대전시당에서 자신의 초등학교 동창인 김규진씨를 통해 '불출마 결심'을 밝혔다.
육 교수는 김씨가 대신 읽은 '시민들에게 드리는 말씀'을 통해 "저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공식적인 출마선언을 하지는 않았지만, 현실 지방정치와 행정에 참여해서 평소에 연구하고 구상한 꿈과 뜻을 펼칠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며 "그러나 불안정한 중앙정치의 갈등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제 소신을 굽히지 않고 그 뜻을 실현해 나가기가 어렵겠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더욱이 개인적으로 어머니의 병환이 위중한 상황에서 선거에만 전념할 수 없는 어려운 입장이다, 따라서 이번 선거에 제가 나설 적절한 시점이 아닌 것으로 최종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는 육 교수가 이미 전날 작성한 글로써, 이 내용을 토대로 이날 직접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었으나 공교곱게도 이날 새벽 모친이 운명하면서 이 같은 내용을 스스로 밝히지도 못한 것.
육 교수는 또 "최근 보도되고 있는 대전시장 후보와 관련해 영입제의가 있어 왔다"며 "그러나 앞으로는 이런저런 제의가 저에게 다시 온다 해도 참여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지역 정치구도의 안정이 절실한 시점에서, 당내 선의의 경쟁 등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지 않고 불필요한 분열과 갈등을 초래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라면서 "그간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잘 쌓아온 박성효 시장과의 인간관계가 본의 아니게 훼손되는 것도 원치 않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교육감 선거 출마설에 대해서도 "대전교육을 위해 사명감을 가지고 뜻을 두었던 교육감 선거에도 아쉽지만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고 선언했다.
그는 끝으로 "이번 선거에는 나서지 않지만, 그동안 교수로서 활동해왔던 대로 지역발전과 지역사회 봉사의 역할과 책임은 계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육 교수의 불출마 선언으로 경선이 예상됐던 한나라당 대전시장 후보는 현 박성효 시장으로 굳어질 전망이다. 한나라당은 염홍철 자유선진당 후보에 여론조사에서 계속해서 밀리고 있는 현 상황을 타계하기 위해 새 인물을 영입, 경선 등을 통해 분위기 반전을 노렸으나 결국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특히, 이 같은 움직임에 박성효 시장은 지난 9일 긴급 기자회견을 자처해 "비슷한 사람과 경선을 해야 그 의미가 있는 것 아니냐"고 반발하면서 사실상 '경선불가'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육 교수가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박 시장은 한 숨을 돌리게 됐다. 그러나 중앙당과 박성효 시장, 육동일 교수 등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만 남긴 꼴이 되어, 흥행을 노린 노림수가 오히려 '악수'를 둔 셈이 되고 말았다는 분석이다.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회는 12일 오전 회의를 열어 대전과 충남, 충북 시도지사 후보 공천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며, 육 교수의 불출마 선언문이 한나라당 대전시당을 통해 공식으로 전달될 예정이다.
한편, 이날 새벽 6시 40경 암으로 운명한 육 교수 모친은 서울에서 충남대병원 장례식장으로 이송, 특천실에 안치됐으며, 발인은 14일 대전공원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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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영입한 육동일 교수 '불출마'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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