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앱스토어 개발자 사이트좌측은 티 스토어 개발자 사이트 우측은 쇼 스토어 개발자 사이트
김홍민
오픈 마켓(Open Market)은 기존의 온라인 쇼핑몰과 다르게 개인 판매자들이 인터넷에 직접 상품을 올려 매매하는 곳이다. 온라인 쇼핑몰에서의 중간 유통 이윤을 생략하고 판매자와 구매자를 직접 연결시켜 줌으로써 기존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가 가능한 곳으로 대표적으로 옥션, G마켓 등을 들 수 있다.
위의 오픈 마켓에서는 주로 유형의 상품들이 주로 판매되는 데 반해 '모바일 콘텐츠(소프트웨어)'를 사고파는 오픈 마켓으로는 애플리케이션 스토어(Application Store)를 들 수 있다.
앱 스토어(App Store)로 줄여 표현되는 이곳에서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휴대폰에 탑재되는 일정관리·주소록·알람·계산기·게임·동영상·인터넷접속·음악재생·내비게이션·워드·엑셀 등의 콘텐츠 응용프로그램)을 자유롭게 사고 팔 수 있는 곳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앱 스토어는 2008년 7월 11일 애플(Apple Inc.)이 스마트폰(Smart phone, 휴대폰에 인터넷통신과 정보검색 등 컴퓨터 지원 기능을 추가한 지능형 단말기)인 아이폰 3G를 출시하면서부터 등장했고 이것을 통하여 아이폰 또는 아이팟 용 응용프로그램 판매 서비스를 시작했다.
애플이 앱스토어 서비스를 시작한 지 1년 만에 10만 명이 넘는 개발자들이 약 6만 5000여 개의 애플리케이션을 등록했다. 지난해 9월에는 다운로드 20억 건을 기록하더니 불과 세 달여 만에 30억 건을 넘어 이달 현재 콘텐츠 16만 개, 다운로드 40억 건 이상을 기록하는 등 증가세가 점점 더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애플 앱스토어의 이러한 성과는 아이폰의 판매량 증가와 앱스토어에 등록되는 애플리케이션 수의 증가가 맞물려 좋은 시너지 효과를 보여주고 있어서 당분간 계속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의 경우, KT의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아이폰 사용자 중 83.7%가 아이폰을 구입한 이유를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모바일 콘텐츠를 팔고 사는 앱스토어는 대형업체가 개발하고 이동통신사가 판매하는 콘텐츠가 아닌 개인이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여 판매하는 개방형 장터다. 운영사에서 공개한 SDK(소프트웨어 개발키트), Xcode 등의 프로그램을 이용해 누구나 자신이 개발한 애플리케이션을 전 세계 이용자에게 팔 수 있는 진정한 오픈마켓이다.
이렇게 애플의 앱스토어가 성공을 거두자 구글·MS 등과 국내외 이동통신사, 단말기 제조사 등도 앱스토어 열풍에 동참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휴대폰 제조업체인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앱스토어, SK텔레콤의 T스토어, KT의 쇼 스토어, LGT의 LG 앱스토어(7월 오픈 예정) 등 앱스토어들이 앞 다퉈 개설됐고 이동통신사 3사가 통합 앱스토어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까지 있다.
지난해 개설된 한국의 앱스토어들의 현주소는 과연 어떨까, 통합 앱스토어의 앞날은 어떨까? 현재의 상태로는 애플 앱스토어는 물론 구글 안드로이드 마켓에 비교해도 전혀 경쟁력이 없어 결국에는 사실상 퇴출이나 다름없는 유명무실한 존재가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앱스토어가 오늘날의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예측은 이미 이통 3사가 지난해 앞 다투어 정책을 발표할 때부터 예견되어 있었다. 하지만 독자적인 추진은 계속됐고 많은 개발자들은 물론 사용자들의 외면으로 인해 애플 앱스토어나 구글 안드로이드 마켓과의 격차는 점점 더 가속화 되고 있다.
외국인에겐 막히고 한국인에게도 닫혀 있는 오픈 마켓앱스토어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능력 있는 개발자들이 많이 모여들어야 한다. 스마트폰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성능이 아닌 콘텐츠이다.
소비자가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나 기능을 지속적으로 만들어서 소비자들에게 공급해야 한다. 스마트폰의 성능이 부족하더라도 다양한 콘텐츠를 즐기는 데 충분하다면 그것은 최고의 제품이 된다.
그런데 한국의 앱스토어는 출발부터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는 길을 스스로 막아 놓거나 접근을 못하도록 벽을 쌓아 놓고 시작했다. 소비자가 좋아하는 양질의 콘텐츠를 빠른 시간 내에 최대한 생산해 낼 수 있는 생산 시스템이 전혀 갖추어져 있지 못하다.
각 앱스토어의 개발자 싸이트는 물론 개발에 필요한 SDK마저도 한국어로만 제공되고 있다.
외국인 개발자 또는 외국에 거주하는 한국인이 한국의 앱스토어에 쓸만한 콘텐츠를 올리는 길이 막혀 있는 것이다. 어쩌면 그들은 기획 단계부터 "누가 한국의 앱스토어 같은 곳에 외국인들이 콘텐츠를 올리겠어?"라는 생각을 먼저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SKT와 KT 홈페이지는 영어와 일본어 중국어를 LGT는 영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통신 서비스를 외국인 고객에게도 편의를 제공하겠다는 글로벌 서비스 정신, 아님 상업적 사고가 담겨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통신사 홈페이지의 외국어 서비스와 같이 개발자 사이트와 관련 자료도 외국어 서비스가 제공된다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그런데 이보다 더 큰 장애는 언어보다 공인인증제도다. 공인인증서는 외국인은 물론 외국 거주 한국인도 발급을 받을 수 없으며 한국인의 경우에도 신용에 문제가 있는 사람은 발급이 불가능하다. 개발자가 어플리케이션을 앱스토어에 올리는 데 왜 공인인증서가 필요한 것인지 되묻고 싶다.
미국, 영국 등 외국에 거주하는 재외 국민 중에는 아주 우수한 개발자들도 많이 있는데 이들은 공인인증서를 발급 받을 수 없으니 자신이 개발한 우수한 어플리케이션을 앱스토어에 올리는 것이 원천적으로 막혀 있는 것이다.
영국에서 태어난 데이먼 김(Damon Kim, 28)씨는 컴퓨터 공학도로 유명 대학 출신이다. 그는 인도 친구와 함께 증강현실과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결합된 콘텐츠를 만들어 한국의 앱스토어에 올리고자 시도했다가 포기하고 말았다.
한국의 친구로부터 모 통신사가 제공하는 SDK를 받아 개발하면서 언어적 문제 때문에 고생도 많이 했지만 자신의 한국어 실력과 주변의 도움으로 그럭저럭 해결할 수가 있었고 완성 단계까지 도달할 수가 있었다.
그런데 자신이 어렵게 개발한 콘텐츠를 앱스토어에 등록하는 과정에서 공인인증서 발급 문제로 포기를 해야 했던 것이다.
한국의 앱스토어가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소비자가 좋아하는 양질의 스마트폰 콘텐츠를 빠른 시간 내에 최대한 생산해 낼 수 있는 생산시스템을 만드는 데 걸림돌이 되는 것들을 먼저 제거해야 한다.
한국 정부와 이통사가 불필요하거나 최소화해야 할 규제를 없애는 일에 게을리 하거나 소홀하다면 한국의 IT업계는 세계를 선도하지도 못할 뿐 아니라 최소한 함께 나아가야 하는 미래도 지금과 같이 암울한 나날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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