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시인 김용택 김용택 시인이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독자와의 만남을 가졌다.
이명옥
미당 서정주는 '나를 키운 것은 8할은 바람이었다'고 읊었다. 섬진강 시인 김용택을 키운 것은 아마도 강바람과 나무와 아이들이 아니었을까. 그이가 줄곧 섬진강 자락에 머물며 아이들과 어울려 삶과 시를 엮어 왔기 때문이다. 시인이며 교사인 김용택이 <아이들이 뛰노는 땅에 엎드려 입 맞추다>로 14일 오후 7시 반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독자들과 만났다.
"요즘 날씨가 빵꾸똥꾸 같지요?"
시인은 자연을 거스른 인간에게 화를 내는 이상 기온을 걱정하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봄은 진달래, 벚꽃 등 온갖 꽃들이 만발해야 하는 계절이 아니냐며 시 한 편을 소개했다. 그이는 예술적 감성은 자연으로부터 오기에 논리가 아니라 느낌이고 자연처럼 스며드는 것이라고 했다.
인간 삶의 전반적인 양식인 예술, 철학, 경제는 모두 자연으로부터 시작된다. 인간이 아무리 물질과 문명을 발전시켜도 생명의 근본 토대인 자연을 넘어설 수는 없다. 하지만 현대인은 인간이 '자연'이라는 사실마저 잊고 산다. 자연은 끊임없이 생성되고 변화하는 순환하는 생명체이다. 그런 자연의 생명을 파괴하니 인간 생명 역시 파괴되는 것이다.
시인이 자연이 그 무엇보다 위대한 스승임을 역설하며 자연에 기대어 살기를 고집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강과 나무와 바람과 햇살, 대지에 뛰놀던 아이들, 그 모든 자연이 시인의 삶의 에너지며 시의 뿌리였음을 자연스럽게 알게 된 순간이었다. 김용택 시인은 자연의 완벽함이 전하는 진리를 관찰하기와 글쓰기라는 방법으로 아이들과 나눴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 '생각'김용택은 1970년 초등학교 교사로 첫 발을 디딘 후 38년간 아이들을 가르쳤다. 38년 중 26년 2학년 아이들만 가르치길 고집했다. 시인은 2학년이야말로 인간으로서 지녀야 할 덕목들을 가장 완벽하게 지닌 연령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자신의 교육적 신념을 풀어갔다.
김 시인은 교육의 참 목표를 상실한 채 그저 줄 세우기와 경쟁으로 내몰리는 현재의 교육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학교에서 가르쳐야 할 것은 경쟁이 아니라 '깊이 생각하는 법'과 '자기가 정말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내는 법'이다. 그이는 스스로 생각을 키우는데 필요한 것으로 '자연 자세히 들여다보기', 그리고 그것을 정리하는데 필요한 것으로 '글쓰기'를 꼽았다.
사물을 자세히 들여다보는데서 골똘하게 생각하는 힘이 길러진다. 생각이 복잡하게 넘쳐나면 그 생각의 타래를 정리해야 한다. 생각을 논리적으로 정리하는 것은 논술이고 삶을 논리적으로 정리하는 것은 철학이다. 삶에 철학이 있어야 한다. 철학이 있는 삶, 철학이 있는 교육, 철학이 있는 정치가 삶의 방향을 바꾼다. 대통령의 생각이 나라를 바꾸고, 교육감의 생각이 교육을 바꾸듯 각자의 생각이 각자의 삶을 바꾸는 힘이 된다.
이것이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도록 가르쳐야 하는 이유다. 교육을 통해 누군가에게 굴종하는 사람이 아닌 스스로 생각의 주인이 되어 자기의 생각으로 자기의 삶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시인은 자신은 교사로 아이들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교육에 전념해왔다. 아이들에게 자연에 대한 호기심과 신비감, 궁금증이 가득 찬 삶을 통해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고 글쓰기 지도로 그 생각을 정리하는 법을 가르친 것이다.
"오늘 네 나무를 보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