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충렬 이장이 외상장부를 살펴보고 있다. 이 장부를 보면 누가 술을 좋아하는지, 누가 과자를 좋아하는지 대충 알 수 있다.
이돈삼
가게 안 분위기는 예전 그대로다. 전시된 생필품마다 가격이 적혀 있다. 물건을 살 사람이 알아서 계산하고 가라고 이장이 써서 붙여 놓았다. 돈을 넣을 수 있는 나무금고와 외상장부도 놓여있다. 누구든지 외상으로 물건을 가져갈 때 적어놓는 공간이다. 한글을 쓸 줄 모르는 어르신은 그냥 혼자서 기억하고 있다가 나중에 갚아도 된다.
외상장부에는 마을사람들의 생활상이 환히 드러난다. 누가 외상을 자주 하고, 누가 소주를 즐겨 마시는지도…. 손때 묻은 장부에는 맞춤법에 맞지 않는 글이지만 외상을 달고 갚은 흔적이 또렷하게 남아있다.
다 팔린 물건을 채워놓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박충렬 이장의 몫이다. 가게에서 파는 물건이 아닐지라도 마을사람들이 미리 주문하면 아무 때나 사다주는 것도 그의 일이 된 지 오래다.
몇 년 사이 변한 것도 있다. 동전을 담아뒀던 비누곽이 없어지고 동전교환기가 자리하고 있다. 장성농협에서 선물한 것이다. 술잔과 젓가락 등을 씻을 수 있는 싱크대는 면사무소에서 설치해 주었다. 담배자판기는 KT&G에서 세워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