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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경
다시 가방을 앞으로 메고 친구를 업었던 아이는 작은 체구에 힘에 부친 탓인지 한 발짝도 떼지 못했다. 그래도 마냥 즐거운지 아이들은 저들끼리 서로 깔깔거리며 웃고 난리였다.
하는 수없이 맨발인 아이는 자신의 젖은 신발을 신으려다 말고 얼른 발을 빼버렸다. 신발을 신고 집에 가긴 가야겠는데 너무 차가운 탓에 몇 번이고 망설이던 아이는 어쩔 줄 몰라 했다.
이를 지켜보던 나는 쑥을 뜯기 위해 갖고 다니던 커다란 비닐을 꺼냈다. 아이의 발을 비닐로 감싸서 신발을 신겨주자, 넘어지지 않기 위해 내 어깨를 손으로 짚은 채 연신 "감사합니다"를 연발했다. 아이 손이 시릴 것 같아서 비닐로 양말을 잡게 하고 옷소매를 손등까지 덮어주며 헤어졌다.
멀어져가는 아이들의 싱그러운 웃음소리를 들으며 잠시 추억에 잠긴다. 초등학교시절, 하교 길엔 신작로로 다니지 않고, 일부러 논두렁이나 들판을 느긋하게 거닐면서 집으로 향하곤 했다.
논에선 고동이나 개구리를 만나고, 밭두렁을 지날 땐 보리피리도 불고, 냇가에서는 발도 씻고 친구들과 검정고무신을 물에 띄우며 놀았는데 돌이켜보면 그 때처럼 행복했던 시절은 없었던 것같다.
저 아이들도 훗날 오늘을 떠올리며 엷은 미소를 짓는 날이 올까. 날마다 하교길에 자연을 만날 수있는 아이들이 더없이 행복해보이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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