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호 I '선인장(Cactus)연작' 캔버스에 유화 120×100cm 2009
김형순
김홍주는 '꽃'이, 이광호는 '선인장'이 이번 전의 주제이다. 꽃은 아픔을 딛고 아름다움을 키우는 속성이 있다. 김홍주의 작품에는 장미의 이미지가 구체적으로 나타나지는 않지만 가시의 아픔을 이기고 얻은 꽃의 독특한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작가는 꽃의 이미지만을 가져왔기 때문에 꽃이 낯설게 보인다.
김홍주는 미술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힘을 믿는 작가다. 70년대 초 전위단체인 '시간과 공간(ST)'을 필두로 여러 실험을 해왔고 사조에 편승하지 않은 길을 걸어왔다. 그런 과정을 거친 후의 작품이라 그런지 그지없이 아름답다. 정신이 얼얼할 정도로 황홀하다. 게다가 예쁘기까지 하다. 인간의 희로애락을 다스리는 심미안이 주는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이광호의 선인장 연작은 조금 다르다. 생경하지만 생명력이 넘친다. 열악한 사막에서 독하게 생명을 지켜온 선인장을 그린 것이라 어느 꽃보다 질겨 보인다. 하여간 두 작가의 꽃그림은 가시의 아픔도 사막의 고통도 다 녹여낸 것이라 할 수 있다.
사막의 승자인 선인장의 에너지, 우리에게도 절박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