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땅까지 팔아 4년 전 죽은 딸, 유골 가지러 왔어요"

베트남에서 온 팜티옌씨의 기구한 사연 ... "딸 유골 갖고 가기 정말 힘드네요"

등록 2010.04.25 17:01수정 2010.04.25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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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시집갔던 딸이 결혼 2년만에 죽었어요. 죽은 지 4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유골을 갖고 가지 못했네요. 땅을 팔아 딸의 유골을 가지러 한국까지 왔는데, 쉽지 않네요."

지난 16일 베트남에서 입국한 팜티옌(56)씨가 한 말이다. 그녀의 딸(응오 투이 꾸엔, 당시 27살)은 2006년 1월 20일 전남 순천에서 죽었다. 죽은 딸의 유골을 가져 가기 위해 한국에 온 것이다. 팜티옌씨는 지난 19일 딸이 한국인 남자와 결혼해 살았던 순천에 가서 유골함을 받았다.

 베트남 사람이 팜티옌씨는 2004년 국제결혼하고 2006년 사망했던 딸의 유골을 갖고 가지 위해 최근 한국에 들어 왔다. 그녀는 베트남에서 땅을 팔아 비용을 마련 한국으로 왔다.
베트남 사람이 팜티옌씨는 2004년 국제결혼하고 2006년 사망했던 딸의 유골을 갖고 가지 위해 최근 한국에 들어 왔다. 그녀는 베트남에서 땅을 팔아 비용을 마련 한국으로 왔다.윤성효

지금 유골함은 창원의 어느 사찰에 모셔져 있다. 팜티옌씨는 창원여성의전화(대표 승해경)의 도움을 받아 창원에서 지내면서, 출국 수속을 밟고 있다. 그녀가 잠시 창원에 머물게 된 것은 베트남 이주여성 양티김간(26·창원)씨와 인연 때문이다.

양티김간씨는 고 팜티옌씨의 딸과 비슷한 시기에 국제결혼해 창원에 살고 있는데, 한국으로 오기 전 한국어를 배울 때 함께 공부했던 것. 팜티옌씨는 양티김간씨 집에 머물고 있고, 양티김간씨가 통역을 맡아 일을 도와 주기도 한다.

그녀의 딸은 2004년 순천에 살던 지체장애 남성과 국제결혼했다. 결혼하기 전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기도 했지만 특별한 이상은 없었다. 평소 몸이 약한 줄로만 알았는데, '승모판협착증·폐렴'을 앓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의 딸은 결국 '우심기능부전·패혈증'으로 이국 땅에서 눈을 감고 말았다.

결혼 중개업체(한국, 베트남)는 딸의 유골을 송환해 주기로 했지만 해결해 주지 않았다. 창원여성의전화는 "부모의 주장에 의하면, 업체는 화장한 뒤 남편의 가족에게 모든 짐을 넘기고, 남편이 베트남에 유골을 가지고 간다고 약속했지만 지체장애자인 남편은 이행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친정 부모들은 억울했지만 방법이 없었다. 주베트남 한국대사관과 주한 베트남대사관에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창원여성의전화는 "업체는 유골을 보내는데 비용(80만 원)을 요구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탄원서를 내기도 했지만 명확한 답을 얻지 못한 부모는 사는 일이 바쁘고 넉넉한 생활도 아니다보니 계속해서 챙기지 못했다. 또 일반인이 국제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유골함을 비행기로 옮기려면 사망·화장증명서 등의 서류가 있어야 한다. 병원에서는 사망진단서를 3년만 보존하도록 되어 있는데, 팜티옌씨의 딸은 이미 사망한 지 3년이 지나 사망진단서를 발급받을 수 없다고 했다. 다행히 팜티옌씨가 2006년에 받아놓았던 사망진단서가 있어 병원으로부터 '원본대조필'을 받아 관련 기관에 제출해 놓았다.


팜티옌씨는 외교통상부와 주한베트남대사관 등에서 유골함을 갖고 가도 좋다는 응답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창원여성의전화는 "5월 1일 노동절 이후 베트남에서는 2주 가량 휴가기간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 이전에 출국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2주를 더 기다려야 할지 모른다"며 걱정했다.

팜티옌씨는 이번에 땅을 팔아서 한국에 왔다. 베트남 '따이넘'에 사는 그녀는 땅을 팔아 한국돈 1000만 원을 확보해 왕복 비행기표를 구입했던 것. 서류를 만들어 '공증'을 해서 관련 기관에 제출하는데도 돈이 든다.

창원여성의전화는 팜티옌씨를 돕기 위해 모금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 단체는 "베트남의 어머니는 딸의 유골이라도 찾아가기 위해 비용을 마련하려고 고향 땅까지 팔아서 왔다"면서 "이전 남편 쪽에서는 병원비가 많이 들어서 위자료는 줄 형편이 안된다고 한다. 딱한 사정을 듣고 그냥 있을 수 없어 모금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팜티옌씨는 남편과 사이에 3명의 아이를 두었다. 지금은 남편과 이혼한 상태며, 그녀는 아이들과 살고 있다.

23일 오후 창원에서 만난 팜티옌씨는 "2004년 딸을 한국으로 시집보내면서 본 게 마지막이었다. 가끔 전화 통화를 했는데, 그렇게 아픈 줄은 몰랐다. 유골이라도 가져가야 하는데 이렇게 힘이 든다.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베트남 #이주여성 #국제결혼 #창원여성의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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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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