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시점에서는 천안함을 인양하고 함정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규명하는 것이 우선이다."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지난 14일 워싱턴에서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외교적 노력'에 대한 질문을 받고.)
"우리는 북한이 도발적인 행동을 해서는 안 되며 6자회담에 복귀해야 한다고 거듭 말해왔다. 남·북한뿐만 아니라 미국을 포함한 이웃 국가들 사이의 해결되지 않은 차이점을 해소하는 길은 (북한이) 6자회담의 테두리 안으로 가능한 한 빨리 복귀하는 것이다." (클린턴 미 국무장관, 지난 23일 에스토니아에서 열린 북대서양 조약기구 외무장관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6자회담 재개 문제, 정확하게는 북한의 6자회담 복귀 문제에 대해 커트 캠벨 미 동아태차관보와 그의 상관인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다른 말을 하고 있다.
캠벨 차관보는 북한이 천안함 침몰사건의 배후라면 6자회담 재개가 상당기간 어려워질 것임을 시사해, 두 사건을 연계시켰다. 당시 미국을 방문해 캠벨 차관보 등 미국 인사들을 만난 한국 정부의 고위 당국자도 익명으로, 천안함 사건과 6자회담의 관계에 대해 "만약 북한이 한 것으로 밝혀졌는데, 6자회담이 진행되면 문제가 있다는 시각이 있을 수 있다"고 거들었다.
역시 워싱턴에 있던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은 더 직접적이었다. RFA(자유아시아방송)와의 인터뷰에서 "한미 양국은 천안함 침몰 원인이 규명될 때까지 미북 간 양자접촉을 하지 않는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고 답한 것이다.
"한국 정부가 캠벨에게 북미 접촉 연기요청"
이에 앞서 <동아일보> 등은 "한국 정부가 4월초 방한한 캠벨 차관보에게 북미 접촉을 미뤄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정부는 부인하지만, 캠벨 차관보의 '천안함 진상규명 우선' 발언은, 한국 정부의 요청과 관련된 것이라는 추정이 적지 않다.
캠벨 차관보의 발언이 나오면서, 미국이 천안함의 북한 개입설에 무게를 두고 있으며 "'6자회담 재개'는 천안함과 함께 물 건너갔다"는 시각이 확산됐다.
그러나 약 1주일 뒤인 23일, 미 국무부의 수장인 클린턴 장관은 이와는 달리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그는 전날 기자회견에서도 "우리는 한반도의 비핵화를 이끌 것이라고 생각하는 6자회담으로 (북한이) 복귀하는 것을 보길 원한다"고 했고, 천안함에 대한 북한의 어뢰공격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언급할 것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클린턴 장관의 북한에 대한 6자회담 복귀 촉구는 러시아와 중국의 움직임과도 궤를 같이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러시아도 재개 촉구... 중국은 '북미대화→예비회담→본회의' 중재안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지난 22일(현지시각) 정례브리핑에서 "6자회담이 조속히 재개되기를 바란다"며 "우리는 2005년 9·19 공동 성명 합의 원칙 아래에 6자 회담이 신속히 재개되기를 촉구하며 당사국들이 이런 노력을 기울여 주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장신썬 신임 주한 중국대사도 22일, 부임후 첫 한국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중국 정부는 조속한 북핵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당사국들에 3단계 방안을 제시했다"고 확인했다. 중국이 '북미 양자대화→예비회담→6자회담 본회의재개'라는 단계별 중재안을 제시했다는 보도는 여러 번 나왔으나 중국 외교라인의 고위인사가 직접 확인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장 대사는 "우다웨이 중국 한반도사무대표도 이를 위해 관련국들을 항상 오가고 있다"며 중국의 6자회담 재개의지를 강조하기도 했다.
'단계별 중재안'에 대해 미국과 북한의 의견이 접근해가고 있는 정황은 지난 8일 일본의 <아사히> 신문이 보도한 바 있다. 북한은 중국이 제안한 6자회담 본회담 재개를 위한 예비회담에 지난 3월 하순 지지를 표명했으며, 미국이 한국과 일본에 이에 대해 설명했다는 것이다. 신문은 이어 "미국도 북한의 전향적인 자세를 받아, 북측 고위관계자의 방미 등을 위한 협의를 시작했으나 천안함 침몰사건 영향 등으로 신중한 자세로 바뀌어 예비회담 개최 여부는 불투명하다"고 전했다.
한국 정부측은 이와 관련해 " 미국은 북한이 6자회담 복귀를 약속해야 추가접촉에 응하겠다는 입장으로, 이에 대한 약속을 북한에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총련(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도 22일자에 "그동안 조선은 6자회담에 대해 미국의 체면을 지켜주고, 중국을 내세워 비핵화회담 재개를 청탁해온 데 대해 적절한 회답을 줬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6자회담 예비회담에 참여의사를 밝혔음을 확인한 것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북한과 미국이 중국의 '단계적 접근' 중재안에 합의해가는 과정에서 천안함 사건이 터진 것으로 보인다. 6자회담 재개문제를 추적해온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이와 관련해 "미국과 북한이 단계적 접근에 거의 합의가 된 상황에서, 한국이 천안함 사건 원인이 규명될 때까지 북미접촉을 중단해 달라고 요구한 것"이라며 "캠벨 차관보는 이를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클린턴 장관의 발언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미국 스탠스가 원래 상황으로 되돌아 간 것"이라고 전했다.
2010.04.25 21:00 | ⓒ 2010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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