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델피아> 포스터
콜럼비아트라이스타
<개인의 취향>에 등장하는 게이는 사실 로맨틱 코미디가 발굴한 신선한 소재일 뿐이다. 기본적으로 전진호는 진짜 게이가 아니라 사정이 있어서 게이인 척 하는 남성이다. 박개인은 전진호가 게이라고 알고는 있지만, 그와 많은 시간을 함께 하면서 점차 그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껴가고 있다.
전진호를 가짜 게이로 설정한 것은 두 청춘 남녀가 현실적으로, 도덕적으로 전혀 죄책감 없이, 어색하지 않게 한 집안에서 함께 살 수 있는 장치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게이라고 생각했기에 박개인은 샤워하다가 수건만 두른 모습으로도 편하게 전진호를 바라보았고, 생리통을 스스럼없이 말할 수 있었으며, 배를 쓸어달라고 부탁할 수도 있었다. 그리고 한 침대에 편하게 누워서 잠들 수도 있었다.
시한부 게이 남자 친구는 부담스럽게 성적으로 집적대지 않고, 든든하게 옆에서 지켜주며, 편한 모습으로 한 집안에서 함께 있어 준다. 내가 아프면 달려 나가 약도 사다 준다. 즉, 남편의 장점인 든든한 면과 여자 친구의 장점인 세심하게 보살펴 주는 면을 한 몸에 갖춘 존재인 것이다.
또, 시한부 게이 남자 친구는 집에서 함께 산전수전을 다 겪기에 박개인의 진솔하고 인간적인 매력을 발견할 수밖에 없다. 비록 박개인이 김인희(왕지혜)처럼 예쁘고 세련되지도 않지만 말이다. 그래서 김인희는 거부하지만 박개인은 점차 사랑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사실 이 부분은 매우 거슬린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손예진이 예쁘지 않고 여자답지 않다고 말하지만, 제발 못생긴 배우를 쓰고 그런 소리를 했으면 좋겠다. 손예진처럼 하늘에서 강림하신 듯한 선녀를 그리 말하니 누가 믿겠는가!).
성소수자들 보듬어주는 드라마 됐으면...이런 면에서 <개인의 취향>은 게이라는 존재를 로맨틱 코미디의 새로운 소재로 썼을 뿐 진지하게 다루고 있는 드라마는 아니다. 하지만, 과거에는 시사 프로그램에나 나오던 소재가 로맨스의 소재가 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큰 변화다. 물론 진짜 동성애자들은 이것을 어떻게 볼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일상적인 소재가 되는 것이 편견을 없애고 사회가 성소수자들을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지름길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대한민국 정서상 드라마 <개인의 취향>이 미국 영화 <인 앤 아웃>처럼 전진호를 진짜 게이가 되는 남자로 그릴 것 같지는 않다. 우여곡절 후 박개인과 서로 사랑하게 되는 설정으로 그릴 것 같다. 하지만, 개인적 바람으로는 전진호가 최도빈과 사랑하게 하면 어떨까 싶다.
7화에서 서로를 알아가자며 어렵게 고백을 했을 때 최관장의 진심에 가슴이 아렸고, 한창렬(김지석 분)이 최관장을 이용한 것이냐며 전진호를 다그칠 때 그를 애잔하게 바라보는 최도빈 관장의 눈빛이 너무나 슬펐기 때문이었다. 마치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을 보는 듯 가슴이 아파왔다.
이 드라마는 그저 게이를 하나의 소재로 쓴 유쾌한 로맨틱 코미디다. 하지만, 드라마의 힘으로 우리 사회의 성적 소수자들을 따스하게 보듬어주는 역할도 해 주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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