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사업으로 낙동강에서 쫓겨난 재두루미

생태사진작가 모인호씨, 주남저수지에 몰려든 철새 동영상 공개

등록 2010.04.28 14:43수정 2010.04.28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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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으로 낙동강에서 쫓겨난 철새 ⓒ 오마이TV


천연기념물 재두루미를 비롯한 철새들이 '4대강 정비 사업' 때문에 낙동강에서 쫓겨났다.

4대강사업으로 생태습지가 파괴된다는 아우성이 곳곳에서 나오는 가운데, 지난해 가을과 올 봄에 낙동강과 주남저수지를 찾아온 철새들의 숫자가 현격하게 차이를 보이는 동영상이 공개돼 관심을 끌고 있다.

생태사진작가 모인호씨가 창원 주남저수지에 찾아온 재두루미를 담은 영상을 <오마이뉴스>에 제공했다. 재두루미는 천연기념물 203호이면서 멸종위기야생동식물 2급으로 보호를 받고 있다.

 환경운동가 이인식(오른쪽)씨와 생태사진작가 모인호씨가 창원~창녕 사이 낙동강을 가로 지른 본포교 중앙에 서서 4대강정비사업이 한창인 본포 모래톱 주변을 살펴보고 있다.
환경운동가 이인식(오른쪽)씨와 생태사진작가 모인호씨가 창원~창녕 사이 낙동강을 가로 지른 본포교 중앙에 서서 4대강정비사업이 한창인 본포 모래톱 주변을 살펴보고 있다.윤성효

 낙동강 본포 모래톱으로, 이전에는 철새들이 찾아와 쉬었다 가기도 했는데 지금은 4대강정비사업의 준설공사가 벌어지면서 철새들이 찾아오지 않고 있다. 사진 위에 보면 준설작업을 위해 설치된 오탁방지막이 보이며, 앞으로 강 중앙에 있는 모래톱은 모두 거둬낼 예정이다.
낙동강 본포 모래톱으로, 이전에는 철새들이 찾아와 쉬었다 가기도 했는데 지금은 4대강정비사업의 준설공사가 벌어지면서 철새들이 찾아오지 않고 있다. 사진 위에 보면 준설작업을 위해 설치된 오탁방지막이 보이며, 앞으로 강 중앙에 있는 모래톱은 모두 거둬낼 예정이다.윤성효

주남저수지는 낙동강 본포 취수장과 직선거리로 2km다. 재두루미나 흑두루미 등 철새들은 대개 가을에 주남저수지나 낙동강 일대를 찾아왔다가 일본 이즈미지역 등 남쪽에서 월동한 뒤 다음해 봄 시베리아 등 북쪽으로 가면서 낙동강 유역에 다시 찾아온다.

철새들은 4대강사업 공사가 들어가기 전인 지난해 가을까지만 해도 주남저수지와 낙동강을 오고 가면서 먹이활동을 해왔는데, 낙동강 준설과 보 공사가 한창인 올해 봄에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지난해 가을과 올 봄 주남저수지를 찾아온 재두루미 숫자는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재두루미는 올해 2월 12일 550개체, 2월 15일 780개체가 주남저수지에서 발견되었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2일 이곳을 찾아왔던 재두루미는 270개체였다. 불과 넉달 사이 2~3배 가량 늘어난 것이다.

주남저수지에서 직선거리 2km 가량 떨어져 있는 낙동강 본포교(창원~창녕) 부근은 상황이 달라졌다. 본포교 바로 위쪽 강 복판에는 제법 넓은 모래톱이 만들어져 있다. 지난해 가을 이곳에 많은 철새들이 날아왔지만, 올 봄에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정부가 이 모래톱을 거둬내기로 하고 준설 작업을 시작했던 것이다. 또 바로 위쪽에는 '함안보'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지금은 본포교 모래톱 부근에 준설공사를 위한 오탁방지막이 설치되어 있고, 준설 공사가 시작되었다.

이전에는 낙동강을 찾았던 철새들이 올 봄부터 갈 곳을 잃고 주남저수지에 몰려 든 것이다.


 환경운동가 이인식(왼쪽)씨와 생태사진작가 모인호씨가 주남저수지를 찾아 걱정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환경운동가 이인식(왼쪽)씨와 생태사진작가 모인호씨가 주남저수지를 찾아 걱정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윤성효

 창원 주남저수지에 물이 가득 차 있다.
창원 주남저수지에 물이 가득 차 있다.윤성효

이인식 녹색경남21 상임대표는 "4대강사업이 시작된 뒤부터 낙동강에는 철새를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 되었다"면서 "낙동강에 오던 철새들은 갈 데가 없게 된 셈인데, 사실상 주남저수지 이외에는 마땅한 장소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주남저수지에 철새 200~300개체가 와도 엄청나다고 한다. 그런데 한꺼번에 두세배 가량 찾아온다면 문제가 된다"면서 "철새들은 앞으로 낙동강을 찾아오지 않고 서해안이나 순천만으로 갈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지난해 가을만 해도 남지대교 부근 백사장에 철새들이 많았다. 올해부터 낙동강에는 철새들이 앉을 자리가 없다"면서 "장비가 들어오고 준설에다 보 공사가 시작되면서부터 변화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모인호씨는 "주남저수지에서 철새를 관찰하고 사진·영상 촬영을 오래 전부터 해왔다. 지난 2월 이곳에는 철새들이 새까맣다고 할 정도로 많이 찾아왔다. 재두루미 속에는 흑두루미도 발견되었다. 4대강사업 이후 생태적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재현 낙동강유역환경청장은 "주남저수지에 철새가 많이 찾아온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걱정하고 있는 것도 안다. 세밀한 부분까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4대강정비사업 #낙동강 #주남저수지 #생태사진작가 모인호 #이인식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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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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