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 앞으로 받을 고통도 헤아릴 수가 없다. 여생도 남에게 짐이 될 일 밖에 없다. 건강이 좋지 않아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 화장해라. 그리고 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 오래된 생각이다"
그렇다. 자신 때문에 비서관과 후원자들까지도 조사를 받고 부인과 아들까지 굴욕을 당하는 세상은 치욕뿐이었다. 노대통령을 모셨던 모 비서관의 얘기로는 "청와대 근무 시절 좋은 보직을 달라고 그렇게 청탁하던 사람들이 정권이 바뀌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표변하더라. 참 몹쓸 사람들이다"고 말했다.
노대통령이 죽기 전 들렀다는 정토사 뒤편에는 사자바위가 있다. 사자바위에서 봉하마을과 생가를 봤다. 어느 메이저 신문과 한나라당 모 의원이 말이 생각난다. "노 대통령이 퇴임해 아방궁을 짓고 살고 있습니다" 그 후 언론은 검증도 안한 채 '아방궁'이란 말로 연일 포화를 퍼부었다. 메이저 언론이 좋긴 좋은가 보다. 그런데 시골 중에서도 깡촌인 봉하마을의 땅값은 얼마나 될까? 거기에 서재와 경호원이 살 집과 창고를 짓는 게 아방궁?
베이컨의 4대 우상에 '시장의 우상'이 있다. 보는 기사의 관점에 따라서 진실이 다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각 신문사들이 쓰는 말이나 문장이 한 신문을 주로 읽는 독자에게는 진실로 여겨질 수 있다는 얘기다.
노암 촘스키는 "민주 사회의 의식통제에 있어, 막강한 권력이 집중된 매스미디어가 모든 공중의제를 설정하고, 역사에 대한 관점을 제시하며, 언론의 목적은 사람들의 관심을 딴 데로 돌려 '본질적인 것'을 보지 못하게 하는데 있다"고 했다. 언론이 바로 서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방문객이 쓴 글이다.
"사람이 정직하고 착하면 살아남을 수 없는 세상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살아남고 당신이 떠났나 봅니다. 지켜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부디 편안히 쉬십시오. 우리에겐 언제나 당신이 필요합니다. 부디 좋은 세상에서 다시 뵙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미안해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부엉이 바위 아래에는 기념관을 짓기 위해 쌓아둔 돌들이 있다. 거의 모든 돌들 위에는 작은 돌탑이 있다. 매주 토요일 일요일이면 거의 만명 정도가 찾아온다는 사람들이 쌓은 기원 탑이다.
역대 어느 대통령 묘소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찾은 적이 있는가. 보통 돌탑을 쌓는 이유가 가슴속에 지은 소원을 내려놓는 것이라고 한다. 합장하고 부엉이 바위를 쳐다보며 경건히 고개 숙인 사람들 소원이 이루어지길 빈다.
덧붙이는 글 | 희망제작소와 여수신문에도 송고합니다
2010.04.27 11:15 | ⓒ 2010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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