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 기독교인지 불교인지도 공개해야
 영유아 의무교육-무상보육 실현할 것"

[인터뷰 ⑧] 이경복 서울시교육감 예비후보

등록 2010.04.29 16:50수정 2010.04.29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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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 교육비리, 일제고사, 두발규제, 자율형사립고, 특목고, 교장공모제…. 현재 우리나라 교육계에 산적한 과제들입니다. 오는 6월 2일은 동시지방선거와 함께 각 시도교육감을 선출하는 날입니다. <오마이뉴스>는 대한민국 교육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서울시교육감' 예비 후보로 등록한 이들을 만나 최근 교육계 현안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습니다. 모든 후보의 인터뷰에는 학생복지(무상급식), 교육계 비리근절대책, 사교육비 절감, 학생인권, 학력 평가 및 신장 등 5개 항의 공통질문이 포함돼 있습니다. [편집자말]
a  이경복 서울시교육감 예비후보

이경복 서울시교육감 예비후보 ⓒ 남소연

교원단체 명단 공개를 둘러싸고 교육계가 소용돌이치고 있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상임위의 조전혁 의원(한나라당)은 두 차례에 걸친 법원 판결을 무시한 채 버티기에 나섰다. 학부모 알권리가 우선이라는 것이다.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나선 이경복(61, 전 서울고 교장) 후보도 지난 27일 '학부모 알권리 차원이라면 교원단체 명단은 물론 교원의 종교까지도 공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조 의원보다도 한발 더 나간 셈이다.

"기독교인지 불교인지 이런 것도 학부모들에게 공개해도 된다고 본다. 학부모들은 자녀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에 대한 정보를 알고 싶어 한다."

나라꽃인 무궁화를 좋아한다는 이 후보가 이번 선거에 내세운 기치는 '교육선진화를 통한 교육행복권 실현'. 학부모와 학생의 행복권을 구현하는 일이 모든 것에 우선한다는 것이다.

그는 "아이들은 배우는 행복을 느껴야 하고 학부모는 학교 보내는 행복을 누려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학벌주의와 사교육, 그리고 획일적 교육을 극복하고 교육 다양화를 이루는 교육선진화를 추진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인사비리 혐의로 구속된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 시절 시교육청 교육정책국장 등 요직을 지낸 경력이 그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

충남 서천에서 태어난 이 후보는 서울고와 서울대 사범대학을 졸업한 뒤 서울사대부여중, 여의도고 등에서 교사로 근무했다. 이어 1994년에 연구사로 전문직에 들어선 뒤 2005년엔 서울시교육청 교육정책국장을 지냈다. 현 정부 출범 뒤에는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자문위원과 교과부 학교자율화정책자문위원을 맡아왔다.


이 후보와 인터뷰는 지난 27일 오후 8시부터 서울 마포구 공덕동 선거사무실에서 진행했다.

"영유아 의무교육과 무상보육 실현할 것"


- 주 슬로건이 '교육선진화를 통한 교육행복권 실현'이다. 어떻게 교육행복권을 실현하겠다는 것인가.
"아이들은 배우는 행복을 느끼고 교사는 가르치는 행복을 찾아야 한다. 학부모는 학교 보내는 행복을 느끼고. 이를 위해서 우선 비리가 없는 깨끗한 서울교육을 만들겠다. 통학로에 CCTV를 전면 확대 설치하는 등 아이들이 안전한 서울교육으로 교육행복권을 실현하려고 한다. 사교육 없는 서울교육을 만드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서민들에겐 방과후학교를 무상 운영하는 등 방과후학교 운영체제를 혁신해서 사교육비를 줄이겠다. 영유아 의무교육과 무상보육, 그리고 고교체제도 정비해서 단순하고 명료하게 해야 할 것이다."

- 고교체제 얘기를 해보면, 외국어고와 같은 특목고는 특성화고로 만들고 자율형사립고는 더 늘리겠다는 공약을 만든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렇다. 외고는 설립 목적과 어긋나게 사교육 열풍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 국제고와 외국어고는 특성화고로 전환해야 한다. 무엇보다 일반고에서 다양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리고 자율형사립고뿐만이 아니라 일반고도 자율고교로 발전시켜 가야 한다. 자율고교란 선발권을 학교에 주는 것이다."

a  이경복 서울시교육감 예비후보

이경복 서울시교육감 예비후보 ⓒ 남소연

- 그렇다면 근거리 배정제도, 고교 평준화 체제를 깨겠다는 것 아닌가.
"그렇지는 않다. 종교계 학교에 학생을 강제 배정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이런 학교들은 학생들을 선발할 수 있는 권한을 줘야 한다. 학교별 시험을 본다는 것은 아니고 중학교 내신 성적 등으로 자체 선발할 권한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시교육청 교육정책국장으로 있을 때 학부모에게 학교 선택권을 되돌려 드리기 위해 고교선택제를 구상했다."

- 교원단체 명단 공개로 교육계가 시끄럽다.
"교원명단 공개에 찬성한다. 자녀들을 학교에 보낸 학부모의 알권리는 무엇보다도 존중해야 한다. 전교조, 한국교총 등 교원단체 가입 정보는 공개해도 무방하다고 생각한다. 교원단체에서 활동하는 분들이 그 명단을 공개한다고 해서 반대하는 것은 이해하기가 어렵다. 학부모가 요구하는 교원정보라면 그 이상도 공개해야 한다."

- 그렇다면 교원 종교 성향과 같은 정보도 공개해도 된다고 보나.
"그렇다. 기독교인지 불교인지 이런 것도 학부모들에게 공개해도 된다고 본다. 학부모들은 자녀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에 대한 정보를 알고 싶어 한다."

"반전교조 이념 찬성... 단일화 결과 승복하겠다"

이경복(1948)
서울고, 서울대 사범대학 졸업
서울사대부여중, 공항고, 여의도고 교사
교육부 교육현장지원단장(국장)
여의도고, 서울고 교장
서울시교육청 교육정책국장
서울 강남교육청 교육장
중앙대학교 겸임 교수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자문위원
교과부 학교자율화정책자문위원
- 반전교조 후보 단일화를 내세운 바른교육국민연합 협약서를 어제 작성했는데.
"우리 쪽 후보들이 단일화해야 다른 쪽 후보를 이기는 데 도움이 된다. 이런 마음이 중심이다. 그러나 바른교육국민연합이 반전교조를 내세운 이상 반전교조란 이념에 동의하는 후보들이 참여하고 있다고 본다. 나도 반전교조 단일화에 찬성한다. 내가 서울고 교장일 때도 전교조 교사 2명 정도가 이상한 수업을 해서 학부모 항의를 받은 적이 있고, 주의를 준 기억이 있다."

- 5월 6일 바른교육국민연합이 반전교조 단일화 후보를 결정하면 결과에 상관없이 승복할 생각인가?
"투표인단에 특정세력이 개입하지 않는 등 결과가 합당하다면 당연히 승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협약서에 서명을 한 것도 그런 마음 때문이다."

- 교육비리 문제가 화두가 되었다. 이 문제를 바로잡을 방안은 무엇인가?
"솔직히 비리는 제도보다는 사람의 문제다. 깨끗한 사람을 뽑아야 한다. 나는 교육감의 권한을 분산 시켜 비리의 고리를 끊을 것이다. 교육감으로부터 독립된 감사관제를 도입하고 50% 이상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인사검증 사정관제를 도입할 것이다. 교장, 교육장, 교육청 주요간부에 대해 공모제를 확대할 것이다."

- 서울시교육청이 인사비리 대안으로 내놓은 초빙형 교장공모제 100% 방안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한꺼번에 100%를 하려면 준비가 되어야 하고 자원이 있어야 하는데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지 모르겠다. 초빙형 교장공모제 확대는 찬성한다."

- 일정 경력을 가진 교사들도 교장으로 응모할 수 있는 내부형 교장공모제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원칙적으로 반대한다. 교장은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자리다. 교장업무에 대한 이해와 전문교육과정을 이수한 자격증 소지자에 한해 교장 응모자격을 주는 것이 맞다. 자격증 소지자를 충분하게 늘리는 식으로 한 다음에 훌륭한 교장을 공모하는 식으로 추진한다면 굳이 내부형 교장공모제를 할 필요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 인사비리 혐의로 구속된 공정택 교육감 시절인 2005년부터 서울시교육청에서 교육정책국장을 맡았는데.
"검경이 수사를 철저하게 했지만 내가 근무할 때 비리에 연루된 분들은 단 한 명도 없다. 이런 말 하긴 뭐하지만 나는 국가수사기관이 도덕적으로 검증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 철저한 수사에서도 내 주변에서 문제 생긴 것은 없지 않은가. 이후 강남교육청 교육장을 할 때는 지역교육청 가운데 청렴도가 최고인 교육청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나는 수사기관이 도덕적으로 검증한 사람"

a  이경복 서울시교육감 예비후보

이경복 서울시교육감 예비후보 ⓒ 남소연

- 무상급식이 쟁점이다.
"무상급식은 원칙적으로 찬성한다. 하지만 무상급식이라는 용어보다는 무료점심 제공으로 쓰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친환경 무료점심 제공은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2012년까지 50%를 목표로 늘려 나가려고 한다. 모든 학생에 대한 무료점심제공보다 질 높은 친환경 행복점심 제공을 해야 한다. 교육예산의 효율적 측면에서 봐야 한다."

- 결국 먹는 문제는 보편적 복지가 아니라 선별적 복지 차원으로 접근하는 것으로 보인다.
"솔직히 교육격차의 첫 단추가 되는 것은 영유아 교육이다. 만 3~5세 영유아 의무교육, 무상보육 확대를 우선 추진할 것이다. 교육청 안에 기초교육국을 신설해서 이런 업무를 책임지고 전담하게 할 것이다. 법정교원배치와 사서교사배치, 노후시설 개보수 등도 중요하다. 이런 점을 고려해서 무상급식을 추진해야 한다고 본다. 급식문제가 중요하긴 하지만 이것 때문에 정작 중요한 교육정책이 묻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 한날 한시에 같은 시험지로 전국 학생들이 시험을 보는 일제고사 방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기초학력에 대한 전수평가는 필요한 일이다. 이것이 교육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이런 것이 우열을 가리거나 획일적인 교육을 의도하지 않는 것이라면 반대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학생들 누구랄 것 없이 학력의 정도를 알아야 효율적인 교육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 교육감이 되면 경기도교육청과 같은 학생인권조례를 만들 생각인가?
"나는 학생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를 만들 생각이다. 권리와 함께 책임도 가르치기 위함이다. 서울고에 있을 때 학생회가 자유롭게 두발에 대해 결정하도록 했다. 학생자치차원에서 대안을 잘 찾더라. 사랑의 매는 없는 것이다. 모든 체벌에 반대한다."

- 끝으로 못다 한 말을 해 달라.
"무궁화를 좋아하는 나는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샘물교육을 강조해 왔다. 지난 해 서울고 교장을 할 때 무궁화 3000그루를 심던 그 마음을 갖고 행복한 교육을 만들어가고 싶다. 나는 누구보다도 깨끗한 후보이고 교사와 전문직을 거치는 등 능력이 검증된 교육전문가라고 자부한다. 겸손하고 성실하게 일하는 일꾼을 선출해 주셨으면 좋겠다."
#이경복 #서울시교육감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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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부 기자입니다.

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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