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비 날리는 길.
성낙선
바람이 불 때마다 하얀 꽃잎이 아스팔트 도로 위로 화르르 쏟아져 내린다. 바람에 날려 떨어질 때는 꽃비더니, 검은 아스팔트 위에 점점이 뿌려져서는 새하얀 꽃눈이 되어 있다. 어쩔 수 없이 꽃눈을 부드럽게 밟고 지나간다. 그 느낌, 정말 황송하다.
대청호수길에 이렇게 벚꽃이 지고 있다. 이제 이 길의 화려하기 짝이 없는 벚꽃 터널과도 당분간은 작별이다. 하지만 벚꽃이 지면서 봄은 한층 더 무르익고 있다. 대청호수 파란 물이 산자락을 촉촉이 적시면서, 물가에 가까이 늘어선 나무들이 그 어느 때보다 싱그러운 빛을 내뿜고 있다. 한창 물이 오르고 있는 나뭇잎들이 새살이 돋는 듯 순한 빛깔이다. 어리고 여린 잎들이, 아직 푸른 빛보다는 맑은 물빛이 더 강해서인지 연록색 투명한 빛깔을 띠고 있다.
이맘때는 이 나뭇잎들이 여느 꽃잎만큼이나 아름답다. 그렇게 대청호수길에는 지금 연록색 나뭇잎들이 세상 가득 열심히 봄물을 퍼 올리고 있다. 날씨가 아무리 심술을 부려도 봄은 그렇듯 밝은 모습으로 조용히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