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아침 서울시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은 쇼핑 카트를 끌고 온 소매 손님들로 북적였다.
김시연
지난달 30일 아침, 전국 농수산물 최대 집산지인 서울시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을 찾았다. 새벽 경매가 끝난 이른 아침부터 중도매상 앞엔 도매 손님뿐 아니라 자가용이나 쇼핑 카트를 끌고 온 소매 손님들로 북적였다. 최근 채소와 과일 값이 크게 오르고 일부 품목은 품절까지 되는 상황이지만 이곳에서만큼은 시중보다 훨씬 저렴하게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농수산물공사 인창수 과장은 "3월부터가 채소류 생육에 중요한 시기인데 일조량 부족과 저온 탓에 모든 작물이 평년(5년 평균) 동기 대비 30% 정도 가격이 올랐다"면서 "다만 높은 시세가 형성되면 기존 개별 판매하던 것과 상품성 떨어지는 것까지 모두 가락동 시장으로 몰리기 때문에 전체 물량은 예년 90~95% 수준으로 크게 줄지 않았다"고 밝혔다.
인창수 과장은 "4대강 사업이 채소 값에 영향을 주는 큰 요인은 아니"라면서 "채소류는 한번 심으면 두세 달 후에 수확하기 때문에 농경지 감소보다는 농가들의 작목 전환이나 시설원예 난방비가 더 큰 변수"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무와 배추의 시세 역전 사례를 들었다. 작년 이맘때 시세가 안 좋았던 무는 올해 적게 심은 탓에 올해 2배 이상 치솟은 반면, 작년 고가였던 배추 값은 오히려 작년 70%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농림수산식품부 채소특작과 안형덕 사무관 역시 "요즘 날씨 영향으로 줄긴 했지만 시설원예 생산량은 계속 늘어 오히려 과잉이 걱정돼 적정하게 줄이는 상황이었다"면서 "전국 채소재배지 가운데 4대강 둔치 경작지 비중이 작아 수급이나 가격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전국 시설원예지 면적이 5만㏊ 정도이고 경남북 지역이 2만1500㏊인데, 낙동강 사업으로 보상받는 하천둔지 경작지는 2900㏊, 이중 시설 원예지는 1/3인 1천㏊ 정도여서 경남북지역에서도 5%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4대강 유역은 발등의 불... 대체 농지-산지 확보 비상중앙정부나 서울지역에선 이처럼 여유를 보이는 반면 4대강 주변 지역은 당장 발등에 불이다. 특히 하천 둔치 수용 면적이 가장 넓은 낙동강과 금강 지역이 가장 민감하다.
매달 농산물 재배 면적과 작황, 가격 동향 등을 조사해 발표하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에서도 4대강 사업이 지역별, 품목별로 부분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농업관측센터 과일과채관측팀이 지난달 29일 자체적으로 집계해 <오마이뉴스>에 제공한 '품목별 4대강 사업 수용 면적' 자료에 따르면 수박(575㏊), 딸기(250㏊), 토마토(237㏊), 오이(87㏊) 등 과채류 6개 품목에서만 1185㏊의 농경지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의도(약 300㏊)의 약 3배 면적으로 무, 배추, 감자 등 채소류와 과일류가 빠진 걸 감안하면 적지 않은 규모다. 특히 딸기는 '용강 딸기'로 유명한 경남 양산(90㏊)과 밀양(150㏊)에, 수박은 금강 유역인 충남 부여(345㏊), 경북 구미(120㏊)에 몰려 지역별 편중도가 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