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방중은 중국 주권문제...천안함 북배후설은 언론추측"

중국외교부 대변인...관영언론도 "한국, 천안함 관점 남에게 강제못해"

등록 2010.05.06 17:19수정 2010.05.07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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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대체 : 6일 오후 7시 15분]

 

'김정일 방중'과 관련해 외교통상부가 장신썬 주한 중국대사를 '초치'(불러들임)하고, 현인택 통일부 장관이 장 대사에게 '중국의 책임있는 역할'을 강조한 것에 대해, 중국이 반격하고 나섰다.

 

장위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6일 공식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의 방중에 대해 "어떤 국가 지도자의 방문을 받아들이는 것은 중국의 내부 문제며 주권의 범위에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천안함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김 위원장의 방중을 허용한 중국에 항의했다는 보도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두 가지 문제(김 위원장의 방문과 천안함 사건)는 별개"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왜 천안함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미묘한 시점에 김 위원장의 방중을 허용한 것이냐는 한국측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된다.

 

장 대변인은 '천안함 사건'이 북한의 소행일 가능성이 크다는 각국 언론의 보도에 대해서는 "언론의 추측"이라면서 "아직까지 한국 정부로부터 공식 조사 결과를 전달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국은 수차례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태도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는 점도 강조했다. 사실상 천안함 사건의 배후를 북한으로 보고있는 한국 정부와는 분명히 선을 그은 것이다.

 

'천안함 사건-6자회담 별개' 입장 분명히 해

 

그는 또 "6자회담은 한반도 비핵화와 동북아시아의 장기적인 안정을 도모하는 가장 바람직한 채널"이라면서 "우리는 유관 당사국들과 대화와 소통을 유지하면서 조속히 6자회담을 재개하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안함사건과 6자회담은 별개의 문제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와 관련해 <연합뉴스>는, 장 대변인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6자회담에 복귀할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보도를 부인하지 않은 채 이런 말을 했다고 전했다.

 

장 대변인은 그러면서도 장신썬 대사에 대한 '초치'문제 등과 관련해 "내가 듣기로는 아직까지 한국 측이 공식 항의를 한 사실은 없다"고 말했고,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양국 간에 갈등이나 균열은 없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이번 상황이 이대로 끝날지는 미지수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발행하는 국제문제 전문지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이날 "한국은 중국에 오해를 갖고 있다"며 "북한지도자의 방중문제와 관련해 중국의 책임을 지적하는 것은 근거가 없다"고 보도했다. '한국, 중국의 김정일 환대에 불만'이라는 제목의 1면 머릿기사였다.

 

 <환구시보>의 인터넷 설문조사 화면.
<환구시보>의 인터넷 설문조사 화면.
<환구시보>의 인터넷 설문조사 화면.

<환구시보>는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의 관영언론이라는 점에서 이번 '사건'에 대한 중국 정부의 태도를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신문은 장 대사에 대한 초치와 관련해 "한국 정부가 특정 현안과 관련해 중국대사를 불러들인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고 보도했다. 또 현 장관이 장 대사에게 한 발언과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가 당 회의에서 중국에 대해 "실망스럽고 우려된다"고 한 말도 소개했다.

 

신문은 또 한반도 전문가들인 중국국제문제연구소 진린보 연구원, <인민일보> 전 북한 주재 특파원 쉬바오캉, 랴오닝사회과학원 뤼차오 연구원과 한 인터뷰를 통해 한국 정부에 대해 비판했다.

 

"중북 정상회담은 정해져 있던 것"... "'천안함' 심판 역할 희망하는 건 너무 유치"

 

진린보 연구원은 "중북 정상회담은 일찌감치 정해진 일"이라며 "천안함 사건이 결론이 내려졌다 해도 이는 개별적인 사안으로 중북관계, 정상회담, 6자회담 등 문제와 연계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쉬바오캉 전 특파원은 "한국이 중국에 대해 불만을 갖는 중요한 원인은 중북, 중한관계를 단순하게 대립적으로 보기 때문"이라며 "분명히 알아야 할 점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유리한 것을 핵심적으로 기대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뤼차오 연구원도 "천안함 사건이 북측의 소행이라는 것은 아직 추측일 뿐"이라며 "한국이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중국이 '심판'의 역할을 맡아줄 것을 희망하는 것은 너무 유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한국은 천안함 사건 문제와 관련해 자신의 관점을 남에게 강제할 수는 없다"며 "한국 언론이 천안함 사건에 대한 중국의 태도가 향후 100년의 한중관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식으로 보도하는 것은 더욱 비이성적"이라고 덧붙였다.

 

<환구시보>는 인터넷 사이트인 '환구망'을 통해 5일 저녁부터 "'김정일 방중' 관련, 한국의 중국에 대한 언행을 어떻게 보느냐"는 내용으로 인터넷 설문조사도 진행하고 있다.

 

2008년에는 MB 방중 중에 외교부 대변인 "한미동맹은 냉전기 군사동맹" 비판

 

이번 한중 간의 외교 갈등은 2008년 이후 두 번째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 후 한미동맹 강화 등 미국 중심 외교기조를 분명히 하자, 그해 5월 친강 당시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공식브리핑에서 "한미군사동맹은 역사가 남긴 산물이며 냉전시기의 군사동맹으로는 세계와 지역이 당면한 안보문제를 제대로 처리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고 있던 때라는 점에서 외교적 결례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그는 "이는 완전하고 체계적인 중국의 공식 입장"이라고 반박했다. 또 <인민일보>와 <해방일보>는 "이 대통령의 냉전적 사고로는 최고경영자(CEO)적 국가 경영 못해"라는 논평을 내기도 했다.

 

수습을 위해 정부는 지난해 12월 이 대통령의 최측근인 류우익 전 대통령실장을 주중대사로 보냈지만, 별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2010.05.06 17:19ⓒ 2010 OhmyNews
#환구시보 #김정일 방중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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