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밤빨래하며

다세대 가구 빨랫줄 생각

등록 2010.05.07 18:56수정 2010.05.07 18:56
0
원고료로 응원
밤늦게 빨래를 한다
한 지붕 아래 
다세대식구들
행여 잠깨울까
콸콸 수돗물 소리
소금치듯 죽이며, 
 
발가락 나온 양말 두짝
무릎 나온 추리닝
기름 묻은 작업복
구멍 난 런닝구…팬티…
손가락 떨어져 나갈 듯
시린 물에 비누거품
일구어 헹군다.
 
좀처럼 얼룩이
지워지지 않는
낮동안 묻은 
커피 얼룩 같은
마음의 찌든 때도
얼마간 두손으로
비누칠해서
물소리 소금 치듯이
죽여가며 비벼빤다.
 
한 지붕 아래
다세대 식구들
하나의 그물망처럼
날줄씨줄로 엮인
빨랫줄 하나 가득,
 
땀과 피곤에 찌든 
오늘을 씻어 말린다.
가뿐하게 입고 
출근할 내일의 몸을 
눈부신 달빛에 
표백해서 말린다.
 
흔들 흔들 옆으로
앞으로 뒤로 줄을 맞추어
야간 행군하는 것처럼
꿈의 깃발을 다함께
부산하게 펄럭이며,
 
물먹은 것처럼
무거웠던 어제를
반짝반짝 빛나는
별빛 속에 보송보송 말린다.
 
a  빨래

빨래 ⓒ 송유미

빨래 ⓒ 송유미
2010.05.07 18:56ⓒ 2010 OhmyNews
#밤빨래 #새벽 #다세대 가구 #빨랫줄 #행복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마음이 곧 인간이다고 한다. 지식은 곧 마음이라고 한다. 인간의 모두는 이러한 마음에 따라 그 지성이 나타난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추석 때 이 문자 받고 놀라지 않은 사람 없을 겁니다 추석 때 이 문자 받고 놀라지 않은 사람 없을 겁니다
  2. 2 아직도 '4대강 사업' 자화자찬? 이걸 보고도 그 말 나오나 아직도 '4대강 사업' 자화자찬? 이걸 보고도 그 말 나오나
  3. 3 최근 알게 된 '평생직장', 정년도 은퇴도 없답니다 최근 알게 된 '평생직장', 정년도 은퇴도 없답니다
  4. 4 우리 모르게 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왜? 우리 모르게 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왜?
  5. 5 [단독] "김건희 사기꾼 기사, 한국대사관이 '삭제' 요구했지만 거부" [단독] "김건희 사기꾼 기사, 한국대사관이 '삭제' 요구했지만 거부"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