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며칠 간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동북아 관계는 긴박하게 돌아갔다. 한중 정상회담이 있은 지 3일만에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전격적으로 방중함으로써 파격적인 행보를 남기고 떠났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우리 사회에서는 '뒤통수 맞았다'며 중국의 '이중적 태도'에 불만을 나타내는 소리도 적지 않게 분출되었다.
다행히 현재는 양측의 조기 수습 노력으로 불거졌던 갈등이 다시 봉합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봉합은 봉합일 뿐, 근본적 치유는 될 수 없다. 현재와 같은 상태로는, 양국의 갈등이 언제 어떤 식으로 또 다시 불거져 나올지 모르는 것이다.
한중 관계의 갈등의 골은, 물론 양측 모두에게 그 원인이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양국 관계가 보다 더 안정되고 성숙한 상호 윈-윈으로 발전해 나가기 위해서는 양측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여기에서는 중국의 문제는 일단 중국에게 맡기고, 우리에게 미흡하게 느껴지는 우리의 개선점에 대해 몇 가지 제언하고자 한다. 이에, 우리 사회의 고질병과 같은 '좌'와 '우' 및 '보수'와 '진보'라는 편협함도 초월하여 이 시대 우리가 더 가까이해야 할 중국에 대한 담론 형성과 이를 토대로 한 우리의 국익 추구 등을 위해 진지하게 경청해 주시기를 바란다.
먼저, 중국을 보다 더 '이해'해 주자
이와 관련, 우리는 무엇보다도 먼저, 남북 관계에 관한 한 남북 양측을 좌고우면해야 하는 중국의 쉽지 않은 처지를 이해해 줄 필요가 있다. 북한의 위정자들을 바라보는 중국의 시선(지도자나 일반 중국인들 모두)은 대체적으로 호의적이지 않다. "인민도 제대로 먹여 살리지 못하는 최악의 독재정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중국의 절대절명의 과제와도 같은 지속적 경제성장을 고려할 때, 중국은 그러한 북한이라도 토닥거리며 끌고 가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지 않아도 중국의 대내 환경은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는" 격인데, 이 상황에서 북한마저 말썽을 피우며 대외 환경 또한 쉽지 않게 만든다면….
이와 같이, 경제성장을 위해 안정적인 대내외 환경이 필수적인 중국은, 국제사회의 부랑아 북한을 "미운 놈에게 떡 하나 더 주듯이" 보듬고 눈치 보며 나가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중국으로서는, 북한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는 그 원초적인 위협만으로도, 미국 등과는 달리 대북 외교적 선택지가 극히 제한적인 것이다. 이러한 중국을 우리의 입장만 내세우며 "남북에 양다리 걸쳤다", "북한에 더 기울었다", "못 믿겠다"라는 식으로 더욱 곤란하게 만드는 것은 과연….
다음으로, 중국을 보다 더 '대우'해 주자
중화의식이 뿌리 깊은 중국이다. 그러한 나라가 우여곡절의 근현대사를 거치며 한동안 조용하다가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급속한 경제성장에 힘입어 다시 대국의식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그 중국을, 우리는, 특히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부지불식간에 자존심 상하게 하곤 하며 오늘에 이르고 있으니,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이 우리를 호의적으로 보기란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이와 관련, "도대체 우리가 중국에 대해 뭘 어떻게 잘못하고 있다는 것인가?"라는 항변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우리 입장만 고집 말고 중국의 입장에서도 한번 생각해 보자. 그렇게 되면, 우선, 미-중을 사이에 둔 현 정부의 외교정책도 중국으로서는 섭섭할 수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물론 우리 정부가 미국을 좀 더 중시한다고 해서 중국을 싫어하거나 경시한다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예를 들면, A와 B가 있는데 A와 B 둘 다 나쁘지는 않다. 그렇지만 둘 사이에서 A가 좀 더 마음에 들고 그래서 그만큼 더 A에 신경 쓰고 한다면, 그 때 B의 기분은 과연? 바로 이런 것이다. 중국도 대국인데 한국은 왜 미국, 즉 A만 찾고 A만 더 편애하느냐 하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우리 정부의 대중 외교에는 좀 더 많은 '센스' 가 절실하다. 싫건 좋건 "우리도 대국인데 말이야…"하는 의식이 더 강해지고 있는 중국의 현실적 특성도 좀 더 고려하며 그에 대해 배려해주는, 하다못해 배려해 주는 듯한 '연출'과 '센스'가 필요한 것이다. 광활한 대국의 후예라지만, 이와 같은 부분에서는 사소한 일에도 뾰로통하고 씩씩거리며 이를 갈곤 한다는 점도 잊지 않도록 하자.
마지막으로, 중국을 보다 더 '사랑'해 주자
어떤 한 상대와 잘 지내기 위해서는 사랑이 필요하다. 아울러 그 상대를 사랑하기 위해서는 그에 대한 진지한 관심 등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중국을 어떻게 바라보고 다가가야 하는가?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편견투성이 중국관'과 '시대착오적 중국관' 등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중국은 미국이나 일본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일 등을 바라보는 연장선상에서 바라보아서는 안 된다. 중국을 미-일을 바라보던 시각에서 바라보다 보니, 이 나라가 온통 일그러지고 저급하게 보이기 십상이다. 이들 서방국가적 잣대에서 바라보고 재단하려다 보니, 이 나라의 많은 것이 "이상하고", "황당하며" 또 "이질적이고", "우습게" 보이기 십상인 것이다. 그런데, 사회주의를 지향한다는 이 나라를, 그것도 우리 인류가 접한 적이 없는 13억의 거대한 단일 국가인 이 나라를 서구적 잣대 위주로 바라보는 것이 과연 얼마나 타당할까? 거대한 중국이라는 새로운 객체는 그에 걸맞는 새로운 관점에서 새롭게 바라보며 다가서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또한 아직도 적지 않은 한국인들이 한국이 중국보다 경제적으로 좀 더 앞섰다는 이유만으로 중국을 하대하는 시대착오적 중국관에 빠져 있는 것 같다. 그들은 19세기와 21세기가 공존하는 중국에서 "우리도 이전에는 그랬었지"하며 19세기적 중국을 애써 부각시키며 자족해 한다. 반면에, 최첨단의 21세기적 중국에 대해서는 짐짓 외면하는 모습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로 인해 중국, 중국인들 사이에서 한국, 한국인들에 대한 반감과 혐오감 또한 늘어나고 있으니 이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이 아니겠는가….
김정일의 방중을 전후로 빚어진 한중 양국 사이의 롤러코스터와 같은 불안정함은 언제든지 재연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상황은 한중 양국뿐 아니라 동북아 역내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서도 바람직스럽지 않다. 이를 고려할 때, 한중 양국은 지난 며칠간의 긴박함을 쉽게 내려놓아서는 안 될 것이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듯이"라는 속담처럼, 이번 경험을 보다 더 굳건하고 단단한 한중 관계 건설과 그 속에서의 상호 윈-윈을 위한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일본유학과 미국유학 가운데 간접적으로 접하고 느낀 중국과, 중국유학을 거친 뒤 중국에서 7년간 생활하는 가운데 직접적으로 접하고 느끼며 종합적으로 체득하게 된 위와 같은 고언을 부디 진지하게 경청하고 음미해 주기를 다시 한번 간곡히 바라고 또 바란다.
2010.05.09 15:02 | ⓒ 2010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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