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사업에 대한 국민의 걱정이 커지고 있습니다. 수만 년 동안 너른 강과 거기에 의지해 살아온 생명들을 몰아내고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할 천혜의 비경들을 파괴하기 때문만이 아닙니다. 운하 사업의 전 단계라는 의심 때문만도 아닙니다. 홍수 대비나 수질 관리, 수자원 확보 등을 위한 올바른 치수정책이 아니라고 생각해서만도 아닙니다. 국가 발전과 국민 생활을 위해 규형 있게 쓰여야 할 정부 예산과 민간 자본이 4대강 사업에 편중 투입되는 데 대한 불만 때문만도 아닙니다.
우리는 무엇보다 4대강사업이 초래하고 있는 첨예한 사회갈등과 국론분열 혀상에 대해 우려하고 있습니다. 환경단체는 4대강사업 자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반대해왔습니다. 환경과 생태계 파괴를 걱정하는 시민사회와 학계의 반대도 큽니다. 수자원관리 차원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반대 목소리가 끊이지 않습니다. 최근에는 종교계까지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단순한 반대가가 아니라 저항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정부를 비롯한 찬성 측은 '4대강 살리기'라며 밀어붙이지만 반대 측은 '4대강 죽이기'라며 저항합니다.
4대강 사업의 내용만이 아니라 추진 과정에 대해서도 많은논란이 있습니다. '4대강 사업 저지 국민소송'에서는 절차적 문제도 제기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신념과 정책도 추진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지 못하면 국민의 동의를 받기 어렵습니다. 4대강사업은 반대자를 비롯해 국민 70%가 동의하지 않는 사업이라는 것을 정부도 잘 알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국민의 동의를 구하는 과정을 생략하고 반대자와 토론도 기피해왔습니다. 지금도 반대 여론이나 문제 제기를 '국민이 잘 몰라서'거나 '정부가 홍보를 잘 못해서'라고 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이런 태도는 단순히 국민이 4대강사업을 불신하는 차원을 넘어 대통령과 정부로부터 멀어지고 더 나아가서 민주주의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과 의지를 의심하는 단계로까지 악화되고 있습니다.
대통령과 정부가 4대강 환경을 개선하고 기후변화에 대비하겠다는 뜻은 국민 모두가 환영할 일입니다. 우리나라 강 생태계가 산업화 과정에서 이루어진 무분별한 개발 탓에 훼손이 심각한 곳도 있습니다. 이런 고슬 찾아내 제대로 복원하겠다면 반대할 국민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문제는 4대강사업이 그렇지 않도 많은 국민이 생각하느네 있습니다. 이 사업의 핵심이 690.5km에 이른 구간의 강바닥과 둔치를 파내고 16개의 보를 건설하는 것에 있기 때문입니다. 홍수와 가뭄의 피해를 줄이려면 재해에 취약한 지역을 가려내 그곳에 맞는 대책을 세우는 일이 필요합니다. 맑은 물이 흐르고 홍수와 가뭄이라고는 단 한 차례도 경험해본 적이 없는 강줄기까지 막고 파헤쳐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강은 인간의 짧은 생애로는 가늠조차 할 수 없는 오랜 지화의 시간과 모습을 간짓하고 있습니다. 무수한 새강을 감싸며 바다로 흘러내리는 강은, 그 너른 수역에 깃들어 있는 모든 생명체들이 살아가는 터전입니다. 강은 또한 대다수 국민들이 의존하고 있는 생명수의 원천이기도 합니다. 4대강사업이 강을 살리는 사업이라면 2년 만에 서둘러 끝낼 일이 아닙니다. 국민적 동의와 절차적 정당성을 결여한 채 성급하게 추진해서 치명적인 문제점이 드러날 경우 결과를 돌이키기도 사태를 감당하기도 어렵기 때문입니다. 제 아무리 과학기술이 발전하더라도 홍수와 가뭄과 같은 자연의 변화를 완전하게 막을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그것이 가져올 피해를 줄이려는 노력을 포기하지 안되,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지 않고 순응하겠다는 겸허한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이제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할 떄입니다. 4대강사업의 실효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진지하게 검토할 기회를 갖기를 요청합니다. 이 사업으로 빚어진 사회갈등과 대립의 물줄기를 하나로 모아 강을 진정으로 살리고 민주주의를 한걸음 더 발전시키는 지혜를 발휘하길 기대하면서 다음과 같은 결단을 바랍니다.
1. 4대강사업을 일단 중단하고 이 사업이 강 생태계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합리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합니다.
2. 4대강 사업이 강이 심하게 오염되었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맑은 물이 흐르는 강줄기는 사업 대상에서 제외하고, 수질이 나쁜 물줄기에 대해서는 오염원을 파악해 오염물질을 줄이려는 기본적인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습니다. 산업화, 도시화 과정에서 훼손된 강변은 생태적으로 되사려야 합니다.
3. 홍수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하여 사업이 필요하다면 모든 강줄기의 바닥을 파내기기 보다는 홍수에 취약한 지역에 한해 홍수대비책을 세워야 합니다.
4. 물 부족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사업이 필요하다면 장래에 물이 어디에서 얼마만큼 부족한지 검토하고, 산간지역과 도서지역 등 물 부족 예상지역을 대상으로 소규모 저수지 건설 등 실질적인 대안들을 모색해야 합니다.
위의 4개항에 대해 적극적 검토와 소통이 이루어진다면 국민들의 마음을 담아 대화에 나설 것입니다. 우리는 이와 같은 제안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논의하기 위해 4대강 사업의 최고 책임자인 이명박 대통령과 면담을 공식 요청합니다.
4대강 사업의 새로운 해법을 위한 제안인
강대인(대화문화아카데미 원장), 고철환(서울대학교 교수), 권근술(남북어린이어깨동무 이사장), 권진관(성공회대 교수), 김경재(한신대학교 명예 교수), 김근상(대한성공회 서울교구 주교), 김상화(낙동강 공동체 대표), 김수종(전 한국일보 주필), 김영호(유한대학 총장, 전 산자부 장관), 김용택(시인), 김원(건축가, 건축환경연구소 광장 대표), 김재옥(소비자시민모임 회장), 김정욱(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 김흥남(이화여자대학교 교수, 전 국립중앙박물관장), 도법(스님,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상임 대표), 도종환(시인), 민병석(전 한겨레통일문화재단 이사장), 박경조(대한성공회 주교, 녹색연합 공동 대표), 박영숙(미래포럼 이사장), 박은정(서울대학교 교수, 한국인권재단 이사장), 박원순(희망제작소 상임이사), 박재현(인제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 박종화(목사, 경동교회 당회장), 박진도(지역재단 상임이사, 충남대학교 교수), 박창근(관동대학교 교수, 대한하천학회 부회장), 법륜(스님, 평화재단 이사장), 서명숙(제주올레 이사장), 서한태(의사, 목포환경과건강연구소 소장), 성해용(목사,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원장), 손호철(서강대학교 교수), 송보경(서울여자대학교 책임 교수), 송상용(한림대학교 명예 교수), 송학선(의사, 송학선치과 원장), 승효상(건축가, 이로재 대표), 신경림(시인, 동국대학교 교수), 신경하(목사, 기독교 대한감리회 전 감독 회장), 신인령(전 이화여자대학교 총장), 심재식(의사,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이사장), 안병옥(기후변화행동연구소 소장), 안병욱(가톨릭대학교 교수), 양길승(녹색병원 원장), 엄기영(전 문화방송 사장), 유지나(영화평론가, 동국대학교 교수), 유홍준(명지대학교 교수, 전 문화재청장), 유경로(친일인명사정편찬위원장, 전 한성대학교 총장), 윤순진(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 윤장현(한국YMCA 전국연맹 이사장), 윤제용(서울대학교 공대 교수), 윤준화(6월 민주포럼 대표), 이규용(전 환경부 장관), 이부영(동북아평화연대 공동 대표), 이상돈(중앙대학교 법대 교수),이석태(법무법인 덕수 변호사), 이선종(원불교 천지보은회 상임대표), 이시재(가톨릭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이윤기(작가), 이준구(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이철수(판화가), 이혜경(여성문화예술기획 이사장), 인병선(짚풀생활사박물관 관장), 임옥상(화가, 임옥상미술연구소 대표), 임진택(연출가, 소리꾼), 임현진(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학장), 장재연(아주대학교 예방의학과 교수, 환경보건포럼 대표), 전영우(국민대학교 산림자원학과 교수), 정희성(시인, 전 한국작가회의 이사장), 조연환(생명의숲 상임대표, 전 산림청장), 조한혜정(연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교수), 조형(한국여성재단 이사장), 지영선(언론인,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최열(환경재단 대표), 최영찬(서울대학교 농업경제사회학부 교수), 최재천(이화여자대학교 에코과학부 석좌 교수), 호인수(부천 고강동성당 신부), 황상근(신부, 창조보존천주교연대 대표), 황상민(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황석영(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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