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지방선거가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각 당의 정치 공세 수위가 높아져가면서, 풀뿌리 의제들이 정치공세와 흑색선전에 묻히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성능 좋은 유세차량을 포기하고 친환경 자전거 유세차량(위 사진)을 도입한 후보들이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매연과 소음 뿜는 유세차 포기하고 자건거 유세차 도입
인천 부평구에서 기초의원으로 출마한 민주노동당 이소헌(38) 후보는 주변에 만류에도 불구, 과감히 성능 좋은 선거 유세 차량을 포기하고 친환경 자전거 유세 차량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이 후보가 선택한 자전거 유세 차량은 대구 희망자전거 제작소에서 제작한 것으로 삼륜으로 돼 있다. 뒷바퀴에는 급회전 시 전복을 방지하기 위한 기어도 장착돼 있다. 조명등까지 갖춰 야간에도 운행이 가능하며, 유세차량이 진입할 수 없는 재래시장, 골목길, 아파트 단지 등에도 자유롭게 진입해 유세를 할 수 있다.
이 후보는 무엇보다 자전거 유세차량이 전혀 공해를 배출하지 않을 뿐 아니라 대형 스피커를 장착해 소음 공해를 유발하지도 않는 장점이 있어 선택했다. 여기다 유류비도 들지 않는 충전식이다. 이 후보는 2006년 지방선거에서 아파트 단지와 시장을 돌며, 유세를 할 때 대형 유세 차량에서 나오는 매연과 소음으로 인해 유세를 하는 내내 미안한 마음을 가졌다.
정치인이 오히려 정치적 불신을 초래한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 세발 자전거 유세차량은 이런 미안한 맘을 전혀 가지지 않으면서도, 선거운동을 떳떳이(?) 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 후보는 지난 9일 부평구 소재 한 공원으로 유세 자전거를 끌고 나가 시험해 보았다. 함께 선거운동을 하는 자원봉사들이 더 신이 났다. 그러다 보니, 동네 꼬마들이 삼삼오오 모여 결국 수십 명의 아이들이 유세차량 주변으로 모여 들었다. 핸드폰으로 기념 촬영하자는 주문도 쇄도했다.
아이들과 함께 나온 주부 유권자와도 자연스럽게 교육, 학교 폭력, 보육 문제 등에 대해서도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됐다. 민노당이 추진하는 무상급식을 설명하자 일부 주부들은 지지의사를 보이기도 했다. 이 후보가 만약 차량을 이용해 유세차량을 꾸몄다면 이런 만남은 없었을 것이다.
이소헌 후보는 "선거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누구나 자신의 바람을 이야기하고 나누는 시끌벅적한 민주주의의 축제입니다.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는 주민들의 바람과 요구를 듣기 위해 덩치 큰 트럭 유세차와 성능 좋은 스피커를 버렸다"고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며 "쩌렁쩌렁 울리는 로고송과 마이크를 타고 울리는 유세 연설을 포기하고, 동네 구석구석 찾아다니며 주민과 얼굴 맞대고 대화할 수 있는 귀를 더욱 크게 열고 주민 의견을 꼼꼼히 들을 수 있는 정겨운 자전거 유세차량을 선택했다"면서 "매연과 소음을 뿜는 유세차를 포기하고, 자전거 유세차를 도입하는 게 이명박 정부가 말하는 녹색성장 아닌가요"라고 말했다.
희망자전거 제작소에 따르면 유세 자전거는 100대를 한정 제작할 예정이었지만, 인천, 대구, 서울 등 전국에서 주문이 들어와 생산 물량을 늘렸다고 한다. 희망자전거 제작소 관계자는 "친환경이라는 장점 등으로 인해 전국적으로 민주, 민노, 진보신당 후보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인천에서도 민노당 김종현 부평 기초의회 후보와 민주당 박우섭 남동구청장 후보 등이 자전거 유세차량을 사용하기로 했다.
보통 기초 구·군 후보의 유세차량은 차량 대여, 음향기기 등을 설치하면 대략 1천만 원을 초과한다. 여기다 시·도의원의 유세차량은 LCD 모니터와 음향기기 등을 설치하면 대략 2천만 원 대에 이른다. 기초단체장과 광역단체장의 경우 유세차량 임대 및 세팅 비용으로 수천만 원에서 1억 원 정도를 지출한다.
하지만 자전거 유세차량의 임대비용은 제작원가인 340만 원에서 380만 원이면 충분하다. 조명까지 포함된 비용이다. 약간의 음향기기만 장착하면 된다. 이런 비용은 기존의 유세차량을 임대하는 것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이다. 세금으로 선거 비용을 보전 받는 선거에서 후보자별로 수백만 원은 절약할 수 있게 된다.
자전거 타고 선거 운동하니 분위기 '업'
민주당 이후종 부평 기초의회 후보도 예비후보 등록과 함께 3개월째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누비고 있다. 유권자가 수만 명에 이르지만 도심이다보니, 20여 분이면 어디든지 이동이 가능하다. 예비후보 때부터 자전거를 타다보니 이젠 '자전거 아저씨', '자전거 후보'라는 애칭도 얻었다.
이 후보는 "선거를 4번 나와 낙선했다. 힘들었지만, 자전거를 타고 선거운동을 하니 동네 분들도 좋아하고, 미처 발견하지 못한 파손된 하수구도 발견하는 등 동네 구석구석 민원을 발견할 수 있게 돼 좋다"고 말했다.
민노당 김상용 부평 기초 후보도 자건거를 주로 이용한다. 부평 토박이인 김 후보는 모르는 골목이 없을 정도다 보니, 차량 이동보다 자전거 이동이 훨씬 빠르다고 귀띔해 준다.
김 후보는 10일 새벽부터 인천지하철역까지 자전거를 타고 이동해 출근하는 시민들에게 인사와 함께 명함을 건네고 자전거를 이용해 선거 사무실로 이동했다. 김 후보는 '인천자전거도시운동본부' 회원이라 평소에도 교통 수단으로 자건거를 이용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10.05.11 11:15 | ⓒ 2010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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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도 녹색혁명... 자전거 유세차, 무공해·무소음 '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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