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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가요 가사의 영향 때문인지 민들레 씨앗을 '민들레 홀씨'라고 합니다.
무슨 이름으로 불리든 그들이 가진 생명의 속성이야 달라지지 않겠지만, 기왕이면 그들의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는 것도 그들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을 합니다.
노란 민들레가 꽃을 피우고나면 텅 빈 줄기가 높이 올라와 민들레 씨앗을 맺습니다.
바람을 이용해서 그들의 영역을 넓혀가기에 작은 바람에도 멀리멀리 날아갈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작은 공모양으로 피어났습니다.
이른 아침, 여행을 준비하는 작은 씨앗들을 조금이라도 더 붙잡아 놓고 싶은 마음을 이슬로 붙잡아 놓습니다.
그 작은 것들과 눈맞춤을 하자니 무릎을 꿇게 됩니다.
대지에 무릎을 대는 일을 통해서 내 몸의 가장 아랫부분인 발바닥이 하늘을 향하게 됩니다. 발바닥이 언제 하늘을 볼까 생각해 보니 인간이 겸손해지는 순간입니다.
몸의 가장 낮은 곳에서 온몸의 무게를 지탱하며 여행을 하게 하는 발바닥, 굳은살로 별로 살갑지도 않은 발바닥, 그로 하여금 하늘을 볼 수 있게 하는 행위는 생명의 어머니 대지에 입을 맞추는 그 순간입니다.
아주 작은 세계라서 보려고 하는 이들에게만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대부분 무심히 지나치는 것들 속에 들어 있는 온전한 생명, 그 속에는 우주의 섭리가 들어 있는 것이지요.
그것을 보지 못하면 그들을 함부로 대하게 되고, 그들이 아파 비명을 지르는 소리에도 둔감해집니다. 마지막으로 존재하던 그들이 떠나야 비로소 후회를 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러나 지구상에서는 하루에도 수백 종이 인간의 횡포를 이기지 못하고 영영 떠나갑니다.
간혹 주목을 받는 것들도 있지만, 돈에 눈이 먼 사람들에게는 귀찮을 뿐입니다.
그들을 이용해서 자신들이 하는 일을 반대하려는 불순한 의도를 가진 세력들의 들러리를 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합니다.
이 세상에서 자연을 그리 함부로 대하고, 자연을 경제적인 가치와 비교하며 자연을 불손하게 대하는 종은 인간 외에는 없을 것입니다.
동물의 세계를 보면서 잔인하다고 혀를 내두르지만, 실상 자신들이 하는 일이 얼마나 잔인한 일인지 알지 못합니다. 오히려 동물의 세계는 철저하게 자연적임에도 겉으로 드러나는 것만으로 미개 혹은 야만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것입니다.
작은 것, 느린 것, 단순한 것은 크고 빠르고 복잡한 것들에 의해 이 사회에서 퇴물취급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결국 그것이 지구촌을 살려낼 것입니다.
오늘 아침에는 민들레 씨앗에 맺힌 이슬사진을 담고 돌아와 직접 키운 실파와 상추 솎은 것과 취나물 이파리, 산초의 연한 이파리로 쌈밥을 먹었습니다.
그들에게 '나의 일용할 양식이 되어주어 고맙다'고 했습니다.
물질적인 풍요가 인간을 얼마나 행복하게 해주는지 모르겠지만, 이런 소소한 행복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삶입니다.
이슬이 내린 곳에서 무릎을 꿇고 사진을 담다보니 바지가 흠뻑 젖었습니다.
지천명의 나이를 바라보는 사람이 아이들처럼 옷이나 더럽히고 다니는 모습을 본 아내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맞긴 맞나봐. 마음만 어린아이처럼 되는 게 아니라, 몸도 그렇게 되는가봐. 좋겠네. 어린 아이같지 않으면 하나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고 했는데 하는 품이 어린아이 같아서.'
미안한 마음에 바지를 벗어놓고 이불을 빱니다.
세탁기로 빠는 이불보다 발로 밟아가며 빠는 이불빨래가 얼마나 정감이 있는지, 굳은살 잔뜩 박인 발이 좋아라 합니다.
민들레 홀씨는 없고, 민들레 씨앗은 있습니다.
그 작은 것들 이름 하나 제대로 불러주는 것도 그들에 대한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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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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