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를 통해서만 과거에 묶인 나를 해방한다

[서평] <죄책이여 안녕> 용서를 통해 두려움에서 방면하기

등록 2010.05.12 20:09수정 2010.05.12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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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은 이런 말을 들어 봤는지요?

'공격은 두려움의 반영이다.'


그렇죠? 어디선가 들어 본 적이 있는 낯익은 말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말은 들어 봤는지요?

'자기 과시는 결국 자기 열등감의 표현이다.'

이 역시 낯설지 않을 것입니다. 현상의 진실과 내면의 진리는 같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도리어 정 반대일 때가 더 많습니다. 이를 잘 살피고 갈래를 탈 수 있어야 평온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며 한 발 더 나아가 분명한 사회개혁, 평화롭고 온전한 혁명이 가능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말은 어떤가요?

'분노와 원망과 미움에 휩싸여 있는 동안에도 언제나 진실은 그게 아니라 용서와 이해와 사랑을 베풀어야 한다는 것을 직감으로 알고 있을 뿐더러 마음의 한 부분이 정확히 그렇게 작동한다.'


a  죄책이여 안녕

죄책이여 안녕

고개가 좀 갸우뚱할 것입니다. 익숙하지 않은 말이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제가 읽은 책, <죄책이여 안녕>의 저자가 소개하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저자인 '제럴드 G  잼폴스키'는 심리상담사면서 또한 저술가입니다. 어느 날 한 통의 편지를 받습니다. '데이브(Dave)'라는 청년이 보내 온 편지인데 주소가 어느 지방의 교도소였습니다. 그 청년은 저자가 쓴 책을 읽었다면서 그 책에 대한 소감을 써 보냈습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나는 당신이 쓴 <사랑은 두려움을 놓아 주는 것>을 다 읽었소. 그 책은 내가 한 평생 읽어 온 모든 책들 중에 가장 형편없는 책이었소."

그러면서 '데이브'는 그 책이 왜 형편없는 책일 수밖에 없는지 다음과 같이 적었습니다.

"나는 높은 담장의 교도소 독방에 있소. 만일 당신도 나처럼 교도소 간수들로부터 받는 조롱과 멸시와 잔혹한 대우를 똑 같이 받게 된다면 결코 그따위 뜬구름 잡는 이야기를 책에 쓰지 않았을 것이라고 확신하오. 당신도 나처럼 내가 당한 일들을 겪는다면 세상에는 결코 용서 할 수 없는 사람이 있음을 알게 될 것이오. 이건 불변의 진리요."

이 청년과 몇 차례 편지를 주고받던 저자는 어느 날 데이브가 있는 교도소를 방문하여 면회를 신청하게 됩니다. 접견실에서 두 사람은 의례적인 간단한 인사를 주고받습니다. 기다렸다는 듯이 데이브는 논스톱으로 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데이브는 55분 동안 쉬지 않고 계속 자기 말을 했습니다. 그의 모든 삶은 잘못의 연속이었으며 고비마다 결정적으로 자기에게 해를 끼친 사람들을 찾아내서 열거했습니다. 알코올 중독자였으며 가정을 버린 아버지를 원망했고, 결국 자기를 감옥에 넣은 사회를 비난했습니다.

아동 보호소에 맡기고 어디론가 가버린 어머니를 욕했습니다. 그는 횡령죄로 감옥에 왔지만 결코 자기는 횡령을 한 적이 없다고도 말했습니다. 데이브는 형편없는 행형기록 때문에 가석방의 심사 대상에서 번번이 제외되어 앞으로 10년을 가석방 심의 대상에서 빠져 있다고 말했습니다. 부당한 심사기준과 선입관을 가진 심사위원들을 욕했습니다.

단 한마디도 말을 할 수 없었던 저자 잼폴스키는 겨우 틈을 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면회 시간이 5분 남았습니다. 남은 5분 동안 제게 해 주실 말씀이 있는지요?"

그러자 청년 데이브는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습니다. 면회하고 돌아가면 텔레비전을 한 대 들여보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것도 꼭 컬러 텔레비전이어야 한다면서 유명 메이커의 모델명까지 얘기했습니다. 자기가 보고 싶은 스포츠 중계를 교도소의 공동 거실에서는 볼 수가 없어서 자기 독방에 컬러 텔레비전을 설치해야 한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어느덧 면회 시간 1시간이 다 지나버렸습니다.

저자 잼폴스키는 일어서면서 말 잘 하는 그 청년 데이브에게 한 마디를 했습니다. 자기가 곧장 강연장으로 가야 하는데 자기를 데이브의 대변인이라 생각하고 곧 만나게 되는 많은 청중들에게 전해 주고 싶은 중요한 말 한마디가 있다면 해 달라고 했던 것입니다.

한 시간 내내 혼자 떠들었던 그는 말을 멈추고 잠시 저자를 쳐다보았다. 끝내 말 한 마디 않고 자기에게 발언 할 기회만 주고 있는 저자를 뚫어지게 보더니 숨을 크게 몰아쉬고는 이렇게 말했다.

"세상을 행복하고 평온하게 살아가기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원망을 품고 있는 그들 삶 속의 사람들을 하나씩 찾아내서 그 사람들을 용서하는 것이라고 말해 주십시오."

그 순간 저자는 엄청난 놀라움에 휩싸였습니다.

지금껏 한 시간 동안 데이브가 얘기 했던 것과는 완전히 정 반대의 이야기였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 순간 저자는 보았습니다. '분노와 원망과 미움에 휩싸여 있는 동안에도 언제나 진실은 그게 아니라 용서와 이해와 사랑을 베풀어야 한다는 것을 직감으로 알고 있을 뿐더러 마음의 한 부분이 정확히 그렇게 작동한다.'는 것을.

물론 <죄책이여 안녕> 이라는 책에 나오는 일화입니다. 이 책은 이처럼 생생한 저자의 일화를 중심으로 어떻게 죄책감에서 완전히 벗어나 참 자유인이 되는가를 말해 주고 있습니다. 책은 1, 2부로 되어 있는데 1부는 용서와 사랑과 방면하기 등의 지혜를 들려주고 2부는 14개 교과로 나누어 하나하나의 실례를 통해 삶의 치유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매 교과의 끝마다 <오늘의 교과를 일상생활의 체험 속에 통합하기 위한 단계들> 이라는 난을 통해 영적 가르침을 어떻게 생활 속에 접수 할 수 있는지의 쉬운 행법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책 2부에 있는 '8교과'에서는 "용서라는 것은 나를 과거의 질곡에서 완전히 풀려나게 한다"고 말합니다. 용서는 내게 잘못을 저지른 상대를 면책해 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용서는 미움과 비난에 휩싸여 과거 어느 시점에 묶여있는 나 자신을 해방하는 것이라는 가르침입니다.

데이브의 뒷얘기가 궁금하죠? 아주 재밌어요. 저자는 데이브의 요청대로 강연장에서 꼭 그렇게 말했고 청중들 중 많은 사람들이 이토록 멋진 감수성을 지닌 감옥 속의 구도자(?)에게 편지를 보냈죠. 데이브는 난데없이 쏟아지는 편지를 보면서 자신보다 훨씬 힘겨운 사람들은 보았고, 일일이 답신하느라 뜻밖에도 옥중 상담사가 되었어요.

저자는 컬러 텔레비전 대신에 우표를 백 달러치나 사 보냈고요. 당연히 데이브는 1년 후에 가석방 재심사를 받았고, 출옥했고, 편지를 주고받던 한 여성과 결혼했죠.

덧붙이는 글 | <죄책이여 안녕>은 춘해대학출판부에서 나왔고 '제럴드 G 잼폴스키'가 썼으며 가격은 9000원입니다.


덧붙이는 글 <죄책이여 안녕>은 춘해대학출판부에서 나왔고 '제럴드 G 잼폴스키'가 썼으며 가격은 9000원입니다.

죄책이여 안녕

제럴드 G.잼폴스키 외 지음,
춘해대학출판부, 2000


#죄책이여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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