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서 위촉장을 받은 이상우 대통령직속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이하 점검회의) 의장을 두고 그의 지인은 이렇게 평가했다.
그는 "이 의장은 북한을 전략적으로 이겨야 할 적으로 보고 있으며, 북한에 기능적으로만 접근해 온 (노태우 정부 이후) 역대 정부의 대북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북한에 대해서는 지원이 아닌 압박을 통해 변화를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서강대 정외과 교수 시절인 2002년 <조선일보> 아침논단에 쓴 글들에서도 이런 생각은 그대로 드러난다. 그는 "북한군을 '주적(主敵)'이라고 부르지도 못하게 하는 군 지휘부"(6월 30일자) "햇볕정책이라는 망상에 집착해 온 지도자들"(7월 25일자), "금년 농사 다 망쳤다고 땅을 치는 국민들 앞에서 쌀과 비료를 북한에 실어 보내는 일을 서두르고 있다"(9월 8일자)며 햇볕정책을 비판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8일 서울에서 열린 한일포럼 발제에서 밝힌 것처럼 "6자회담을 통해 북핵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어렵다"고 주장하며, 중국에 대해서도 "북한의 핵포기를 원하지 않으며, 핵무기가 제거돼 북한이 붕괴되는 것을 두려워한다"고 생각한다.
점검회의 의장이 된 뒤 이같은 기조의 발언들이 더욱 직접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그는 지난 10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현재 침몰원인 조사가 진행중인 천안함 사건에 대해 "북한이 개입됐다는 건 삼척동자도 아는 일 아니냐"고 주장했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연기 문제에 대해서는 "유예해야 한다"면서 "이 문제가 점검회의의 과업 가운데 가장 큰 것"이라고 밝혀, 이 문제를 공론화하는 태도를 보였다.
국방개혁 문제에 대해서도 "창군 이래 국방정책 기조가 방어 위주였기 때문에 (도발이) 반복된 것"이라면서 "이른바 '억지 전략'으로 국방정책의 기조를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비가 아니라 공격전략으로 바꿔야 한다는 뜻이다. '주적논란'에 대해서는 "대북정책 차원에서 고려할 문제"라는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주적은 북한"이라고 말했다.
정부자문에 응하는 학자로서가 아니라, 천안함 사건이후 사실상 '안보 구조조정'의 책임자로서 한 발언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수밖에 없다.
1938년 경북 상주에서 태어나 함남 함흥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이 의장은 1946년 월남해 서울법대를 졸업했다. 1960년에 한국일보 기자로 입사했고 공군 장교로 복무한 뒤 1964년부터 4년간 조선일보 편집부 기자로 일했다. 그 뒤 미국 하와이대에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받고 귀국해 경희대와 서강대에서 교수생활을 했으며, 한림대 총장을 역임했다.
김영삼 정부 때인 1993년 12월 개각당시, 발표직전 방송에서는 통일부총리로 내정됐다고 자막이 나가기도 했으나, 최종발표된 인사는 다른 인물이었다. 인사노출을 극구 꺼리는 김영삼 대통령이 막판에 교체했다는 후문이 나왔다.
경희대에 있던 1974년 국내 처음으로 '북한정치론' 강의를 열었던 그는 양호민, 김준엽 교수 등을 이은 북한 연구 2세대로 분류된다. 그는 2002년 12월 한림대 총장 퇴임 무렵에 한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북한 헌법을 나눠주다가 안기부에 끌려가기도 했다"면서 "(1976년) 서강대로 자리를 옮겨서는 첫 시간에 '나는 왜 반공인가'라고 칠판에 쓰고 학생들과 논쟁을 시작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태효 비서관의 스승... 현인택 통일부 장관 등에게도 영향 커
그는 이명박 정부 외교안보라인의 핵심인사들에게 깊은 영향을 끼쳐왔다. 청와대 대북강경책의 핵심으로 꼽히는 김태효 비서관은 '애제자'로 불린다. 김 비서관은 서강대 정외과에서 이 의장에게 배웠으며, 이 의장이 1993년에 만든 신아시아질서연구회(현 신아시아연구소) 회원이기도 하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과 김상우 주 호주대사도 이 연구회 회원으로, 일각에서는 "이 의장이 현 장관의 멘토"라는 말도 한다. 김영수 서강대 교수, 김성한 고대 교수, 이정민 연대 교수도 그의 영향을 받고 있으며, 김태영 국방장관도 서강대 석사시절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강경론의 대표적 인물인, 이동복 북한민주화포럼 대표(전 안기부장 특보)는 사적으로는 이 의장의 매부다.
그는 개인적 역량을 인정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직 외교안보라인의 한 고위인사는 "천안함 사건 이후 틀을 만드는 작업을 군에게 맡길 수도 없고 그렇다고 NSC(국가안전보장회의)를 전면화시킬 수 없는 상황에서, 실무에도 밝고 개인적인 리더십이 있는 그가 등장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9일 김성환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점검회의 업무에 대해 ▲ 외부위협 평가와 안보태세 역량 검토 ▲ 국방개혁 대책 수립 ▲ 정보역량 검토와 대책 수립 ▲ 한-미 동맹 및 동북아 관계 점검 ▲ 국민 안보의식 제고 등 5가지 분야 과제들에 대한 대책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건의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는 국가안보 전 분야를 포괄하는 것으로, 전작권 문제나 국방백서에 주적 개념 부활 문제 등도 논의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점검회의 활동기간이 2~3개월간으로 한시적이기는 하지만, '천안함 사태'를 계기로 국방의 틀을 새롭게 짜는 것은 물론, 한미 동맹과 동북아 관계 그리고 국민 안보의식 문제까지 관여하게 된다는 점에서, 이 의장과 점검회의는 사실상 향후 대북정책을 규정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13일 점검회의 첫 회의에서 나온 이 대통령의 '국방개혁 2020에 대한 전면 재검토' 지시도, 이 의장의 지론인 '국방정책의 기조전환'과 연결된다.
"이상우 등장, 천안함 사건 계기로 대북 공세 펼치려는 것"
한 소장 정치학 교수는 "김태효 비서관으로는 힘에 부치는 상황에서 막후에 있던 원로 인사가 천안함 사건을 맞아 구원투수격으로 전면에 등장한 것"이라면서 "그의 평소기조로 볼 때 정부가 천안함 사건을 매개로 대북공세를 펼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천안함 사건이 글로벌 이슈가 아니라는 점에서 미국과 중국이 6자회담 재개를 강조하고 나서면, 6자회담이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 의장은 '천안함 기조'를 유지하게 될 것"이라면서 "그가 사실상 냉전적 사고를 가진 인물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정세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보다는 남북관계 등을 더욱 강대강 국면으로 만드는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그가 '가장 큰 과업'이라고 표현한 전작권 전환 연기 문제는 벌써 장벽에 막혔다. 이 의장의 발언이 나온 직후 스타인버그 미 국무부 부장관이 천안함 사건과 별개문제라고 쐐기를 박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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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압박' 이상우 전면에... 남북 대립 심화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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