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와 머리가 들어간 우럭 매운탕. 얼큰하고 개운한 우럭 매운탕은 육수와 미나리를 교대로 넣어주면서 우려낼수록 맛이 더한다.
조종안
생긴 모양이 조기와 비슷해서 많은 사연과 곡절을 담고 있는 우럭은 살결이 회백색이며 부드러운 육질과 고소한 맛을 함께 지니고 있어 미식가들이 즐겨 찾았다.
우럭 마니아들은 70년대 중반에도 점심때면 택시비를 들여가며 '우럭 대가리탕'을 먹으러 다녔다. 특히 애주가들에게 속풀이 용으로 인기가 좋았는데, 점심 때는 자리가 없어 30분 넘게 기다리거나 그냥 나오는 경우도 흔했다.
군산시 죽성동 옛 청과시장 부근에 '우럭 대가리탕' 전문식당이 있었는데, 주방장 출신 주인아저씨 손맛은 남달랐다. 당시만 해도 30대 후반이었던 주인이 푸짐하게 끓여내는 '우럭 대가리탕'은 개운하고 시원한 국물만으로도 '우럭 대가리는 참조기하고도 바꾸지 않는다'는 말이 헛소리가 아님을 증명해주었다.
어른 주먹보다 큰 머리만 넣고 끓여낸 '우럭 대가리탕'은 아가미 부위 가시에 붙은 살이 연하고 고소했고, 발라먹는 재미까지 더해져 입맛을 돋워주었다. 지금도 회를 뜨고 남은 뼈와 머리에 미나리를 넣고 푹 고아낸 우럭 매운탕은 애주가들에게 한우갈비 이상으로 대우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
육질이 부드럽고 씹을수록 단맛이 나는 우럭은 임금님 수라상에 오르던 생선이었다고 하는데, 간 기능 향상 및 피로회복 등에 좋은 메티오닌, 함황아미노산 함량이 다른 어류에 비해 월등히 높게 함유되어 있다고 한다.
'우럭 대가리탕'도 이제는 옛말 엊그제는 시내에 나가 볼일을 보고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는데 갑자기 허기를 느끼면서 뭔가 먹고 싶어졌다. 그러나 사먹을 만한 음식이 생각나지 않았다. 마침 서 있는 곳이 선배들과 단골로 다니던 식당과 가까워 '우럭 대가리탕'이 떠올랐다.
식당 이름이 떠오르지 않았으나, 누구에게 묻지 않고 찾아갈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하도 오래되어 기억력을 탓할 수도 없었는데, 식당 문을 열고 들어서니까 이마에 주름꽃이 피기 시작한 주인아저씨가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들렀습니다.""누구시더라, 어디서 많이 보든 양반인디 기억이 안 나네. 이놈의 머리도 나이를 먹응게 생선 대가리가 됐는가벼!""아저씨 입담은 여전하시네요.(웃음) 전에 선배들이랑 자주 다녔지요. 그런데 지나가다 옛날에 먹던 '우럭 대가리탕'이 생각나서 한 그릇 먹으려고 들어왔습니다." "하이고! 옛날 허고 같간듀. 지금은 우럭도 높은 양반 돼가꼬 구경허기도 힘들어유. 회고 머시고 어판장 허고 횟집들이 이러고저러고 허니께 시장에도 안 나오잖유. 만약 지금 대가리탕을 헌다믄 인심 잃기 딱 좋죠. 대가리고 머시고 다 옛날 얘기입니다!"돈보다 인심을 걱정하는 아저씨, 손사래를 치면서 한탄이 섞인 아저씨 설명을 듣고서야 강산이 두 번이나 변한 것은 모르고 내 입맛만 앞세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아저씨의 아픈 가슴을 찌른 것 같아 미안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한 그릇에 1만 원쯤 할 것으로 알고, 큰 맘 먹고 들어갔는데, 어찌나 미안했는지 다른 음식을 주문할 겨를도 없이 뒤돌아서 나왔다. 허탈했다. 고개를 쳐드니까 이마에 주름꽃이 피기 시작한 식당 주인아저씨 얼굴이 붉게 물들기 시작하는 하늘에 반사되더니 이내 사라졌다.
"아~ '우럭 대가리탕'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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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부터 '후광김대중 마을'(다움카페)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정치와 언론,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올리는 글이 따뜻한 사회가 조성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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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들떠보지도 않던 '우럭'의 놀라운 신분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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