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컷의 사진 속에서 찾아낸 '노무현'과 '이명박'

[추모 좌담회] 문재인·안희정·이광재·유시민 등 친노인사 10명의 '노무현' 고백

등록 2010.05.17 20:44수정 2010.05.18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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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1주기를 앞두고 17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회관 스튜디오에서 '사람사는 세상 노무현 재단' 주최로 열린 '노무현, 열 컷의 풍경' 추모 특집 좌담회가 열렸다.
고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1주기를 앞두고 17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회관 스튜디오에서 '사람사는 세상 노무현 재단' 주최로 열린 '노무현, 열 컷의 풍경' 추모 특집 좌담회가 열렸다.유성호

 유시민 국민참여당 경기도지사 후보(전 보건복지부 장관)가 '더디가도 토론, 힘들어도 시스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유시민 국민참여당 경기도지사 후보(전 보건복지부 장관)가 '더디가도 토론, 힘들어도 시스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유성호

"<딴지일보> 총수 김어준씨가 인터뷰 중에 '참여정부 5년 내내 고생만 했는데 억울하지 않냐'고 물었다. 많이 받았던 질문이라 늘 하던대로 답했는데 그게 김어준씨가 원하던 답이 아니었나보다. 계속 같은 질문을 받다가 덜컥 내 마음을 알게 됐다. 아, 내가 노무현을 좋아했구나. 학생운동 출신의 당위성으로서 노무현을 지지한 게 아니라 그 이면의 인간 노무현을 좋아했구나." -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

"검찰 수사 관련 회의를 끝내고 저와 송인배 비서관에게 '자네들은 비서관 그만두면 어떡하냐'고 갑자기 물어보셨다. 그 때 '걱정하지 마시라'고 했는데. 지금 와서 보면 그게 저희에 대한 배려이셨던 거다. … 그 때 대답을 잘못했다. '할 일이 없다고, 끝까지 모시게 해달라'고 매달릴 것 그랬다." - 김경수 봉하재단 사무국장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를 맞아 '노무현'을 반추하는 좌담이 17일 오후 서울 목동 한국방송회관 스튜디오에서 열렸다. 좌담 제목은 '노무현, 열 컷의 풍경'. 노 전 대통령의 면모를 잘 드러내는 열 컷의 사진을 통해, 그 안에 담긴 주제를 그를 가장 잘 아는 열 명의 인사들이 출연, 증언하고 추억하는 자리였다.

노무현 재단 상임이사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 노무현의 왼팔·오른팔로 불리웠던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과 이광재 민주당 의원,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김병준 부총리가 ▲ 균형의 철학 ▲ 말의 정치 ▲ 탈권위·탈권력 ▲ 마이너리티 ▲ 토론과 시스템 등 다섯 가지 열쇳말을 다루는 1부 좌담 인사로 나왔다.

의전비서관·대변인 등을 지낸 천호선 국민참여당 최고위원, 전 국정기록비서관 김정호 영농법인 봉하마을 대표, 홍보기획비서관을 지냈던 양정철 노무현 재단 사무처장, 사저에서 고인을 보좌했던 김경수 봉하재단 사무국장, 해양수산부 장관 시절 보좌관이었던 송인배 전 사회조정2비서관이 ▲ 유머 ▲ 배려 ▲ 파격 ▲ 소탈 ▲ 발명가적 기질 등 나머지 다섯 가지 열쇳말을 2부 좌담에서 다루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1주기를 앞두고 17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회관 스튜디오에서 '사람사는 세상 노무현 재단' 주최로 열린 '노무현, 열 컷의 풍경' 추모 특집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1주기를 앞두고 17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회관 스튜디오에서 '사람사는 세상 노무현 재단' 주최로 열린 '노무현, 열 컷의 풍경' 추모 특집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유성호

이렇게 '노무현'을 설명할 수 있는 열 가지 열쇳말이 주어졌지만 노무현을 가까이서 봐 왔던 인사들의 기억 속에선 모두 쉽게 분리해 '노무현'을 설명할 수 없었다.

각자의 기억 속에서 길어 올린 노무현 전 대통령은 토론회 발제를 못해온 참모를 질책하기 보단, 자신이 미리 준비해온 발제문을 꺼내 "짠! 이것을 내가 준비했지"라고 우스갯소리를 던진 사람이었다. 봉하마을 방문객들이 자신과 기념사진을 찍을 땐 잘 나와야 한다고 해를 마주보고 1시간 씩 사진을 찍어 얼굴을 새카맣게 태우던 사람이었다. 모든 열쇳말이 끈끈하게 뭉쳐져 있었다.


열 명의 인사들은 그렇게 자유롭게 '노무현'을 얘기하며 많이 웃었다. 그러나 모두 어쩔 수 없이 떨리는 목소리는 감추지 못했다. 눈시울이 붉어진 김경수 사무국장이 "대답을 잘못했다"며 말문을 잇지 못할 때 방청객들도 그와 함께 눈물을 찍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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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열 컷의 풍경' 특집좌담 1부 ⓒ 김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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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열 컷의 풍경' 특집좌담 2부 ⓒ 오대양


"MB 말실수, 노무현 때처럼 '말꼬리 붙잡기'했다면 촛불시위 몇 번 더 일어나"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노무현재단 상임이사 겸 상임운영위원장)이 균형에 대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노무현재단 상임이사 겸 상임운영위원장)이 균형에 대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유성호
'노무현'의 가치를 다루다 보니 자연스럽게 현 정부와의 비교도 이어졌다. 문재인 전 실장은 '균형의 철학'에서 "참여정부는 균형과 견제의 원리 속에서 조직 체계가 이뤄졌다"며 '북한 어뢰 피격'으로 천안함 침몰 원인을 단정 짓고 '북풍 몰이' 중인 현 정부를 꼬집었다. 

문 전 실장은 "안보 정책 회의도 좀 더 북한을 이해하는 통일부·국가정보원과 그보단 국제적인 사고를, 미국에 가까운 사고를 하는 외교부·국방부가 서로 대립되는 의견을 갖고 문제를 접근했다"며 "요즘 보면 그런 균형 관계가 없고 똑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 사안을 판단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토론과 시스템'의 화두에선 천안함 사고로 다시 부활한 NSC(국가안전보장회의) 문제도 언급됐다.

"참여정부 때 그동안 유명무실하게 운영됐던 NSC를, 그 사무처를 명실상부하게 갖췄다. 그 안에서 안보정책을 논의할 때 북한과 단 한 건의 충돌도 없었다. 그런데 천안함 사태가 생기고 나니 없앴던 기구를 부랴부랴 다시 만들지 않았나."

청와대 대변인실의 '마사지' 논란으로 번진 이명박 대통령의 촛불 발언에 대해서도 지적이 나왔다.

문 전 실장은 "실제 대화 중엔 노 대통령의 서민적인 어법이 굉장히 소통이 잘 되지만 특정부분만 떼내서 언론에서 시비 걸면 도리가 없어진다"며 "그 때 우리는 피할 수 있었지만 전부를 공개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김병준 전 부총리는 "노 대통령은 연설문을 잘 적어 거룩한 말씀을 하도록 하면, 겸연쩍어 하시고 참석한 분들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으로 생각했다"며 "대통령이 되고 나서 좋아하셨던 게 마이크를 뺏지 않는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민주당 강원도지사 후보인 이광재 의원은 "노 대통령이 변호사 생활 때 통상 사무장이 하던 변호 상담까지 직접 하면서 얻은 교훈이 '말은 가난하고 빽 없는 사람들이 알아들을 수 있게 쉽게 해야 한다'였다"며 "이후 노 대통령 특유의 반어법이 '말꼬리 붙잡기'로 공격을 많이 받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말실수를 그런 식으로 걸고 넘어졌다면 촛불시위가 몇 번은 더 일어났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유시민 전 장관도 지인의 반응을 언급하며 '말의 정치'에 힘썼던 노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을 비교했다.

"노 대통령은 말로만 하다가 말 많다는 비난을 들었지만 힘으로 하는 대통령을 만나니 차라리 말로 하는 대통령이 낫지 않냐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진짜 바보 같다 싶을 정도로 말로 문제를 풀려고 하셨다. 그러나 생각과 이해관계가 다른 세력들은 노 대통령이 말로 하려는 것이 미덕임에도 그것이 마치 흠결인 것처럼 몰아붙였다. 그렇게 국민과 대통령 사이의 소통 자체를 막아버리고. … 5년 간 회한이 많이 남는다."

"이벤트하면 지지율 만들 수 있는데 노무현은 생리적으로 기피했다"

 안희정 민주당 충남도지사 후보(노무현대통령당선자 정무팀장)가 '민주주의는 말이다'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안희정 민주당 충남도지사 후보(노무현대통령당선자 정무팀장)가 '민주주의는 말이다'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유성호
민주당 충남도지사 후보인 안희정 최고위원은 "장정과 소년에게 똑같은 양의 밥을 줄 수 없듯이 강자를 바르게 해주고 약자를 도와주는 것이 노무현의 균형"이라며 행정중심복합도시, 즉 세종시 논란을 언급했다.

안 최고위원은 "노 대통령의 행복도시의 첫 기공식 연설문을 볼 때마다 행복도시가 단순한 '충청도 공약'이 아닌 서울과 지방 사이의 갈등을 극복하기 위한 균형을 맞추기 위한 공약이었음을 알게 됐다"며 "사람살이의 평화를 위한 공약이었다"고 평가했다.

'떡볶이 먹는 대통령'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양정철 사무처장은 "대통령에게 꺼내기 힘든 말이 연출된 기획이나 이벤트, 그런 범주의 일정을 만들어내는 것이었다"며 "어떤 분처럼 여러 가지 모습을 만들어내면 지지율을 만들어낼 수 있는 방법이 보이는데 노 대통령은 그를 생리적으로 기피했다"고 말했다.

천호선 국민참여당 최고위원도 "청와대 재임 시절 재래시장 방문 등 여러 가지 건의를 드렸지만 열에 아홉은 받지 않으셨다"며 "딱 한번 가신 적이 있는데 그 때 술을 너무 많이 하지 말라고 건의했지만 기분이 좋으셨는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를 정도로 술을 너무 많이 드셨다"고 반추했다.

김경수 사무국장은 그 딱 한 번의 재래시장 방문이 대통령의 소신이 완료된 즈음에야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참모들이 가장 많이 건의했던 것이 시장 방문이었다. 그럴 때마다 대통령께선 '그 시간에 재래시장이 어떻게 하면 살아날 수 있을지 정책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후 노 대통령이 방문한 재래시장도 중소기업청에서 만든 '재래시장 활성화 정책'이 적용돼 되살아난 곳이었다. 그때서야 대통령은 한번 보고 오자고 하셨다. 누구처럼 시장 상인들과 사진 찍기 위해 간 것이 아니었다."
#노무현 #이명박 #서거 1주기 #안희정 #유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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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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