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활용 안 해? '천안' 간 정몽준 "천안함이..."

아침엔 "정쟁 안 돼", 오후엔 "북한 소행, KAL-아웅산처럼..."

등록 2010.05.20 18:07수정 2010.05.20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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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을 선거에 활용하지 않겠다"는 한나라당의 '공언'이 불과 반나절 만에 '빈말'이 돼 버렸다. 야당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20일 오전 국방부 민군합동조사단이 천안함 침몰 원인을 '북한 어뢰 피격'으로 공식 발표하자, 한나라당은 "선거는 선거다, 정쟁의 소재가 돼서는 안 된다"(정몽준 대표)고 선을 그었다.

 

정미경 대변인도 민군합동조사단 회견 직후 공식 논평에서 "나라가 없으면 선거도 없다"며 "입장과 주장에 차이가 있을지라도 국가 안보에 있어서는 여야가 다를 리 없다"고 밝혔다. 선거로 치열하게 대립하더라도, 국가안보에는 하나로 뭉쳐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말뿐이었다.

 

한나라당 대표-수도권 후보들, 줄줄이 '북풍 유세'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 뉴시스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 ⓒ 뉴시스

정몽준 대표는 이날 오후 '천안'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열린 박해춘 충남도지사 후보 출정식에서 곧장 '천안함 선거'의 불씨를 지폈다. 그는 우선 침몰된 천안함과 천안시가 자매결연을 맺은 사실을 언급하면서 "천안 시민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정 대표는 "천안함 사건이 북한 소행으로 밝혀진 만큼, 최고책임자(김정일 위원장)가 사죄 후 책임져야 할 것"이라며 "KAL기나 아웅산테러 때처럼 유야무야 넘어가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불과 몇 시간 전 아침에는 천안함을 선거에 활용하지 않겠다고 해놓고, 오후에는 안면몰수 해버린 셈이다.

 

6.2 지방선거 공식선거운동 첫날, 한나라당 유세장 곳곳에서는 '천안함', '북한 공격', '전쟁'이라는 호전적 용어가 터져 나왔다. 유권자들의 안보의식을 적극 자극하겠다는 전략이다.

 

최대 격전지 서울부터 한나라당은 북풍을 부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오세훈 후보는 "지방선거와 연관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천안함 발언은 자제하겠다"고 했지만, 지원 유세에 나선 다른 의원들이 '북풍 유세'를 만들어갔다.

 

권영세 서울시당위원장은 "북한을 사사건건 비호한 세력이 서울시까지 장악하게 내버려 둬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한명숙 후보가 당선되면) 서울광장과 광화문광장에서는 1년 내내 데모와 시위가 벌어지고, 서울은 이념투쟁의 도시가 될 것"이라며 이념 공세를 이어갔다.

 

경기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김문수 후보는 아예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북풍 유세에 나섰다. 그는 "북한의 어뢰 공격이라는 명백한 증거가 있는데도 북한에 대해 한마디도 못하는 사람들이 '이명박 대통령이 물러나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며 "친북·반정부 세력의 주장은 천안함 46용사의 죽음을 헛되게 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북한 소행을 믿지 못하는 사람들, 태극기 대신 한반도기를 휘두르고, 대한민국을 부수고, 북한을 추종하는 세력을 뽑으면 안 된다"고 노골적인 색깔론을 펼쳤다.

 

김 후보는 이날 오전 <중앙일보>, <동아일보> 1면 하단 광고를 내면서까지 천안함을 선거 전략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 광고에는 "국민 한 사람,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라도 건드리는 자, 우리 바다를 넘보는 자, 그 누구도 용서치 않을 것입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한나라당 경기도지사 후보 1 김문수'라는 기호와 이름이 박혔다. 천안함 희생자를 조문하는 김 후보의 사진도 실렸다.

 

그밖에 6.2 지방선거 지지를 호소하는 선거용 슬로건이나 공약은 없었다. '천안함 선거'를 치르겠다는 뜻이 그대로 담겨 있다.

 

 6.2 지방선거의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20일 오전 경기도 수원역 앞 차없는 거리에서 열린 김문수 한나라당 경기도지사 후보의 선거유세에서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와 심재인 한나라당 수원시장 후보가 6.2 지방선거의 승리를 다짐하며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6.2 지방선거의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20일 오전 경기도 수원역 앞 차없는 거리에서 열린 김문수 한나라당 경기도지사 후보의 선거유세에서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와 심재인 한나라당 수원시장 후보가 6.2 지방선거의 승리를 다짐하며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유성호
6.2 지방선거의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20일 오전 경기도 수원역 앞 차없는 거리에서 열린 김문수 한나라당 경기도지사 후보의 선거유세에서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와 심재인 한나라당 수원시장 후보가 6.2 지방선거의 승리를 다짐하며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 유성호

야당 "정권 방어용으로 악용 말라", "패전 책임자 즉각 문책" 

 

한나라당의 노골적 북풍 유세에 야권은 강한 경고를 보내면서 반발하고 있다. 또 '안보무능론'으로 치열하게 맞불을 놓고 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오늘 발표와 담화 내용을 보면 천안함 사고를 지방선거에 이용하려는 의도가 너무 분명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천안함 사고를 정략적으로 활용하면 경제만 무능한 게 아니라 안보에도 무능한 정권이라는 역풍이 불 것"이라며 "현명한 국민이 이명박 정권의 안보 무능을 확실히 심판할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진보신당 노회찬 서울시장 후보는 "천안함 사건을 정권 방어용으로 악용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고, 심상정 경기도지사 후보도 "이참에 국정조사로 합조단의 조사결과를 철저히 검증하자"고 요구했다.

 

국민참여당 양순필 대변인은 "정부 발표대로라면 천안함 사건은 가장 굴욕적인 패배"라며 "패전의 책임자들을 즉각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자유선진당은 "북한 소행이 아니라고 주장한 사람들은 가슴을 치며 석고대죄해야 할 것"이라고 오히려 야당을 공격했다.

2010.05.20 18:07ⓒ 2010 OhmyNews
#천안함 #6.2 지방선거 #정몽준 #김문수 #정세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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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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