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서 대변까지 올렛길 걷다

등록 2010.05.22 12:56수정 2010.05.22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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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송일정 앞 기암에 올라간 세사람이 내려오는데 밧줄을 타고 있다. 저 아가씨 어떻게 내려오지.

송일정 앞 기암에 올라간 세사람이 내려오는데 밧줄을 타고 있다. 저 아가씨 어떻게 내려오지. ⓒ 황복원


불기2553년 부처님오신 날(2010년5월21일)은 하늘도 부처님께 웃음을 선사한다. 쾌청한 하늘에 구름 한 점 없다. 아침 일찍부터 내자는 밀양에 있는 작은 사찰(영천암)에 가족연등을 달러 간다고 부산스럽다. 부산교대 앞에서 차량이 출발한다고 집을 나갔다.

그러나 필자는 곰곰이 생각 끝에 해운대서기장까지 바닷가를 타고 한번 걸어보자고 마음먹고 지하철에 몸을 싣고 해운대 장산역에 내렸다. 장산역을 출발점으로 두 다리에게 미안함을 마음속으로 전하고 청사포로 넘어갔다. 청사포는 부산에서 아름다운 어촌으로 동해남부선 철로가 가로지르고 있다. 이곳에는 아주옛날 이 마을 오랜 전설이 있다.

a  동해남부선 철길이 청사포를 돌아 송정마을로 들아가는 길이다.  저멀리 송정마을이 보인다.

동해남부선 철길이 청사포를 돌아 송정마을로 들아가는 길이다. 저멀리 송정마을이 보인다. ⓒ 황복원


남편이 고기 잡으러 바다로 나간 후 영영 돌아오지 못할 저승으로 가고 말았다. 여기에 그의 부인은 남편을 기다리다 지처서 망부송이 되었다는 청사포의 당상소나무가 아담한 이 마을의 수호신이라는 전설이 넘치는 바닷가에 다다를 수 있다.

환경이 바닷가라 먹고사는 것은 어업이다. 그래서 이곳에는 옹기종기 모여서 이웃을 하면서 횟집을 경영하고 있다. 이곳의 생선회는 양식이 아니라 자연산으로 입안에 들어가면 사르르 녹아내리는 감미로운 생선회를 맛볼 수 있다. 침이 입안에 빙그르 돈다.

a  송정해월정사로 전 한나라당대표를 지냈던 박근혜가 거쳐간 큰절집이다.

송정해월정사로 전 한나라당대표를 지냈던 박근혜가 거쳐간 큰절집이다. ⓒ 황복원


그러나 구덕 포 까지는 길이 있긴 있는데 높은 벼랑이라 너무 위험하다. 철길 따라 걷는 것이 오히려 덜 위험하다. 구덕포만 지나면 걷는 데는 지장이 없다. 송정까지는 해수욕장모래밭에서 추억의 발자취를 남겨놓고 기념사진도 한 장 찍어봄직 하다.

송정기차역은 정동진역에 버금가는 아름다운 '간이역'으로 바다를 낀 바다역이라고 불러도 아주 틀린 말은 아닐 것 같은 아름다운 간이역이다. 지금은 하루에 정차하는 열차가 통과열차보다 훨씬 적다고 한다. 여름피서시즌에는 좀 많이 열차가 정차한다. 그러나 철도직선계획에 따라 조만간 폐선 된다고 한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a  대학생으로 보이는 청년 남여들이 말뚝박기 놀이를 하고 있다. 꽁무니 학생은 무너지기 일보직전이다.

대학생으로 보이는 청년 남여들이 말뚝박기 놀이를 하고 있다. 꽁무니 학생은 무너지기 일보직전이다. ⓒ 황복원


송정역을 지나 골목길을 빠져나와 해수욕장 모래밭으로 나가니 아니 벌써 여름피서철도 아닌데 모래밭을 꽉 매운 젊은이들이 바닷물에 첨벙거리며 뛰어들고 있다. 청년4명이 아가씨한명을 붙들고 바닷물에 던져버린다. 젊음이 이렇게 좋을 수가 없구나.


송정바닷가 모퉁이에 튕겨 나온 죽도공원을 가보자. 죽도공원은 원래 대나무가 많이 있다고 해서 대죽 자에 죽도공원이라고 한다. 공원 끄트머리에 아담한 8각 정자가 있다. 정자 앞에는 기이한 암반이 뭉쳐진 바위섬이 있다. 그러나 가는 날이 장날이다 보수공사를 한다고 출입금지를 해버렸다. 그러나 앞 기암괴석에 3명의 남녀가 올라갔다 내려올 때는 밧줄을 타고 내려오는데 아가씨는 쩔쩔매고 있다. 그러게 올라가기는 왜 올라갔니.

a  친구를 모래로 묻어놓고 좋아하는 친구동료들.

친구를 모래로 묻어놓고 좋아하는 친구동료들. ⓒ 황복원


이제부터 걷는 길은 송정에서대변까지 말이 필요 없다. 해안가 기암절벽을 타고 돌아가는 바닷길은 걷는 사람만이 특혜를 받는 길이다. 부산에 이기대해안길이 있다면 기장에는 해안 올렛길이 있다. 올레는 느리게 걷는 길이라는 뜻이다.


이 길은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길이다. 평지에 가까운 완만한 오르막과 내리막 소나무숲속 그늘을 받으며 어디로든 바닷가로 내려갈 수 있는 길이다.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닷바람을 안고 마음껏 걸어도 된다. 찬찬히 볼거리를 감상하면서 걷는 것이 묘미다.

a  송정역은 등록문화재 302호로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으로 문화재청에 등록됐다. 1934년12월16일 역무원을 배치하지 않고 영업을 시작하여 1941년6월1일 보통 역으로 승격했다. 

1940년12월 건립된 송정역사는 목조단층 기와지붕형태의 건물로 경북안동운산역, 경북의성단촌역과 유사한 형태로 1940년대 전형적인 역사건축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송정역은 등록문화재 302호로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으로 문화재청에 등록됐다. 1934년12월16일 역무원을 배치하지 않고 영업을 시작하여 1941년6월1일 보통 역으로 승격했다. 1940년12월 건립된 송정역사는 목조단층 기와지붕형태의 건물로 경북안동운산역, 경북의성단촌역과 유사한 형태로 1940년대 전형적인 역사건축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 황복원


철없는 아기씨 두 명이 바닷물에 자방자방 들어가고 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다. 여럿이 왔다면 이곳에서 생선회 한 접시 놓고 식사를 함께 하는 것도 좋은 추억으로 남는다.

이 길을 따라 걷다보면 해동용궁사를 만날 수 있다. 오늘이 부처님오신 날 봉축행사로 용궁사를 들어가고 싶어도 들어가질 못했다. 법당까지 가려면 바다를 이은 수중다리를 건너야 하는데 다리가 오늘만은 좁게 만들어 졌다. 사람의 꼬리는 끝이 보이질 않는다. 멀리서 내려다보니 연등으로 장식되어 사람이 연등터널로 빠져들고 있다.

a  송정해수욕장은 여름 피서철로 변했다. 좀 빨리 찾아온 무더위에 송정 모래밭은 만원사례다.

송정해수욕장은 여름 피서철로 변했다. 좀 빨리 찾아온 무더위에 송정 모래밭은 만원사례다. ⓒ 황복원


이절은 바다위에 떠있는 호화스러운 부산 절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큰절이다. 바다위에 떠있는 용궁이다. 스님의 목탁소리와 염불소리는 우렁차다. 신도들이 십시일반 보시를 하고 가기 때문에 목소리의 톤이 점점 올라가고 있다.

용궁 사를 빠져나와서 용암마을을 지나 바닷가 모퉁이를 돌아가니 듬성듬성 군인초소가 있다. 몇 구비 돌아치니 전설이 흐르는 오랑대가 저 멀리서 보인다. 전설의 내용은 옛날 기장으로 유배 온 한 선비의 친구(시랑벼슬)5명이 친구를 위로하기 위해 찾아 왔지만 그만 절경에 취해서 술과 가무 시를 읊은 이야기가 오랑대다. 지금은 일출의 명소로 사진작가들이 많이 찾는 곳이며 또한 낚시터로도 유명하다.

a  앙증맞은 두 아가씨 중 한사람은 노출을 꺼리고 있다.

앙증맞은 두 아가씨 중 한사람은 노출을 꺼리고 있다. ⓒ 황복원


바다 속 자연암석을 건너가면 용왕단이 있고 용왕신을 모시고 있다. 입구에는 기부자의 공덕비가 있다. 아마도 배를 타고 바다를 나가는 사람들을 위해 용왕님에게 간절한 기도를 하기 위함일 것이다. 여기도 신도들이 북적거리고 있다. 용왕단에 모신부처님과 산책길바위틈새서 홀로계시는 부처님의 대접이 천양지차다.

걷다보면 '도로'가 아닌 '길'이 보인다고 했는데 길뿐만 아니라 바다도 사람도 자연풍경도 볼 수 있는 것이 걷는 사람만의 특권이다. 두꺼운 차창 유리 너머로 보이는 숨 쉬지 않는 자동차 세상과는 사뭇 다르다. 걷는다는 것 세상과의 사이에 구멍을 뚫고 '바다비린내', 파도 소리, 사람들의 재잘대는 소리와 새들과 물고기와 함께 걷는다.

걷는 길은 막힘이 없다. 미소 짓는 상인과는 눈인사를 나눌 수 있다. 모르는 길을 물을 때 "저기요"라고 하면 자세히 알려주는 아저씨와아주머니 가던 길을 멈추고 이야기도 할 수 있다. 그만큼 사람이 가깝다. 걷는 여행은 또 다른 세계를 열어준다.

걸어가면 걷는 시간보다 사진을 찍기 위해 멈춰선 시간이 더 많다. 이곳저곳 사진으로 보여주고 싶은 곳이 너무 많아 조금 걷다 서고 또 조금 걷고 서고를 반복했다. 아름다운강산을 잘 보존해서 후손에게 물려 줄 아끼는 해안가산책코스로 남겨야 한다.

오랑대를 나와서 대변항을 가는 길은 예쁜 바닷길이 펼쳐진다. 오르막 내리막도 적당히 있어 도전해 볼 만한 코스다. 얼마 안 가 서고 또 얼마 안 가 서고를 반복할 정도로 운치 있는 풍경들이 많은 길이다. 조금 속도를 올리면 대변항은 지척간이다.

이번 걷기코스는 해운대장산지하철역에서 청사포, 구덕포를 거쳐서 송정간이역을 답사하고 대변으로 가는 길목 용궁사를 지나 해광사를 돌아보고 오랑대에서 대변항까지로 마음껏 바다를 감상하고 대변항에서 생선회를 맛보고 달려온 길을 대중교통181번을 타고 되돌아와서 해운대장산지하역에서 각자 자기 갈 길을 가면 된다.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한 총소요시간 6시간으로 자기몸 상태에 맞게 걸어야 한다. 오늘 못가면 내일다시 걸으면 된다.
#기장올랫길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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