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를 점거한 시위라고 하더라도 교통을 현저하게 곤란하게 만들지 않았다면 '일반교통방해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K(38)씨는 지난 2008년 6월 29일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열린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에 참가했다가 주최측인 '광우병 국민대책회의'의 무대차량을 경찰관들이 견인하려고 하자 이를 막는 과정에서 욕설을 하고 침을 뱉으며 몸싸움을 벌였다.
K씨는 대한문 인근 차로에서 차량 교통을 방해하고, 교통질서 유지를 위해 차량을 견인하는 경찰관들의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한 혐의(일반교통방해, 공무집행방해)로 기소됐다.
1심인 서울중앙지법 형사7단독 이상무 판사는 지난해 6월 K씨에게 유죄를 인정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인 서울중앙지법 제5형사부(재판장 이응세 부장판사)는 지난해 9월 K씨의 일반교통방해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한 1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공무집행방해죄는 인정해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당시 촛불집회가 시작되기 전이라 조직적인 시위를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고, 또한 대한문과 서울광장 사이의 도로는 차량이 통행하지 않는 상황이었던 점, 피고인을 포함한 50여 명이 서울광장 앞 도로를 완전히 메우고 있지는 않았으므로 무대가 설치된 대한문 앞 도로와 달리 차량의 소통이 불가능한 상태가 아니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따라서 피고인의 행위로 서울광장 앞 차로에서 일반 공중의 교통이 불가능하게 되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태가 됐다거나 위와 같은 위험이 발생했다고 인정할 수도 없고, 또한 대한문 앞 차로의 경우도 광우병 대책회의의 무대차량으로 인해 차량 통행이 불가능하게 됐던 것으로 대책회의 회원이 아닌 피고인이 무대차량 설치 등에 가담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는 이상 일반교통방해죄가 성립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사건은 검사의 상고로 대법원으로 올라갔고, 대법원 제2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공무집행방해와 일반교통방해 혐의로 기소된 K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일반교통방해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4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로 인해 이 사건 차로에서 일반 공중의 교통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태가 되었다거나 그러한 위험이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일반교통방해의 공소사실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것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