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평균 45% 안팎의 국정수행 지지도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유례없이 '우호'적인 언론 환경, 주가 유지, 상대적이기는 하지만 부동산시장 안정 등이 그 배경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요약하면 언론과 경제 덕이라는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전반적인 한나라당의 우세도 이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이 대통령이 '전쟁기념관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북한이 이에 맞대응하고 나서면서 '경제'가 흔들리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25일 오전에는 "북한군 전투태세 준비"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외환시장과 증시가 패닉 상태에 빠졌다. 최종적으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35.5이나 올랐고, 코스피 지수는 44.1포인트 하락했다. 이날 주가 급락에 따라 시가총액으로 29조 원 정도가 증시에서 빠져나갔다. 정부의 대북경제제재 조치로 북한이 입을 피해를 3억 달러(약 3600억 원)정도로 추산할 때 그 80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유럽 재정위기에 천안함 사건의 후폭풍이 겹치면서 이같은 상황이 벌어졌다는 것에 별다른 이견이 없다. 지난 2000년 6·15 이후 사실상 사라졌던 '한반도 리스크'가 10년 만에 다시 등장하는 순간이었다. '한반도 리스크'는 남북 분단과 대치상황이라는 지정학적 리스크로, 무디스 등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이 우리 경제에 대한 신용도를 낮춘 주원인 중 하나였다.
정부는 증시안정을 위해 3000억 원 정도의 연기금을 투입했고, 지난해 3월 이후 처음으로 외환시장에도 개입했다. <매일경제>는 26일자에 "(정부가) 구두개입이 안 먹히자 장 막판에 달러를 풀었다"고 전했다.
정부가 이처럼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나섰지만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 26일 코스피지수는 21.29포인트(1.36%) 올랐지만, 외국인들의 투매는 8일째 계속됐다.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또 3.30원이 올라1.253.3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8월 이후 최고치다.
'최근 6개월새 한 차례 이상 거래한' 주식활동계좌수는 지난해 4월 기준으로 1500만 개를 넘어섰다. 사실상 주식계좌를 갖지 않은 가구가 거의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투자자들이 증권사에서 빌린 자금인 '신용잔액'은 지난 18일, 5조원을 넘어선 후 사상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빚 내서 주식투자하는 사람이 많은 이같은 상황에서 주가폭락은 깡통계좌 급증으로 연결된다.
이처럼 전 국민이 주식과 환율시장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구조가 된 상황에서 '한반도 리스크'가 발생한 것이다.
노풍-정권심판론 이겨낸 MB, 뜻밖의 변수 만나
이를 6·2지방선거와 연결시키면, '천안함'으로 '노풍'과 야권의 '정권 심판론'을 이겨낸 이명박 정부에게 예상치 못한 변수가 등장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대통령의 지지도를 받치고 있는 '주가 유지'라는 축이 무너질 수도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연구원은 "남북관계 악화가 주가폭락과 환율급등의 원인으로 분석되면서 당황한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투자자들은 멀리 있는 유럽이나 김정일 위원장보다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를 쳐다보게 된다"면서 "선거를 앞둔 정부로서는 더욱 개입 욕구를 느끼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후 지방선거구도가 '북풍 대 (주식-환율시장 안정화를 위해 정부가 투입할) 돈풍'의 구도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부가 금융시장을 안정화시키지 못할 경우 '북풍'이 역풍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정부가 "외화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하겠다"고 거듭 밝히고 있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 해석된다.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가 "천안함과 관련해 야당을 공격하지 않겠다"고 '휴전'을 제의한 것도, '북풍에 따른 경제위기 발생'이라는 역풍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유럽 재정위기뿐 아니라 '한반도 리스크'가 단기간에 진정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데 있다. 핵실험, 미사일 발사 등 과거의 북한 요인은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거나 단기적인 영향만을 줬기 때문에 이번에도 마찬가지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전의 북한 요인들이 대부분 북한의 일방적인 행동이었던 데 비해 이번에는 남북한 당국이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남북한 모두 관계단절을 선언해 구조적인 위기상태가 되면서, 군사적 충돌이 발생해도 어색하지 않은 상태가 됐다
정부 "외화유동성 충분히 공급하겠다" 강조
정부의 증시와 환율시장 개입도 쉬운 일이 아니다. 정부가 노골적으로 개입할 경우 투기세력이 대거 등장하는 부작용이 큰 데다, 세계 금융시장의 동조화로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시장을 안정시키기도 쉽지 않다. 이명박 대통령으로서는 선거막판에 자신이 자초한 돌발변수를 만난 셈이다.
정부는 물론 국책연구기관들도 이번 대북조치가 남한 경제에 미칠 악영향에 대해서는 그다지 주목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24일 국책연구기관인 KDI는 '대북 경제제재의 효과: 남북교역, 북중무역으로 대체 가능한가'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대통령이 대북조치를 발표한 당일이라는 점에서 발표시점을 맞춘 것으로 해석된다. 이 보고서는 "우리의 제재는 북한당국에 고통으로 줄 것인 만큼 자신감 있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끝맺고 있다.
그러나 KDI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은 남측이 입을 경제적 피해에 대한 분석자료는 내놓지 않고 있다. KDI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북한 리스크는 우리 경제에 이미 반영돼 있어서 효과가 단기적이거나 큰 영향이 없다고 봐왔기 때문에 그에 대한 스터디는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다른 국책연구원 관계자는 "어느 국책연구기관이 현재 정부 기조와 어긋나는 내용을 연구하고, 공개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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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지방선거, '북풍' 대 '돈풍' 구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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