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30일 정세균 민주당 대표,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 유원일 창조한국당 의원 등과 함께 맨발로 한강에 들어가 있다. 한 후보는 이날 정부의 '여의도 국제무역항 지정'을 규탄하며 "한반도 대운하의 망령을 되살리는 일"이라고 강하게 성토했다.
이경태
한명숙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바지를 걷어붙이고 맨발로 한강으로 걸어들어갔다. 호안을 밟고 선 그의 발등까지 물이 차올랐다.
한명숙 캠프 관계자는 서울환경운동연합 염형철 사무처장의 제안으로 갑자기 시작된 퍼포먼스에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정작 후보 본인은 발등 위로 출렁거리는 강물을 조용히 바라보다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 들어 말했다.
"아무리 조경사업 잘하면 뭐합니까. 물이 썩어 가는데. 여기에 배가 다니면 지금 3급수인 한강이 4, 5급수로 (수질이) 떨어집니다. 원래 이곳이 모래사장이었죠? 신곡중수보 걷어내면 다시 이곳이 모래사장이 될 수 있습니다."'주말 3일 집중유세' 마지막 날인 30일, 한명숙 후보가 6.2 지방선거의 승패를 가를 20대와 40대 유권자의 마음을 잡기 위한 투트랙 행보를 펼쳤다. 민주당은 현재 4대강 사업·복지 예산 정책 등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40대와 야권 성향이 강한 20~30대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는 것이 막판 역전극의 관건이라 보고 있다.
한 후보는 이날 4대강 사업·복지예산 감축 등에 비판적인 40대 유권자의 마음을 잡기 위해 한강을 방문하고, 20대 유권자의 투표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대학로에서 춤을 췄다.
맨발로 한강에 선 한명숙 "아무리 조경사업 잘하면 뭐하나, 물이 썩어간다"한 후보는 이날 낮 마포대교 남단 여의도 고수부지에서 "정부가 결국 한반도 대운하 망령을 불러냈다"며 정부를 강도 높게 성토했다. 정부가 지난 25일 국무회의에서 항만법 시행령을 개정, 서울 여의도에 선박 6500톤 급을 접안할 수 있는 여의도 국제무역항 지정을 확정한 것에 대한 비판이었다.
무엇보다 여의도 국제무역항은 오세훈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의 역점 사업인 '한강르네상스' 사업의 핵심 기반시설이다. 오 후보는 '한강운하' 즉 서해연결 한강주운기반 사업 예산으로 3000억 원을 잡고, 이 중 162억 원을 들여 선박과의 충돌 가능성이 있는 양화대교 재건축과 수심 확보를 위한 한강준설을 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한 후보는 "본래 항만법을 개정하기 위해선 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가 돼야 하는데, 야당의 반대가 예상되기 때문에 정부가 자신들의 장기인 편법을 쓴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시행령을 개정했다는 것은 '한강주운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대운하 이슈를 기피하던 현직 시장인 오세훈 후보 역시 이에 동의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여의도 국제무역항 지정은 서울판 대운하 사업의 시작을 알리는 것"이라며 "몰상식한 정책을 중단시킬 수 있도록 6.2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기자회견을 주최한 '4대강 사업 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는 한 후보의 호소를 뒷받침했다.
박진섭 생태지평 부소장은 "이곳에 5,000~6,500톤 급 선박이 들어오게 되는데, 저기 있는 마포대교를 지나갈 수 없다"고 지적했다. 현재의 교각 사이와 높이를 감안할 때 서울시가 밝힌 크루즈 여객선이 '현실상' 지나갈 수 없단 설명이었다.
그는 이어, "서울시가 (선박의 안전성을 위해) 양화대교는 다시 짓겠다고 했지만 사실 마포대교와 서강대교도 재건축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며 "배 하나 띄우자고 멀쩡한 다리를 부수고 다시 지어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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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명숙 "투표 안하고 후회하지 마세요" ⓒ 최인성
양 어깨에 붙은 'NO VOTE, NO KISS'... "6월 2일 무엇을 하든 찍고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