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북풍', 한국경제에 미칠 영향 따져보니

MB 정부 정략적 이해관계에 서민경제 밀려서야

등록 2010.05.31 20:28수정 2010.05.31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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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는 지난 5월 24일 천안함 침몰의 책임을 북한으로 규정하면서 남북관계와 군사·외교 분야를 망라한 대북 강경조치를 담은 담화를 발표했다.

 

정부가 발표한 강경조치 중 남북교류 협력과 관련한 내용들을 살펴보면 ▲북측선박의 제주해협을 포함한 남측해역 운항 불허 ▲남북간 일반교역은 물론 위탁가공 교역을 위한 모든 물품의 반출과 반입 금지 등 남북교역 전면 중단 ▲개성공단과 금강산지구를 제외한 북한지역에 대한 우리 국민의 방북 불허 및 북한 주민과의 접촉 제한 ▲개성공단 포함 북한에 대한 신규투자와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의 투자확대 불허 ▲영유아 등 취약계층에 대한 순수 인도적 지원을 제외한 대북지원 사업 원칙적 보류 등이다.

 

개성공단에 대해서는 신규투자와 투자 확대를 불허했지만 생산 활동은 지속되도록 하면서, 평일 기준 900~1000명인 체류 인원을 50~60% 정도로 축소하도록 했다. 먼저 폐쇄하기엔 정치적 부담이 큰 개성공단만을 남겨두고 강력한 제재조치로 북한에 경제적 압박을 가하겠다는 게 정부의 의도다.

 

'전쟁불사론'의 후폭풍

 

 25일 서울 여의도 한 증권사 영업장에서 관계자가 증시 모니터를 살펴보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44.10포인트(2.75%) 내린 1,560.83에 마감했다. 지난 2월 8일 1,552.79 이후로 가장 낮은 수준이다.
25일 서울 여의도 한 증권사 영업장에서 관계자가 증시 모니터를 살펴보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44.10포인트(2.75%) 내린 1,560.83에 마감했다. 지난 2월 8일 1,552.79 이후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연합뉴스
25일 서울 여의도 한 증권사 영업장에서 관계자가 증시 모니터를 살펴보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44.10포인트(2.75%) 내린 1,560.83에 마감했다. 지난 2월 8일 1,552.79 이후로 가장 낮은 수준이다. ⓒ 연합뉴스

하지만 북한의 자금줄을 끊어 놓겠다는 정부의 의도는 남측경제에도 큰 충격을 주고 있는 모습이다. 아직 이곳 저곳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있고, 중국과 러시아 등 주변국들과의 공조가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신중하고 냉철한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감정적인 '전쟁불사론'이나 선거를 의식한 북풍몰이용으로 무작정 위험을 고조시키는 행위는 오히려 경제충격이라는 역풍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금융시장은 크게 출렁였다. 24일 정부의 강경조치가 발표되고 남북관계 전면 차단 등 북한의 대응조치들이 잇따르면서 1100원 초반에서 움직이던 원-달러 환율은 폭등하여 26일 1253.3원까지 오르며 1200선을 돌파했다.

 

주가도 크게 흔들려, 2010년 들어 1750선(4월26일 1752.2)까지 올랐던 코스피(KOSPI)지수는 5월 25일 1560.83을 기록하며 1600선이 무너졌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급격히 변동하던 금융시장의 움직임은 누그러지고 있지만 유럽발 재정위기가 가시지 않은 데다 남북이 출구 없는 대결국면으로 치닫고 있어 언제 또다시 금융시장에 충격을 주는 악재가 등장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러한 금융시장의 충격뿐만 아니라 더 큰 문제는 남북교역이 중단됨에 따른 실물 경제에 대한 피해도 심각하다는 것이다.

 

큰 타격이 예상되는 남북교역 업체들

 

당장 남북교역과 관련된 업체들은 피해가 불가피하고, 이들 업체들이 창출하던 경제적 이득은 고스란히 사라지게 된다. 남북경협 관련 민간단체인 '남북포럼'에 따르면 남북교역 전면 중단 시 29만6천여 명의 고용감소와 5조360억 원의 투자손실, 5조9720억 원의 연 매출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이하 남북포럼 주장은 '연합뉴스, 2010.5.23'에서 인용). 정부는 5월 27일 국가고용전략회의에서 1조 원을 투입해 2014년까지 보건복지 분야에서 일자리를 최대 28만 개 창출하겠다고 했다.

 

29만6천 개의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것은 이렇게 정부가 1조를 투입해 4년간 보건복지 분야에서 늘리려는 일자리 개수만큼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사라지는 일자리 수는 정부가 2009년 3월부터 2010년 3월까지 1년간 만들어낸 일자리 수 26만7000개를 뛰어넘는 수치다. 그리고 연간 6조 원 가량의 매출 손실은 한국의 대표적 대기업인 포스코의 2010년 1분기 매출액(6조9000억 원)과 맞먹는 수준이며, 포스코 건설의 2009년 매출액(6조7000억 원)과도 맞먹는 액수다. 한화(4조6759억 원), 삼성SDI(4조9504억 원), 삼성전기(5조5505억 원) 등 대기업들의 2009년 매출액과 비교해서는 더 큰 액수다.

 

또한 남북포럼은 개성공단의 경우만 약 1조4200억 원의 투자손실과 연간 2조7600억 원의 매출손실, 26만 명의 고용감소 등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으며, 일반 대북교역과 임가공, 경협투자 등에서도 700억 원의 투자손실과 연 2조8800억 원의 매출손실, 6천 명의 고용감소 등이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물론 개성공단의 경우 아직 완전히 차단된 상태는 아니긴 하나 현재 남북 간 대화라는 단어가 비집고 들어갈 만한 한 치의 틈도 없는 긴장국면임을 고려한다면 개성공단도 폐쇄의 수순을 밟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밖에 경의선·동해선 철도-도로 복원사업에 들어간 정부 지원금 8천억 원, 개성공단 기반사업 조성 및 종합지원센터, 기술교육센터, 관리위원회 지원금 2760억 원, 금강산관광사업 직·간접지원(이산가족면회소, 소방소 등) 599억 원, 수출입은행의 대북사업 대상 경협, 교역보험에 따른 손실보전액 4100억 원 등의 손실이 있을 것으로 '남북포럼'은 추정했다.  

 

특히 남북교역 전면 중단은 당장 수백 곳에 이르는 영세 대북교역업체에게 집중적인 피해가 돌아갈 것이란 점에서 그 피해가 더 심각하다.

 

전쟁 날 나라에 관광객 있겠나... 여러 가지 직·간접적 피해들

 

이러한 남북교류와 연관된 기업들의 직접적 피해 말고도 여러 가지의 경제적 손실을 추정해 볼 수 있다.

 

첫째, 북측선박의 제주해협을 포함한 남측해역 운항을 불허함에 따라 남측선박과 항공기 역시 중국과 러시아 등으로 가는 길에 북한 영해와 영공을 통과하지 못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생기는 피해도 크다.

 

북한 관할 영공을 지나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소속 여객·화물기는 매주 평균 135편에 달한다고 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우회운항에 따라 비행할 경우 미주 지역은 30분, 러시아 지역은 50~60분 가량 비행시간이 더 소요된다"며 "연료비도 연간 392억 원 가량 더 들어갈 것"으로 전망했다(아시아경제, 2010.5.26).

 

선박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선박들의 경우 지난해부터 북한 해역 바깥 항로를 이용하고 있어 피해가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길을 놓아두고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경제적 손실이라 할 수 있다.  

 

둘째, 물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불거지고 있다. 통일부의 '남북교류협력 동향'에 따르면 2009년 북한에서 반입(수입)된 농림수산물은 총 2억199만4000달러였고, 반출(수출)액은 3523만3000달러(쌀 포함시 3572만 달러)로 총 교역규모는 2억3722만7000달러로 나타났다. 농림수산물 전체 교역 중 85%를 북한으로부터 수입하고 있던 것이다.

 

따라서 남북 간의 교류가 단절되면 북한에서 많이 반입하던 물품들의 가격이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북한산 수입 주요 농수산물인 조개류(2009년 반입액-5251만 달러), 새우(2096만 달러), 건조수산물(2124만 달러), 마늘(1332만 달러), 고사리(1134만 달러) 등의 공급 차질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예를 들어 수요의 80%를 외부로부터의 수입에 의존하는 조개의 경우 찾는 사람이 거의 없던 참조개조차 ㎏당 1000∼1500원 하던 것이 최근에는 4000원∼4500원으로 3∼4배 올랐다. 민들조개와 대합 등 다른 조개도 최근 2주 사이 ㎏당 가격이 평균 2000∼3000원씩 올랐다(연합뉴스, 2010.5.27). 또한 물가상승뿐만 아니라 조개 값 상승으로 수요가 줄어 조개 도,소매상을 비롯해 횟집과 조개구이업소 등 관련 업소들도 타격을 입고 있다.

 

중국산을 수입하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북한 조개의 중국 수출→중국의 한국 수출'로 이어져 유통경로만 길어지고, 관세도 붙을 것이므로 민족 내부거래로 들어오던 북한산 보다 가격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 한국의 소비자들은 피해를 보게 되고 이득을 보는 것은 중국 중개업자들뿐이다. 

 

셋째, 정부가 공들여 추진하는 사업들도 새로운 변수의 등장으로 차질을 빚게 되고 부수적인 사회적 비용도 늘어난다.

 

이명박 정부는 2010~2012년을 한국방문의 해로 정하고 2010년 1000만 명 관광객 유치를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관광수입 130억 달러, 국제관광경쟁력 20위권 진입이라는 목표를 내세웠다.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9년 말 직접 나서 일자리 창출을 위해 관광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남북관계가 긴장되면 긴장 될수록 한반도 리스크는 한국의 관광객 유치에 발목을 잡게 될 것이다. 한국은 외국인 관광객 유치와 관련해 중국, 일본과 경쟁관계에 놓여있다. 한반도에 전쟁의 기운이 감도는 조건에서 과연 외국인 관광객들이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어느 나라를 관광지로 선택할까? 

 

서해바다가 전쟁의 분위기에 휩싸이게 되면 인천경제자유구역에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과 국제기구를 유치하겠다던 정부의 포부 역시 수포로 돌아갈 공산이 크다. 설령 외국자본이 들어온다 하더라도 위험이 증가함에 따라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커질 수밖에 없다. 더불어 몇 달 후 열리게 될 G20 정상회의나 평창의 동계올림픽 유치 등도 한반도리스크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덧붙여 2010년 5월 27일 연합뉴스에 "금강산관광 중단 후 고성군 독거노인 42.7% 증가"라는 기사가 실렸다.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고 실직한 가장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 가면서 강원도 고성군내에 혼자 사는 노인수가 42.7%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정 지역의 문제일 수 있겠지만 남북교류 중단으로 인해 감수해야 하는 사회적 비용의 하나의 사례로 볼 수 있다.

 

넷째, 더군다나 남북교류 중단은 당장의 경제적 피해를 넘어 미래 성장 동력을 없애는 것이란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된다. 2008년의 미국발 경제위기에서 지금의 유럽 재정위기를 거쳐 오면서 더 이상 수출만으로는 경제를 발전시키기가 어려움을 많이 공감하고 있다. 많은 나라들이 자국경제 위기에 급급해 있는데다, 미국 역시 이전과 같은 세계의 소비시장으로서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특정 정치세력의 견해가 아니라 진보진영에서부터 현 이명박 정부까지 모두가 공감하는 바이다. 그 결과 내수시장 확대의 중요성이 제기되어 왔고, 일자리 창출을 위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더불어 자국 경제를 살리기 위한 치열한 경쟁 속에서 향후 자원 확보 문제가 심각한 문제로 등장했다.

 

이러한 점에서 남북 경제협력은 많은 가능성들을 던져주는 사업이었다. 북한의 광물자원은 이미 그 경제적 가치를 인정받았고, 태평양과 아시아 대륙을 연결하는 물류중심지로서 한반도의 역할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제공해 주기에 충분하다. 장기적으로 남북경제 협력과 한반도 경제권의 형성은 튼튼한 내수시장을 확보하는데도 커다란 기여를 할 수 있다. 하지만 남북교류 단절은 이러한 가능성과의 단절과도 같은 의미다.     

 

정략적 이해관계에 서민경제 밀려서야

 

물론 남북 간 문제라는 것이 경제논리만을 가지고 좌지우지 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정치 ·군사적 요인이 더 우선시 될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의혹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고 중국과 러시아 등 주변국들의 명확한 입장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앞뒤 가리지 않는 감정적인 대응은 외교적 성과는 없이 경제적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점에서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한다.

 

특히 이 문제를 선거에 악용하려는 의도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정략적 이해관계를 위해 서민 경제를 희생시키는 것과 같다. 경제문제 때문에 천안함 문제를 덮어두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키우지 않아도 될 한반도리스크를 조장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아니라고 하지만 <한겨레>가 28~29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의 절반 이상(56.5%)이 정부가 천안함 사태를 지방선거에 활용하고 있다는 주장에 동감을 표시했다. <SBS>, <중앙일보>, <동아시아연구원>이 24~26일까지 공동으로 조사한 패널조사에서도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정부여당의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같다는 응답이 67.2%에 이르렀다.

 

어느 때보다 한반도 상의 위기관리 능력이 중요한 시점이다. 천안함 관련 섣부른 대응은 한반도 평화는 물론 서민 경제까지 파탄의 위기로 몰고 갈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2010.05.31 20:28ⓒ 2010 OhmyNews
#한반도리스크 #경제 #천안함 #북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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