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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기 위해 설립한 어드로이트 칼리지의 부속으로 시작한 '신나는 한국학교'가 올해로 3회 종업식을 열었다.
지난 가을 학기에는 세 분교가 모두 함께 모여서 '한국어 골든벨'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이번 봄학기에는 매주 금요일 분교의 성격에 따라 분교별로 학습발표회를 가졌다. 또 모든 학생에게 각기 다른 이름과 내용의 상을 주어 학생들에게 자부심을 심어주었다.
가장 먼저 거행된 더블린 분교에서는 각 반 별로 그동안 공부했던 내용을 발표했다. 특히 조이플 엔젤스 코랄 어린이합창단은 이번 학기에 배운 한국 동요들을 부르기도 하였다. 그 다음으로는 팔로알토 분교에서 종업식이 있었다. 특히 가정에서 한국어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어린이들로 구성된 영어권반 어린이들이 한국어로 또박또박 자기 소개를 해서 사람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또 팔로알토 초급1반의 경우에는 발표 대신 그동안 준비해온 포트폴리오를 전시하기도 했다. 김치나 집 짓기 등 쉽지 않은 내용으로 직접 글도 쓰고 그림도 그렸고 모인 관중들에게 내용을 설명하기도 했다. 초급2반은 파리채를 갖고 선생님이 부르는 낱말을 낚아채는 게임을 통해 공부하는 법을 선보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개최된 밀피타스 분교 종업식에서는 수업 시간을 짬짬히 이용하여 연습해 온 <흥부 놀부> 연극을 공연했다. 총연출을 맡은 유영경 교사가 한국에서 직접 공수해 온 놀부 감투와 흥부 상투 등의 소품과 직접 교사들이 제작한 박과 톱 등의 무대 장치들이 공연의 완성도를 높여주기도 했다.
20여 분 동안 쉬지 않고 진행된 연극에서 그동안 열심히 연습한 대사들을 모두 잊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감정을 살려서 '흥부 놀부'를 재현해냈다. 특히 놀부 부인 역을 맡았던 초급3반 전혜은 어린이는 한국 아역 배우에 못지 않은 연기력을 보이기도 했다.
학생들이 태어나서 영어를 한 마디도 하지 않고 한국어를 가장 오랫동안 한 시간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한국에 있는 아이들도 그렇게 대사를 암기해 연극을 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하물며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 학교를 다니며 평소에 한국어를 사용하지 않는 학생들이 이러한 연극을 해냈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학부모 대표로 초급2반 최재형 어린이의 아버지는 "아이들이 신나고 재미있게 한국어를 배울 수 있도록 해 주시고 이런 연극을 공연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학교와 선생님들께 감사한다"는 감사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각 교사들은 그동안 공부했던 내용들과 수업 시간에 촬영한 각 학생의 사진들을 넣어서 직접 만든 학생 개인의 폴더와 방학숙제를 전달하기도 하였다.
이 어린이들이 어른이 될 때쯤이면 한국어와 영어를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는 이중언어자 이중문화자가 되리라는 생각이 헛된 꿈만은 아닐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 학습발표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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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한국어 및 한국 문화를 가르치는 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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