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자라고도 덜 자란 어른들의 즐거운 시 놀이터

격월간 <동시마중> 창간호 발간

등록 2010.05.31 20:36수정 2010.05.31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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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동시마중  책 표지

동시마중 책 표지 ⓒ 이종열

저녁별 - 송찬호

서쪽하늘에
저녁 일찍
별 하나 떴다


깜깜한 저녁이
어떻게 오나 보려고
집집마다 불이
어떻게 켜지나 보려고

자기가 저녁별인지도 모르고
저녁이 어떻게 오려나 보려고

'광고와 후원금을 받지 않고 정기 구독료와 편집위원 회비로만 운영하는 잡지'가 등장했습니다.

격월간 <동시 마중>

김제곤, 김찬곤, 김환영, 이안, 탁동철 등이 십시일반하기로 한 편집위원들입니다.


광고와 후원금을 받지 않는 이유는, 이 잡지를 작고 소박하게, 그리고 이리저리 재거나 따지지 않고, 오로지 즐겁게 만들기로 작정한 까닭이라고 합니다. 

혹, 모를 일이기는 하다. <동시마중>이 어쩌면 동시 창작과 비평을 활성화하고 동시의 밑바탕을 다지고 넓히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을지도. 그러나 그것은 지금으로서는 정말 모를 일이며, <동시마중>을 내는 으뜸 까닭도 아니다. 그런 것이 있다면 그것은 다만 동시가 주는 재미와 즐거움일 것이다.


  동시를 쓰고, 동시를 읽고, 동시를 놓고 여러 동무들이랑 이야기 나누는 것 모두가 어린 시절 바짓가랑이 걷어붙이고 도랑물에서 찰방찰방 노는 것만큼이나 재미있고 즐거웠다. 그러니 <동시마중>이 그 재미와 즐거움을 더 멀리까지, 더 여럿이, 더 오랫동안 나누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실어 나르는 잡지일 수는 있겠다.
- 이안, <동시 오신다. 마중 가자> 중에서

그런데, '동시'란, 어린이를 위해 어른이 쓴 시라고 생각해 왔던 보통의 사람들에게는, '동시'가 과연 즐거운 일이냐, 라는 궁금증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그런데, 그 질문은 이 질문과도 소통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동시' 가 과연 무엇이냐?

동시란, 무엇일까요? 격월간 <동시마중> 창간호는 이 질문으로 '출발선'을 긋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동시란, '童' 詩라기보다 '動' 詩라고 해야 하겠다. 책상머리에 앉아 관념 따위를 뭉치기보다는, 몸을 움직여서 무언가에 다가서려 할 때 얻게 되는 감흥과 가까우며, 이것은 아이들이 잠시도 가만히 있지를 않고 꿈틀꿈틀 몸을 놀려대는 일과도 같아, 보고, 듣고, 만지고, 물고, 빨고, 냄새 맡고...깨어 있는 시간 내내 성장하려 애를 쓰는 생명 가득한 일이다.
  - 본문 84P 중에서 -

어린 아이는 본래 시인이다. ...그러니 그들로 하여금 자유롭게 노래하도록 하면 된다. 자연에 맡기면 된다. 그 감동 그대로를 입에 올리게 하면 된다. 이것이 진실로 그들을 살리는 길이다.
   - 김찬곤, <동시는 왜 있나>중에서 -

그렇습니다. 동시란, 어른들이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쓰는 시라거나, 아이들을 위해 쓰는 시라거나,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시라는 생각을 버릴 것!!  격월간지 <동시 마중>은, 출발점을 여기에 두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선언합니다.

  "오늘 아침에 시내버스를 봤다"
 이미 머릿속에 있는 건 본 게 아니다. 눈에 찍힌 버스 발자국이라도, 눈 밟으며 바퀴 구르는 소리라도, 운전사 아저씨 얼굴 표정이라도 보고 말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하지만 말 잘하지 못해 실망한 네가 오늘 우리들 중에서 하느님이다. (중략)
 보려고 하면 개미 눈에 고이는 눈물이 보인다. 개 이빨 사이에 낀 고춧가루가 보인다. 들으려 하면 거미 눈알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눈 녹는 소리가 들린다. 네가 본 것, 들은 것, 말한 것이 우리 공부의 시작, 이 교실의 시작, 이 세상의 시작.
  -  탁동철 <새 눈> 중에서 -

그렇게, 자기가 저녁별인지도 모르고, '저녁' 이 어떻게 오려나 보려고 뜬 '저녁별'같은, '시심' 을 가진 우리 아이들과 그런 아이들이 부러운 다 자라고도 덜 자란 어른들의 '즐거운 시 놀이터'로 <동시 마중> 창간호는 읽힙니다.

놀이만큼, 아이들을 아이들답게 만드는 게 없겠죠? <동시 마중> 이, 부디 창간호의 초심을 잃지 말고, 즐거운 '시 놀이터'로 덜 자라고도 다 자란 어린이들과, 다 자라고도 덜 자란 어른들에게 즐거운 '놀이터' 가 되어주면, 참 좋겠다 싶네요.
#동시마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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