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의 대통령 당선 이후 다양한 뒷이야기가 화제로 올랐지만, 특히 그의 아내 미셸 오바마에 대한 관심도 빼놓을 수 없다. 대통령 부인의 옷 입는 스타일이 대중들에게 이처럼 큰 화제가 된 적도 없다고 하니, 미국 내에서 그녀가 얼마나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지 짐작할 만하다.
유명 패션 잡지 <마리 끌레르>의 피쳐 에디터 출신 수잔 스위머는 책 <미셸 오바마 스타일>을 통해 미셸을 '현대의 가장 영향력 있고 패셔너블한 여성'이라고 평가한다. 책은 그녀의 옷 입는 스타일을 분석하면서 동시에 오바마 부부의 정치적 성향과 가치관 등을 함께 이야기하는 점이 독특하다.
백악관 입성 100일 동안 가장 가슴 뿌듯했던 순간으로 어린 학생들과 여성 리더들의 만남이라고 꼽았다는 미셸. 그녀가 여성 리더 및 어린 학생들을 만났을 때 했던 연설을 보면 평소 어떤 가치관을 갖고 사는지 알 수 있다.
"저는 시카고 대학 옆 동네에서 자랐습니다. 그 학교는 너무 근사했지만, 전 한번도 들어가 보지 못했어요. 아주 가까이에 다양한 기회가 있는데 그걸 모르고 지내는 사람들이 많지요. 저처럼 학교에서 나온 보조금으로 책 대신 전기세를 내야하는 학생들도 많습니다."
자신이 워낙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자라서 저소득층의 상황을 너무나도 잘 이해한다는 점이 미셸의 강점이 아닐까 싶다. 부유층 출신의 다른 대통령 부인들보다는 훨씬 더 밑바닥의 인생을 이해하고 그들을 도울 수 있는 구체적 방법을 구상할 수 있으니 말이다.
미셸 오바마가 입은 저가 브랜드 옷이 주목받는 이유
저자는 많은 사람들이 재클린 케네디와 미셸 오바마를 패션 리더로 비슷하게 여기지만, 둘은 너무도 다르다고 말한다. 재키가 동그란 눈을 뜨고 그야말로 '패션'을 보여주기 위해 앞장섰다면, 미셸은 평상시의 자신감 넘치는 변호사 같은 태도를 그대로 의상에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특징으로 자신감 있게 팔뚝을 드러내는 슬리브리스 원피스를 즐겨 입는 것, 큰 벨트를 이용해 허리를 강조하는 것 등의 의상 스타일을 들 수 있다. 평소 가지고 있던 굳은 신념과 자신감이 옷 입는 스타일에도 그대로 반영되는 것이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저가의 브랜드도 과감히 공식 석상에 입고 나타난다는 사실.
처음 미셸이 스트라이프를 입고 나타나자 누구의 옷인지 알아내기 위해 패션 피플들은 촉각을 곤두세웠다고 한다. 아메리칸 스포츠 웨어의 대가인 마이클 코어스의 작품이다, 아니면 토리 버치의 작품이다 등 유명 디자이너의 이름이 언급되었지만, 놀랍게도 이 예측은 모두 빗나갔다.
생생한 에너지가 감도는 스트라이프 슬리브리스 드레스는 스웨덴의 저가 브랜드 H&M의 제품이었던 것이다. 세계 곳곳에서 10만 원 미만의 돈으로도 구입할 수 있는 원피스를 입고, 과감히 공식 석상에 섰다는 점에는 그녀는 진정한 '대중의 미셸'이라 칭할 수 있다.
그녀의 패션은 미국 여성들에게 '우리는 퍼스트 레이디와 같은 브랜드를 입는다'는 기쁨을 안겨 주었다고 하니, 이 평범한 선택에 감탄할 따름이다. 언젠가 현 대통령의 부인이 선거 유세에서 이천 만원 상당의 명품 가방을 들고 따라다녀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2000만 원짜리 가방과 10만 원짜리 옷 중에 민심을 유혹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
대중들은 오히려 평범함에 더 환호한다는 생각이 든다. 정치가들은 이를 노려 시장을 방문하고 서민적인 점퍼를 입은 모습을 언론에 공개하지만, 다양한 매체에 노출된 현대의 대중들은 이와 같은 '쇼'에 절대 속지 않는다. 오히려 꾸며진 그들의 모습을 비웃을 뿐이다.
소신정치하면, 평상복 입고도 박수 받지 않을까
미셸 오바마의 스타일이 많은 환호를 받는 이유는 그 모습이 '있는 그대로의 미셸'을 드러내 주기 때문이다. 저소득층 가정 출신의 인권 변호사라는 전직에 어울리도록, 평범하지만 자신감이 넘치는 옷을 입음으로써 그녀는 솔직한 자신을 드러냈다. 한 마디로 모든 모습에서 거짓이 없다는 점이 대중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녀의 스타일을 대변하는 것 중 하나는 바로 '롱 자켓'이다. 선거 유세를 비롯하여 많은 공식 석상에 롱 자켓을 입고 나타난 그녀는 실용성을 선호하는 자신의 가치관을 의상에 그대로 반영했다. 추운 겨울날의 나들이, 야간 비행 등이 많기 때문에 롱 자켓을 입어 보온과 멋스러움을 동시에 추구한 것이 인상적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링컨 대통령의 부인의 경우 지나치게 의상비를 많이 써서 퇴임 후 빚 청산을 하느라 바빴다고 한다. 남편이 국정에 바쁜 상태에서 이렇게 사고를 치고 다녔으니 후대에 비난을 받을 만하다. 바바라 부시 또한 남편의 대통령 취임식에서 값 비싸고 화려한 드레스로 주목을 받았는데, 부유층 출신의 신분을 대변하는 듯하여 비난을 받았다고 한다.
이번 지방선거로 또 다른 정치권의 샛별들이 많이 등장했다. 기존에 권력의 중심에 있었던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지 못하던 새로운 인물이 많이 입성한 흥미로운 총선이 아니었나 싶다. 이번 선거에서 한 자리를 차지한 이들은 과연 어떤 가치관과 주제로 4년을 이끌어 갈까 내심 기대가 된다.
오바마 부부처럼 많은 이들의 '워너비(wannabe)'로 각광을 받을 것인지, 아니면 비판의 대상이 될지는 4년의 행보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민심은 언제나 정의의 편이라는 것을 잊지 말고, 소신껏 정치를 한다면 싸구려 평상복을 입고도 박수를 받는 훌륭한 리더가 되지 않을까?
미셸 오바마 스타일
수잔 스위머 지음, 최유나 옮김,
청어람장서가(장서가),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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