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급식 한끼 2100원, 어떻게 가능하냐고요?

3년만에 친환경급식을 정착시킨 부천도당초등학교

등록 2010.06.03 20:25수정 2010.06.04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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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당초교에서 먹는 친환경농산물 및 가공식품입니다.
도당초교에서 먹는 친환경농산물 및 가공식품입니다.정재현

우선 여러 당선자님께 축하인사를 먼저 드립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친환경 무상급식을 하겠다는 도지사님과 기초자치단체장 당선자님, 그리고 시도의원님, 그리고 시구의회 의원님께 제안 드립니다. 친환경급식으로 농림수산식품부 대상을 수상했던 초등학교 전 운영위원장이 드리는 정책 제안입니다. 직접 읽어보시면 친환경 무상급식 추진에 작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부천 도당초교 친환경 학교급식 사례에 주목해주시기 바랍니다. 부천상공회의소 조사결과에 따르면 부천지역에서 가장 가난한 동네가 부천 도당동 일원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친환경 급식을 하고 있습니다. 가격이 친환경급식의 가장 큰 난관이라고 하지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비용의 차이가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지방정부가 나서서 무상급식을 한다면 비용은 더더욱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부천도당초교는 이미 거의 모든 식재료를 친환경 농산물로 바꾸고 3년째 '정상 운영' 순항 중입니다. 한 끼에 2100원입니다. 부천 지역의 친환경급식이 아닌 학교와 비교하면 200원 가량 비싼 편입니다. 200원이면 한 달에 4천 원 정도의 비용을 더 지불하는 셈입니다.

막히면 학부모 설문조사를 벌였습니다. 참고로 이 학교는 경기도에서 가장 높은 비율의 농수산물을 친환경으로 전환한 학교입니다. 저는 지난 6년 동안 부천 도당초교 학교운영위원을 했습니다. 물론 그 전에는 다른 학교 운영위원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학교 운영위원장을 맡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학교급식소위원회에 소속돼 일을 하기도 했습니다. 현재는 여월중학교 학교운영위원입니다.

제가 겪어보니 친환경 학교급식은 대강 이런 것입니다. 친환경이나 불가피한 경우 국산 식재료를 사용합니다. 최대한 식품첨가물이 적은 식재료를 사용합니다. 안전한 식재료를 사용하고, 조미료 등 화학적인 식품첨가물을 넣지 않습니다. 제철식품을, 채소 위주의 전통식단 위주로 식단을 구성합니다.

사실 도당초교의 친환경급식이 오랜 역사를 지닌 것은 아닙니다. 지금 학교장의 적극적인 지지와 학교운영위원회와 학부모님의 찬성에 힘입어 2005년 8월부터 친환경 급식을 시작하여 해를 거듭할수록 점차 품목과 비율을 늘려갔습니다.

 아이들이 먹는 실제 식사입니다.
아이들이 먹는 실제 식사입니다.정재현

2005년 8월, 공산품과 농산물의 일부 품목을 친환경 또는 국산재료로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같은 해 9월에는 친환경 식자재로 변경 시 급식비 인상분을 조사하여 학교운영위원회에 상정해 학부모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설문 결과 66.2%의 찬성을 받았습니다. 낮은 찬성이라고 판단하고, 전면적인 전환보다는 점차적으로 친환경 급식으로 전환하기로 했습니다.


학교 가정통신문을 통해 교육을 강화했습니다. 그리고 11월에는 농식품부와 함께 농업인의 날 기념 '세계에서 가장 긴 무지개색 가래떡 뽑기 행사'를 열었습니다. 제병기를 이용해 1시간 동안 400여명의 초등생과 함께 농업인의 날인 11월 11일을 합친 숫자인 1111m의 무지개색 칼라 가래떡을 직접 뽑아 전교생이 점심을 떡국으로 먹고, 400여 명의 집에 가래떡을 보냈습니다.

2007년 3월, 고기를 무항생제 육류로 바꿉니다. 부천시민생협과 함께 학부모 총회를 열 때는 친환경급식 물품 전시회를 실시했습니다. 또 학부모 식품안전교육을 실시하여 학부모들의 식품 안전 의식변화를 통해 안전한 식생활 정착에 이바지했습니다.


다시 설문(가정통신문)을 돌렸습니다. 쌀과 김치를 바꾸기 위해서였습니다. 학부모, 학생, 교직원에게 설문 결과 학부모는 85%, 학생은 93%, 교직원은 90% 이상 친환경급식을 선호했습니다. 급식소위원회 친환경 급식관련 도서 읽기도 벌였습니다. 10월 11일 학부모를 대상으로 친환경농산물 생산지 충남 홍성 체험학습도 다녀왔습니다.

친환경농업대상 학교급식부분 최우수상을 받았습니다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결국 2008년 12월 10일 농림수산식품부와 환경부가 공동으로 수여하는 '제5회 친환경 농업대상' 학교급식부문 최우수상을 받았습니다. 여기까지가 친환경급식 1등 학교로 변모하기 위한 우리의 노력이었습니다.

친환경 무상급식에서 그치면 안 됩니다. 학교 옥상을 밭으로 만드는 등 도시농업에 박차를 가해야 합니다. 전국 모든 도심지의 곳곳에 농작물이 자라야 합니다. 이런 인력은 어르신을 활용하면 됩니다. 이런 어르신들을 통해 농업에 관한 지도를 받으면 됩니다. 그리고 사회적 기업의 일원으로 관리하면 됩니다.

친환경 급식의 가장 큰 문제는 돈이었습니다. 물론 무상급식이 되면 돈의 문제는 학부모의 손을 떠나게 됩니다. 그런데 세금을 투입한다고 해도 비용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합니다. 바로 공동구매입니다. 부천도당초교에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 없이 친환경급식을 완성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학생수에 있었습니다. 무려 2천여 명에 이르기 때문에 가격을 낮출 수 있었습니다. 기초지방자치단체 규모로 묶어서 공동구매를 진행한다면 현행 비용으로도 친환경급식이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미래를 내다보겠습니다. 부천을 예를 들겠습니다. 제가 부천에 삽니다. 예를 들면 부천지역 전체 학교의 쌀이나 김치 등의 소비량을 파악합니다. 부천교육청 시스템을 사용하면 한 나절이면 파악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소비량을 추정합니다. 그리고 친환경농산물을 납품가능한 곳을 찾아봅니다. 최우선 소비 대상을 부천시와 자매농업도시에서 찾으면 가장 최고의 조건이 될 것입니다.

 상을 받는 것은 기분 좋은 일입니다. 친환경농업대상을 받았습니다.
상을 받는 것은 기분 좋은 일입니다. 친환경농업대상을 받았습니다.정재현

부천이 한 기초자치단체와 계약을 한다면 분명히 그 농업도시는 안정적인 공급 경로가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안정된 영농이 가능해집니다. 그리고 부천시민체육대회나 각 학교 운동회 등에서 직거래장터를 여는 등 자연스럽게 교류도 가능합니다. 여기에 학교별 체험학습도 지원하게 되면 완벽한 도농교류의 모델이 될 것입니다.

현재 부천시의 농업 자매도시는 우선 수산물 생산이 가능한 진도와 강릉, 농업도시인 무주와 옥천, 공주, 가까운 화성, 경북 봉화 등입니다. 가장 먼저 이런 곳에 제안을 요청하면 됩니다. 그 농업도시의 가장 큰 문제는 농어업을 통해 지역 경제를 살리는 것입니다. 가장 좋은 것은 안정적인 공급처, 체험 등으로 그 지역의 경제를 살리게 됩니다. 친환경급식이 활성화되고, 도농교류의 시스템이 갖춰지면 가능해지는 긍정적인 효과입니다.

꿈꾸어 봅시다. 부천도당초교 옥상 텃밭에서는 경기 화성에 올라온 오이 모종이 자라고, 부천 원미구 중동 중앙공원에선 충북 옥천에서 올라온 사과가 자랍니다. 전남 진도의 강황(카레의 재료)은 부천 식물원 작은 하우스에서 아이들의 고사리 같은 손을 기다립니다. 아이들은 그 곳으로 소풍(체험학습)을 가고, 가족은 나들이를 떠납니다. 우리의 고향 농어촌을 이렇게 웃음이 넘치게 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부천지역신문에 투고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부천지역신문에 투고했습니다.
#친환경급식 #학교운영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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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말, 부천시민신문, 한겨레리빙, 경기일보, 부천시의원을 거쳤고, 지금은 부천뉴스를 창간 준비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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