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셀 뒤샹의 재판, 당신이 배심원이라면?

<미술사 인물 소환과 동행시리즈>, 미술사 속 인물에게 딴지 걸다

등록 2010.06.05 15:43수정 2010.06.05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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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사 인물 소환과 동행 시리즈>라는 독특한 서사 형식 전시회가 자인제노 갤러리에서 오는 10일까지 열린다.

역사 속 인물을 소환해 법정에 세우거나 승용차에 동행시킨 그의 작품은 서사극에서 보이는 쉬클로브스키의 '낯설게 하기' 기법으로 관람객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작가 서기문은 왜 역사 속 인물을 소환해 이런저런 방식으로 딴지를 걸거나 의문을 품도록 만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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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옥

서기문 작가에게 작품을 통해 관람객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묻자 두 작품을 추천한다. 두 작품을 통해 작가가 관람객들에게 묻는 질문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KIAF전에 출품된 <뒤샹의 재판>을 통해  묻는 "예술의 진정성'이다. 변기와 실제 사람의 대변, 담배꽁초를 미적 가치를 구현하고 인문학적 사유와 깊이를 이끌어내야만 하는 예술 작품 반열에 둘 수 있느냐는 의문 제기인 셈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현대미술의 비조(鼻祖)로 추앙을 받는 마르셀 뒤샹을 피고로 서양 현대미술 전체를 대상으로 한 딴지걸기는 보는 이들에게 통쾌함만이 아니라  '진정한 예술의 길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동시에 던지게 만든다.

a 뒤샹의 재판 현대 미술을 연 뒤샹을 소환해 관람객들에게 '예술의 진정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뒤샹의 재판 현대 미술을 연 뒤샹을 소환해 관람객들에게 '예술의 진정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 서기문


<뒤샹의 재판>에서 현대미술을 연 마르셀 뒤샹이 '가상 폐기'의 죄목으로 재판을 받고 있고 1917년 작품인 <변기>가 그 증거물로 나와 있다. 특이하게도 재판정에는 재판관이 보이지 않는다. 그럼 재판관은 누구일까? 바로 그림 앞에 서서 그림을 감상하는 관람객이다. 미술에서 진정한 재판관은 대중이라는 암시인 셈이다.

법전 대신 아도르노의 '미학이론'이 펼쳐져 있고 책 왼쪽에 '가상폐기(Aufhebung des Scheins)'라고 쓴 포스트잇이 붙어 있다. 뒤샹의 뒤에 1917년 작인 <변기>가 증거물로 그려져 있고 그림 속 방청석에는 모두 12명의 방청객들이 앉아 있다. 방청객은 렘브란트, 푸생, 백남준, 세잔, 모네, 끌로델, 고야, 그린버그, 쿠르베, 달리, 피카소 등 서양 미술의 계보를 잇는 쟁쟁한 작가들과 서기문 자신이다.


만일 12명이 방청객이 아니라 배심원이라면 뒤샹의 무죄에 손을 들어줄 사람은 백남준 정도가 아닐까? 뒤샹을 법정에 세운 당사자인 작가와 피카소의 표정 작품 속 다른 작가들의  미묘한 표정을 통해 관람객 나름대로 무한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끝없는 이야기를 전개시키며 그림을 통해 예술의 진정성에 대한 반문을 던져 볼 수 있을 것이다.

작가 서기문이 <뒤샹의 재판>에서 아도르노의 비판이론을 바탕으로 제기한 '미술에서 표현과 구성의 폐기는 정당한가?(Is the elimination of expression and composition right from the fine arts?)'는 관람객 자신의 예술의 진정성에 대한 의문이 되기도 할 것이다.


a 워홀의 체포 미술의 상업화와 대량화를 이룬 워홀의 체포라는 형식을 통해 ' 상업화된 미술'에 작가가 얼마나 저항할 수 있을까'애 대한 질문을 전지고 있다.

워홀의 체포 미술의 상업화와 대량화를 이룬 워홀의 체포라는 형식을 통해 ' 상업화된 미술'에 작가가 얼마나 저항할 수 있을까'애 대한 질문을 전지고 있다. ⓒ 서기문


작가가 주시해 줄 것을 당부한 두 번째 작품은 '워홀의 체포(Arrest of Warhol)'이다. 그 작품을 통해서 작가는 아우라를 잃어 버린 '미술의 상품화와 대량생산에 대해 진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워홀을 체포한 검사는 아도르노 자신이고 집행경찰관은 아도르노의 제자 하버마스, 워홀의 변호인단은 현대미학의 거장 보드리야르와 단토다. 수전 손탁도 뒤에서 사건을 주시하고 있다.

작가는 작품 노트에서 " 현대미학의 두 줄기 큰 흐름, 비판 이론과 포스트모더니즘 두 입장을 '워홀 미술'을 키워드로 핵심적으로 짚어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작가 양력
전남대 미술교육과 및 동대학원 졸업
조선대학교 미학미술사학과 박사과정 졸업

* 수상
2001년 동아일보신춘문예 미술평론 당선
1997년 한국수채화공모전大賞 수상(예술의 전당)
한국수채화공모전 특선 및 입선 등

* 개인전 12회
'미술의 상업화와 미술의 잘못된 방향에 대해 작가는 얼마나 저항할 수 있는가?(How much can an artist resist against the commercialization of art, the wrong way of it?)'라는 작가의 질문에 관람객 스스로 판관이 되어 판결을 내려 보기 바란다.

작가는 동행 시리즈에서 '달리와 프로이트, 고흐와 고갱, 백남준과 무어 맨, 단원과 이산(정조 대왕), 풀록과 그린버그, 이기웅과 안중근, 슈페어와 히틀러, 김대중과 노무현을 동행시켜 시대의 가치와 예술적 진정성, 미술을 통한 인문학적 말 걸기와 딴지걸기를 보여준다.

다소 당혹스러운 '낯설게 하기' 기법의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서는 깊이 있는 배경지식이 필요하다. 그러나 작가의 설명을 들은 뒤, 숨은그림찾기를 하듯 작가가 제기하는 의문의 도구들, 혹은 인물 표정을 놓치지 않으면 관람객 자신이 재판관이나 셜록 홈즈가 되어 문제를 풀어낼 단서를 찾는 스릴 또한  마음껏 맛볼 수 있을 것이다.

a 박재동 화백의 동행 박재동 화백이 서기문과 동행하여 예술의 근본을 묻는 작가에게  긍정의 찬사를 보내고 잇다.

박재동 화백의 동행 박재동 화백이 서기문과 동행하여 예술의 근본을 묻는 작가에게 긍정의 찬사를 보내고 잇다. ⓒ 이명옥


이 독특한 형식의 작품전에는 조국 교수를 비롯한 법 관련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박재동 화백은 방명록에 이름 대신 "예술의 근본으로" "좋아 갑시다!"라는 문구와 작가와 동행한 박 화백 자신을 그려 넣은 또 하나의 동행시리즈를 즉석에서 그려냈다.

법이 실종되고 사유의 근본인 인문학적 깊이가 사라져가는 현대에 '예술의 진정성과 근본성'을 묻는 서기문의 작품전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자인제노 갤러니는 경복궁 역 3번 출구로 나와 직진 사거리에서 우회전 좌측에 있습니다.

작품전 : 서기문 초대전
날짜 :6월 1일(화) ~ 6월 10일)목)
위치 : 자인제노 갤러리 (종로구 창성동 130-5)
전화 : 02-737-5751
Fax : 02-735-5751


덧붙이는 글 자인제노 갤러니는 경복궁 역 3번 출구로 나와 직진 사거리에서 우회전 좌측에 있습니다.

작품전 : 서기문 초대전
날짜 :6월 1일(화) ~ 6월 10일)목)
위치 : 자인제노 갤러리 (종로구 창성동 130-5)
전화 : 02-737-5751
Fax : 02-735-5751
#서기문 작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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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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