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드라망생명공동체 상임대표 도법 스님이 문수 스님의 소신공양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권우성
문수 스님이 분신을 한 지 일주일째 되는 이날, 스님의 분향소가 마련된 서울 한강선원에는 '관세음보살' 소리가 나지막이 울려 퍼졌다.
선원에 있는 한 천막에서는 10여 명의 불자들이 "관세음보살"을 읊조리며 4대강을 살리기 위한 24시간 참회정진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그 옆으로 '지관 스님 단식 15일째'라고 적힌 천막이 보였다. 김포 불교환경연대 지관 스님이 4대강 사업에 반대하며 단식을 시작한 지 이날로 보름이 되었다.
오전 11시경, 선원 마당에 자리를 잡고 기자회견을 진행한 스님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정토회 지도법사인 법륜 스님이 추모 일정을 발표하는 내내 수경 스님은 착잡한 표정으로 눈을 감고 있었다. 단식 중인 지관 스님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상임대표 도법 스님과 불교미래사회연구소장인 법안 스님도 참석했다. 이들은 문수 스님의 49재가 치러지는 7월 18일까지 '기도'를 통해 문수 스님의 마지막 뜻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그 대표적인 예가 '24시간 릴레이 기도'다. 법륜 스님은 "49재까지 1초도 쉬지 않고 이곳 조계사에서 24시간 릴레이 기도를 하겠다"는 계획을 전했다. 불자와 시민들이 참여해 한 시간에 한 사람씩 기도를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릴레이 기도'의 취지에 대해서 법륜 스님은 "문수 스님이 남기신 유언(4대강 사업 저지)이 이뤄지려면, 더 이상은 사람의 힘으로는 안 되니까 불보살의 원력을 입어야 이게 해결되지 않겠느냐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에) 정성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사람의 힘으로 할 수 있는 노력은 기어도 보고 절도 해보고 온갖 걸 다 해봐도 안 됐다"면서 "(그보다) 더 (간절)한 마음에서 기도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수경 스님 역시 "4대 종단 종교인들이 계속 머리를 맞대고 있고 시민사회단체들과도 깊은 고민을 나누고 있지만 이곳에서 열심히 기도를 하면 4대강 문제가 더 잘 풀리기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기도를 하면서 문수스님의 유지를 정책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의미다.
매일 저녁 조계사에서 생명평화 기도회·대화마당 열려 당장 이날부터 매일 오후 7~8시 조계사에서 열리는 생명평화 기도회도 같은 맥락이다. 법륜 스님은 "생명평화를 기원하면서, 생명평화를 지키지 못한 우리를 참회하는 마음에서 기도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기도가 끝난 후에는 생명평화의 길을 걸어온 저명인사들을 한 명씩 초청해 한 시간 동안 '대화마당'도 가질 계획이다.
법륜 스님은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더 많은 불자와 시민들이 참여해서 문수 스님이 몸을 버리면서까지 이루고자 했던 그것이 기적처럼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보자"며 불자와 시민들의 참여를 독려하기도 했다.
불교연대는 또한 매 주말마다 문수 스님의 천도재(죽은이의 영혼을 극락으로 보내기 위해 치르는 불교의식)와 함께 '1080배 참회정진 기도회'를 가질 예정이다. 49재인 7월 18일에는 조계사에서 막재를 지낸 후 서울광장에서 국민추모제를 열 계획이나, 아직 서울시와의 협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법륜 스님은 "49재 기간 동안 문수 스님이 남기신 마지막 뜻을 많은 사람들이 잊지 않고 함께 간직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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