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에서 후쿠오카(하카타)로 이동하는 신칸센 차표.
이명주
오후 1시경 후쿠오카 하카타역에 도착. 오사카 우메다역을 출발한 지 3시간 만이다. 그런데 예기치 못한 실랑이가 벌어졌다. 어머니를 대기실에 남겨놓고 호텔을 예약하고 왔는데 역 안으로 다시 들어갈 수가 없었다. 상황인즉, 나갈 때 검표원에게 표를 주며 "어머니를 모시러 올 거다. 나중에 들여보내달라" 설명을 했는데 바로 그 당사자인 여직원이 나를 못 알아보는 것이었다.
"당신한테 분명 표를 줬다" 몇 번을 말해도 "노(No)!", 이 한마디로 묵살했다. 사나운 표정의 여직원과 동행해 어머니를 만나는 것까지 성공했지만 두 사람 표가 있어야 보내준다고 했다. 이미 본인이 회수해간 표가 나한테 있을 리 없고, 게다가 속사포처럼 내뱉는 현지어를 이해할 수 없어 "니홍고 데키마셍(일본어를 못합니다)"이라고 해도 '그건 네 사정'이란 태도였다.
그렇게 한참이 지나서 여직원이 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어머니와 나를 근처 안내소로 인도했다. 이미 지칠대로 지친 내가 다시 한번 상황 설명을 했고, 데스크에 있던 한결 호의적인 남자직원이 채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가도 좋다"고 답했다. 허탈해서 몸이 휘청했다. 그때까지 옆에 서 있던 여직원의 뺨이라도 내려치고 싶었지만 어머니도 계시거니와 이국의 공공장소에서 소란을 피우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한숨 돌리고 생각하니 하루 수백, 수천 명의 사람을 상대하는 그녀 직업의 애환도 이해가 됐다.
무려 1시간이 넘는 소동을 치르고 역을 벗어났다. 하지만 이것으로 액땜이 된 건지 다른 모든 일이 술술 풀렸다. 우리가 묵은 호텔부터가 그랬다. '골든위크(공휴일과 주말이 붙은 주말)'를 맞아 근처 모든 숙소가 초만원이었는데 역에서 5분 거리의 중급호텔에서 토요일 할인가가 적용된 트윈룸(8000엔)을 구한 것이다. 게다가 시내구경을 하다보니 마침 이틀 후가 이 지역 대표축제 '하카타 돈타쿠'의 개막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