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에서 한나라당 후보를 두 번 꺾다

[인터뷰] 재선 성공한 무소속 정현태 남해군수... "부자 남해 만들겠다"

등록 2010.06.15 09:20수정 2010.06.15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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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정서가 강한 경남에서 한나라당 후보와 두 차례나 경쟁해 이겨 재선에 성공한 군수가 있다.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NSC 홍보담당관과 바른역사기획단 기획팀장 등을 지낸 정현태(47) 남해군수다. '부자 남해 만들겠습니다'는 구호를 내걸었던 정 군수는 무소속으로 출마해 한나라당 후보를 눌렀다.

3명이 나온 남해군수 선거에서는 한나라당 박정달 후보 44.42%, 무소속 정현태 후보 50.62%, 무소속 문준홍 후보 4.95%를 각각 얻었다. 문준홍 후보는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친박'(박근혜) 후보를 표방하며 출마했다. 정 군수는 박정달, 문준홍 후보의 득표를 합칠 경우 가까스로 이기는 것으로 나왔다.

 정현태 남해군수가 지방선거 때 시장에서 한 아주머니로부터 받은 후 호주머니에 넣어 갖고 다니던 알밤을 꺼내 보였다.
정현태 남해군수가 지방선거 때 시장에서 한 아주머니로부터 받은 후 호주머니에 넣어 갖고 다니던 알밤을 꺼내 보였다.윤성효

정 군수는 선거운동하면서 시장에서 아주머니가 '알밤처럼 여문 군수가 되라'며 준 알밤을 지금도 호주머니에 넣어 다니면서 각오를 다지고 있다. 14일 남해군청 군수실에서 한 인터뷰 때 정 군수는 알밤부터 먼저 꺼냈다.

정 군수는 '반동가리 군수'였다. 하영제 농림수산식품부 차관이 총선을 앞두고 2008년 남해군수를 사퇴했다. 정 군수는 재보선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했고, 이번에 재선에 성공했다.

정 군수는 선거 때 일화를 들려주었다. "고기를 팔던 아주머니를 만났더니 손이 더럽다며 미안해하면서 악수를 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래서 세금 안 내고 부정부패한 사람들의 손이 더럽지, 고기 파는 손이 왜 더럽느냐며 잡기도 했다"고.

김두관 경상남도지사 당선인과 박희태 국회의장도 모두 남해 출신이다. 현재 김 당선인과 박 의장, 정 군수 모두 무소속이다. 정 군수는 "남해 정치 시대가 열렸다"면서 "남해 발전을 위해 이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다"고 강조했다.

남해의 최대 쟁점은 남강댐 물의 부산권 공급 문제다. 남강댐은 홍수 때 사천만으로 방류한다. 방류된 물은 남해안으로 흘러들고, 그 물로 인해 어업 활동에 해를 입고 있다. 이에 남해 사람들은 남강댐 수위를 높이는 것과 남강댐 물의 부산권 공급에 반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현태 군수는 "남강 물을 가져가서 먹겠다는 것은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는 것이고, 재앙이며, 녹색성장에도 맞지 않다"면서 "정부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드러난 민의를 정확히 읽어야 한다. 민의가 드러났는데도 받아들이지 않으면 정권이 국민과 대결하겠다는 것인데, 국민과 대결한 정권이 이긴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무소속 정현태 남해군수.
무소속 정현태 남해군수.윤성효
- 소감은?
"투표 이틀 전에 집사람과 인사하러 시장에 갔다. 과일을 팔던 아주머니께서 알밤을 주면서 '알밤처럼 여문 군수가 되라'고 하셨다. 그 말을 들으니까 눈물이 핑 돌았다. 내용이 있고 알찬 군수가 되기를 바라는 군민들의 마음이라 생각하며 새로운 각오를 하게 되었다."


- 또 어떤 말을 들었는지?
"시장에 가면 화젯거리들이 많이 나온다. 두부를 파는 가게에 갔더니 두부모처럼 반듯한 군수가 되라는 말도 해주었다. 고기를 팔던 아주머니를 만났더니 손이 더럽다며 미안해하면서 악수를 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래서 세금 안 내고 부정부패한 사람들의 손이 더럽지, 고기 파는 손이 왜 더럽느냐며 잡기도 했다."

- 2008년 재보선에 당선되어 전임 군수의 잔여임기를 채웠는데?
"'반동가리 군수는 안 된다'는 말이 나왔다. 저는 전임 군수의 임기 절반만 했는데, 4년짜리 군수를 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서민들의 넉넉하고 따뜻한 격려로 이겼다. 사실 한나라당이 남해군수 선거에서 이기려고 융단폭격을 하다시피 했다. 그래서 밥은 한 그릇 먹어야지, 남이 먹다 남은 밥그릇의 반만 먹을 수 없다고 했다. 밥 한 그릇 주어서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했다. 그런 호소가 군민정서를 잘 파고들었다고 본다. 다시 한 번 일할 수 있게 재선이 되었는데, 군민들의 승리다. 정말 고맙다. 반듯한 군수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한다."

- 선거운동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상대방이 처음부터 네거티브 전략으로 나와서 힘들었다. 저는 첫 유세 때부터 세 가지를 군민들에게 약속했다. 남을 욕하지 않고 희망을 주는 정책선거를 하겠다 했고, 돈 쓰지 않는 깨끗한 선거를 하겠다고 했으며, 마지막으로 군민 생활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축제와 같은 선거를 하겠다고 했다. 저는 이전 선거에서 받았던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이미 무죄 판결이 났는데도, 상대방은 인정하지 않고 비리 군수라고 했다. 그러나 일등 시민의 양심을 믿었다."

- 이기기는 했지만 의외로 득표가 적어 보이는데?
"한나라당 및 언론연합군과 싸움이었다. 한나라당이 네거티브 전략으로 선거하고 그것은 언론을 통해 증폭되었다. 군민들은 처음에 반신반의하기도 했다. 동해의 맑은 물을 아무리 담아도 때가 끼어 있으면 깨끗해지기 어렵듯이, 한나라당의 네거티브 전략에 힘들었다. 선거는 세상을 배우는 큰 공부다. 선거로 괴롭기는 하지만 재미있다. 상대방도 포용해 나갈 것이다. 재선은 시켜주었지만 득표율은 조금 적어 다소 실망하는 분위기도 있다. 그러나 의미가 있다고 본다. 재선하면 목에 힘이 들어가고 초심을 잃기 쉬운데, 겸손하게 군정을 하라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 이번 지방선거에서 하나의 특징은 '야권후보단일화'였는데, 정현태 군수는 야권단일후보가 되지 않았던데?
"이번 선거에서 귀중한 경험을 했다. 정당을 넘어서 여러 시민진영이 연대 전략을 실천하고 승리를 거둔 선거다. 그런 의미에서 정치 선진국에서 해왔던 공동정부나 연정이 우리 사회에서도 구체적인 형태로 현실화될 수 있게 되었다. 혼자만의 정치이념과 노선을 갖고 관철하기보다는 다양한 세력을 결합하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 야권후보단일화는 국민들에게 무지개 같은 정치희망의 싹을 키워낸 것이다. 큰 성과다. 그런데 남해에서는 야권후보단일화가 거론된 적이 없다. 오히려 한나라당이 '친이'(이명박)와 '친박'(박근혜)으로 나왔다."

 남해군청 건물 외벽에는 남해 출신인 김두관 경상남도지사 후보의 당선과 박희태 국회의장의 취임을 축하하는 펼침막이 내걸려 있다.
남해군청 건물 외벽에는 남해 출신인 김두관 경상남도지사 후보의 당선과 박희태 국회의장의 취임을 축하하는 펼침막이 내걸려 있다.윤성효
- 남해 출신인 김두관 경상남도지사 당선인을 어떻게 보는지?
"김두관 당선인은 남해 마늘과 시금치를 먹고, '해풍'을 먹고 자란 진짜배기 남해 사람이다. 이번 선거는 도민의 승리임과 동시에 남해군민의 승리다. 김 당선인은 '7전8기'를 한 분이다. 나무도 겨울에 자란다는 말이 있듯이, 시련 속에 내공이 엄청나게 된 분이다. 그래서 앞으로 큰 정치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이번에 도민들로부터 받지 않았나 생각한다. 경남은 기회의 땅이다. 앞으로는 '김두관의 성공시대'다. 이번 선거는 경남도민의 성공시대를 열고, 온 국민의 성공시대를 열어가는 역사적인 선거였다."

- 김두관 당선인과 정치 철학이 비슷할 것 같은데?
"경남이 일어서면 대한민국이 다 일어선다는 말이 있다. 역사적으로 3.15의거 등이 그랬다. 마산수출자유지역과 창원기계공업단지는 우리나라 경제발전을 이끌어왔다. 김 당선인은 풀뿌리 민주주의부터 시작했다. 동네이장부터 군수를 거쳐 도지사가 되었다. 대한민국의 정치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하늘의 뜻이 담겨 있다고 본다."

- 김두관 당선인은 무소속이면서 야권단일후보였다. 경남도의회는 야당 당선인이 많이 들어가기는 했지만 여전히 한나라당이 다수다. 앞으로 경남도 집행부와 도의회의 마찰도 예상되는데?
"김두관 당선인이 남해군수로 있을 때는 군의원 10명 모두 한나라당 소속이었다. 그것뿐만 아니라 당시 국회의원과 두 명의 경남도의원도 모두 한나라당이었다. 마찰은 없었다. 당시 김 당선인은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대화와 협력을 이루어냈다. 충분한 정치력으로 여러 문제를 풀어나갈 것이라 본다."

- 엊그제 취임한 박희태 국회의장도 남해 출신인데?
"남해 출신 국회의장이 탄생했다. 다른 지역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남해사람들은 남해 정치 시대가 열렸다고 생각한다. 남해 발전을 위해 이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다. 따지고 보면 저도 무소속이고, 김두관 당선인과 박희태 의장도 무소속이다. 이제 남해 사람들이 큰 정치를 해야 할 시기다. 일제시대 이후를 보니 좌우를 넘어서야 큰 정치라고 했는데, 지금은 동서와 여야를 뛰어넘어야 큰 정치다. 두 분 모두 지역과 나라 발전을 위해 큰 일을 할 수 있는 정치인이 되었으면 한다."

- 남강댐 물의 부산권 공급 여부가 쟁점인데?
"동(洞)이라면 같은 물을 먹는 사람이 사는 동네다. 마을 형성의 기준이 물이다. 우물을 가운데 두고 사람들이 물을 같이 먹은 것이다. 우물물을 함께 먹어야 같은 동네다. 부산은 낙동강 줄기에서 나온 물을 먹는 동네다. 남강 물을 가져가서 먹겠다는 것은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재앙이 온다. 남강댐 물을 부산권에 가져가겠다는 것은 녹색성장에도 맞지 않다."

- 남강댐 물을 지키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복안이 있는지?
"민의를 정확히 읽는 것 이상의 방향이 없다. 김두관 도지사 당선인도 4대강정비사업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정치는 민심의 가르침대로 가는 게 올바른 것이다. 민의를 존중해서 반영하면 된다. 현 정부는 그렇게 하지 않으려는 것 같다. 민의가 드러났는데도 받아들이지 않으면 정권이 국민과 대결하겠다는 것인데, 국민과 대결한 정권이 이긴 적은 없었다."

- 이번 선거 이후 첫 번째 과제가 지역 화합일 것 같은데?
"선거는 자기 논에 물 대기와 같다. 이전에는 그 말을 몰랐는데 지금은 이해할 것 같다. 가물었을 때는 한 방울의 물도 자기 논을 대기 위해 다툰다. 그러다가 비가 내리면 다툼이 사라진다. 이기기 위해서는 서로 전략을 세우고 다툼도 있지만, 그 모든 것을 정리하고 서로 화합하고 단결해서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선거는 잠깐이지만 생활은 영원하다. 이 땅에서 태어나고 남해에 묻힐 사람들이 좋은 관계여야 하는데, 등을 지거나 갈등이 있어서는 안 된다. 지역화합을 위해 솔선수범하겠다. 군민들이 정현태 당선의 꽃을 피우기 위해 물이 되고 거름이 되었다면 이제는 제가 군민들을 위해 물이 되고 거름이 되겠다."
#정현태 남해군수 #남해군 #김두관 경남지사 당선인 #박희태 국회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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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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